청년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적 기업 : 좋은 일은 하고 싶은데, 좋은 직장도 갖고 싶습니다.
*본 콘텐츠는 SOVAC Together 콘텐츠 파트너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아티클을 담고 있습니다.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의 CSES 세션 영상 제작에 함께한 참여자의 칼럼입니다.
필자는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페스타』에서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세션의 영상 제작에 참여하며 전국의 다양한 사회적기업을 만나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인터뷰했다. 누군가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누군가는 환경을 바꾸고, 또 누군가는 사회에서 쉽게 외면받는 사람들의 삶을 삶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들으며 ‘좋은 일을 하는 회사’가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했다.
최근 인턴생활을 마치고 다시 취업준비생이 된 나에게도 이번 프로젝트는 의미가 있었다. 나 역시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고 싶었기에,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는 삶은 어떨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좋은 일을 하는 회사는 오늘날 청년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가?”, “청년들은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할까?”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실제 직장을 선택할 때 얼마나 큰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이 질문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생각해보면 나는, 세상에 불만도 많았지만, 그만큼 애정도 많았다. 1년 동안 탐사보도 프로그램 방송작가로 일하며,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꿔놓을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세상에 나쁜 일은 왜 이렇게 많은 지, 매일 심각한 사건과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 날은 회식 자리에서 “사회에 나쁜 일이 그만 일어났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모두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술에 취해 운 적도 있었다. 다음날 출근하니까 ‘애국보수’ ‘민주시민’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나름(?) 유명한 사건이다.
여러 이유로 첫 직장을 그만 뒀는데, 그 중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직접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을 넘어, 메시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퇴사 후에는 대학원에서 정책학 수업을 들어보고, 앞으로 필요할 것 같은 자격증도 취득하고, 공공기관 정책개발팀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좋은 일을 하는 회사는, 나에게도 좋은 회사일까?
그렇게 나름대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그런데 막상 준비를 마치고 보니 문제가 하나 있었다. 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고 싶은지는 꽤 오랫동안 고민해왔지만, 정작 어떤 조직에 들어가야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게다가 현실적인 조건도 무시할 수 없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나의 삶 역시 더 나아질 수 있어야 하니까.
평소 관심이 있던 노동, 법률 등의 분야과 관련된 공기업에 지원했지만, 해당 분야를 전공한 지원자들과 경쟁하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업무에 대한 지식만큼이나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선한 의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만으로 나를 보여주기는 어려웠다. 신입에게는 열정과 패기가 중요하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막상 그 열정과 패기를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는 막막했다.
그렇게 안정적인 연봉과 복지, 그리고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 사이의 간극은 점점 벌어져만 갔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좋은 일을 하고 싶은 마음과 좋은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은, 애초에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니까. 다만 당시의 나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 좋은 일을 합니다’ 그다음은 무엇일까?
이야기를 조금 쉽게 하기 위해, 여기서는 ‘좋은 일을 하는 회사’를 ‘사회적기업’이라는 범주로 묶어 이야기해보려 한다. 물론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취업을 준비하는 한 청년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임금과 보상 수준이다. 이제는 단순히 현재 받는 월급만 볼 수 없다. 연봉의 상승폭은 어떤지, 성과급이나 각종 수당은 어떻게 지급되는지까지 살펴보게 된다. 당장 받는 금액에는 큰 차이가 없더라도, 그 차이가 10년 이상 쌓이면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격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일을 하는 회사라고 해서 임금이 낮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기업마다 재정 상황과 사업모형, 보상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사회적 목적과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추구하는 만큼, 인건비와 직원 보상에 어느 정도의 자원을 투입할 수 있을지는 중요한 고민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구직자에게 중요한 것은 회사가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가 구성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돌아오는가 하는 점이다. 그 가치가 임금이나 성과급, 복지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알 수 없다면, 결국 구직자는 가장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숫자인 ‘연봉’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고용안정성과 경력의 확장성 역시 임금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다. ‘이 회사가 3년 뒤에도 안정적으로 운영이 될까?’ ‘여기서 3년 일하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같은 질문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하게 된다.
