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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가치연구원

사회문제를 보는 세 가지 잘못된 습관

*본 콘텐츠는 SOVAC Together 콘텐츠 파트너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연구보고서를 담고 있습니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의 이슈 브리프 Vol.12는 '사회문제를 보는 세 가지 잘못된 습관'에 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우리는 사회문제를 제대로 보고 있는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세 가지 잘못된 습관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인식 전환을 제안합니다.


서론

사회적가치연구원이 2018년에 개원했으니, 내가 이 분야에 발을 들인지도 만 8년이 되어 간다. 공공가치를 연구하는 행정학도 사회적 가치와 유사한 맥락이라고 본다면, 학위를 마친 시점부터는 약 15년 정도 흘렀다. 기업이 설립한 비영리 연구재단인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시장의 방식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방법을 모색하며 현장을 중심에 둔 실천적 연구에 가깝다. 또한 사회적 가치는 특정 학문이나 산업을 대상으로 하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글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나의 커리어는 순수 학문 연구에서 현장 연구로, 공공부문 연구에서 기업과 시장 관점의 사회문제 연구로 옮겨왔다. 그 과정에서 느낀 장점은 학계와 현장의 다양한 전문가들의 식견과 영역별 이견을 종합하면서 내 생각을 발전시킬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단점은 나의 전문성이라는 것이 원래 있었나 의심될 정도로, 얇고 넓게 두루두루 아는 지식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고백으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요즘 들어 사회문제를 다루는 다양한 글을 꼼꼼히 읽지 않는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습관의 변화가 아니다. 어쩌면 연구자로서 사고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왜 그럴까?


첫째, ‘연구자의 지적 오만’이다. 제목·소제목만 봐도 대강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는 착각이 앞선다.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배경지식이 넓어진 덕분일 수도 있지만, ‘요지는 이미 안다’는 성급한 판단이 글의 논리 전개를 따라가려는 의지를 약화시킨다. 결국 나는 타인의 사유 구조를 탐색하기보다, 내 해석의 틀에 맞춰 읽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물론 독자 친화적으로 잘 정리된 글은 ‘좋은 글쓰기’의 사례로 따로 저장해 둔다.


둘째, ‘인식의 관성’이다. 내 시선이 낡아버린 것이다. 새로운 지식에 대한 포괄적 탐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몇 년 되지 않은 경력 속에서도 이미 내 시야와 주관이 굳어졌고, 이를 뒷받침하는 글만 취사선택해 읽는다. ChatGPT의 도움으로 빠르게 정리된 정보에 의존하기도 한다. 점차 타인의 논리를 따라가기보다, 내가 이미 믿고 있는 관점을 강화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셋째, ‘사회문제 담론의 반복성’이다. 사회문제를 다루는 글들이 대부분 비슷한 말과 해법을 되풀이하는 것 같다. 빈곤, 불평등, 저출산, 지역소멸, 교육격차 등 주제는 달라지지만 논의의 구조, 언어, 방법론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한계를 가장 절실히 느끼는 곳이 바로 기업이 만든 비영리 연구재단인 사회적가치연구원이다. 공공성과 시장성이 교차하는 이 접점에서 나는,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전통적 시각이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음을 자주 느껴왔다.


이 세 가지 이유를 돌아보며 깨닫는다. 어쩌면 나 자신이,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사회문제를 논의할 때 이미 낡아버린 언어와 틀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습관이 과연 틀리지 않았는지, 그 방향을 되묻고 싶었다. ‘우리는 사회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사회문제의 속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사회문제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사회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구성된 현실’이다. 객관적 조건이 아니라 사람들이 ‘문제라고 규정하는’ 사회적 활동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본 글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돌아보기 위해 작성하게 되었다.


본 글에서는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잘못된 세 가지 습관으로 관성적 유형화, 수치화의 마취효과, 소극적 태도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이 구분은 사회문제 논의의 전형적 흐름인 개념화–해석–실천의 단계를 그대로 비추며, 이를 통해 우리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형성되고 또 어떻게 갇혀 있는지 성찰하고자 한다.

사회문제를 보는 세 가지 잘못된 습관


1. 관성적 유형화

사회문제를 유형화하고 구조화하는 과정은 체계적인 진단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 작업이 언제나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문제를 유형이나 단위로 나누어야만 이해할 수 있다고 믿지만 오히려 익숙하고 검증된 프레임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현실의 다층성과 유동성을 왜곡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사회문제의 지도를 잘못 그릴 위험에 직면한다. 지도가 틀리면 나침반을 아무리 조정해도 아무리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

본 절에서는 관성적 유형화의 사례로 문제 구분, 세대 구분, 행정구역 구분을 살펴본다. 그리고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이론적 해석을 덧붙여보고자 한다.1-1. 유형화는 이해를 돕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의 얼굴을 가린다. 

(요약) 현대 사회문제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다층적이고 교차적인 양상을 보이지만, 기존의 분류체계에서는 이를 단일 분야로 축소하거나 단순하게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1-2. 연령대가 아니라 같은 경험을 공유한 집단이 중요하다. 

(요약) 경험과 기억, 신념의 차이는 사회문제에 대한 세대별 인식과 체감도에 영향을 미친다. 


1-3. 삶의 문제는 경계를 넘지만 여전히 정책의 단위는 행정구역이다. 

(요약) 행정지도에는 선이 존재하지만, 시민의 삶에는 그러한 경계가 없다. 


1-4. 관성적 유형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사회문제 분류체계가 쉽게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제도적 경로의존성 때문이다. 한 번 정립된 정책 분류나 행정 체계는 관성에 따라 유지되기 쉽고, 크고 작은 이해관계자들이 기존 틀을 고수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국가는 일단 특정한 정책 경로를 선택하면 그 경로를 수정하거나 벗어나기 어렵다. 이는 정책 행위자와 제도가 상호의존적으로 제도화되기 때문이며, 변화를 원하는 측은 막대한 노력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둘째, 통계와 행정의 보수성이다. 사회지표와 행정통계 체계는 장기 시계열 비교를 중시하기 때문에, 새로운 분류를 도입하는 데 소극적이다.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계속 활용하려다 보니, 설령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더라도 기존 지표 범주 안에 억지로 포함시키거나 아예 간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분류 작업 자체의 구조적 난점과도 관련된다. 정책을 개념적으로 명확히 구분된 범주로 일관되게 배정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실의 복잡성을 단정적으로 구획하는 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어, 기존 틀을 조금씩 보완하는 점진적 개선이 반복될 뿐이다.


셋째, 정치적·담론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새로운 분류를 공식화한다는 것은 곧 그동안 공식 통계에서 다루지 않던 문제를 인정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정책 실패의 시인이나 책임 증가로 해석할 가능성을 우려해, 가급적 기존 용어와 체계 안에서 문제를 다루려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통계 항목에 혐오범죄를 별도 범주로 신설한다고 상상해 보자. 이는 기존 치안 프레임에서 포착하지 못했던 사회적 갈등 문제를 이제야 인정하는 셈이 된다.


1-5. 문제의 단위를 바꾸면 해결의 상상력도 커진다. 

사회문제를 진단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오래되고 경직된 유형화는 문제 해결의 시간 격차를 발생시켜 사회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집행되는 예산 규모에 비해 수혜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정책 임