오늘날 일은 단순히 먹고살기 위한 수단을 넘어,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선택이기도 하다. 특히 자신의 적성과 가치관에 맞는 일을 선택하고, 일을 통해 성장하며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사회적기업 역시 ‘좋은 일을 하는 곳’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자신의 삶과 경력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까지 줄 수 있어야 한다.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일과, 그 일을 하는 나의 미래가 함께 그려질 때 비로소 청년에게 매력적인 일자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일자리가 주어지는가
사회적기업의 채용공고를 찾아보면 대체로 ‘우리는 이런 좋은 일을 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눈에 띈다. 물론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리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구직자가 정말 궁금한 것은 그다음일 수 있다. 내가 이 회사에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만큼, ‘나에게는 무엇이 얼마나 돌아오는가’ 하는 것이다.
회사가 만들어낸 사회적 성과를 화폐 가치로 환산해 인센티브를 받는 것은 결국 회사의 성과다. 내가 그 성과를 만들어낸 구성원이라면, 그 가치가 나의 임금이나 성과급, 복지와 성장의 기회로는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설령 회사가 얻은 인센티브의 상당 부분을 직원들의 처우 개선이나 인건비에 다시 투입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구직자가 그 사실을 알 수 없다면 채용 과정에서 그것은 아무런 매력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결국 사회적기업이 청년들에게 ‘좋은 직장’으로 선택받기 위해서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뿐만 아니라, 그 일을 통해 구성원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내가 지원하려는 회사가 어떤 사회적 성과를 만들어냈는지 알아보는 것과, 그 성과가 실제 직원들에게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연봉은 얼마인지, 성과급은 있는지, 복지는 어떤 지, 승진이나 교육 기회는 충분한지, 실제로 직원들이 얼마나 오래 근무하는지까지 일일이 찾아보고 비교 하기란 쉽지 않다. 당장 수십 개의 채용공고를 들여다보고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이름조차 생소한 기업의 내부 성과보상 체계까지 파고들 취업준비생은 얼마나 될까. 좋은 일을 하는 회사인지 알아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곳이 나에게 좋은 직장인지까지 확인하기는 더 어렵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이 청년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얼마나 좋은 일을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여기서 일하면 당신에게 무엇이 좋은 지’를 보여주는 일이 필요하다. 사회적 성과뿐 아니라 임금과 복지, 성과보상, 교육과 성장 기회, 고용의 안정성처럼 구직자가 실제로 궁금해하는 정보들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서로의 가치를 더하는 일
언젠가부터 ESG라는 단어가 급부상했고, 사회문제와 환경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도 널리 퍼졌다. ‘나’보다 ‘우리’, ‘개인’보다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기업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도에 발맞춰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은 여전히 쉽지 않다.
지금의 사회적 가치 역시 계속해서 변해갈 것이다. 나 역시 앞으로 ‘일’이란 영역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알 수 없다.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질 수도 있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잘못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사람의 가치도, 사회의 가치도 끊임없이 변하니까.
다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의 가치(자신의 삶과 정당한 몫)를 포기해야 하는 세상은 아니었으면 한다. 어느 드라마 제목처럼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면, 적어도 좋은 일을 하겠다는 사람에게까지 그 싸움을 요구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누군가의 가치를 깎아내려야만 다른 누군가의 가치가 높아지는 세상도 아니었으면 한다. 가치 있는 일은 결국, 서로의 가치를 더하는 일이어야 하니까.
나와 같은 ‘열정의 휴머니스트’들이 현실 앞에서 하나 둘 마음을 접는 대신, 자신이 중요하다고 믿는 가치를 계속 일로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좋은 일자리가 주어지고, 회사와 구성원이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조금 더 나은 일의 모습이다.
글: 김연우 멘티 (청년재단)
원문: [SV Hub] [HERITAGE] 청년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적 기업 : 좋은 일은 하고 싶은데, 좋은 직장도 갖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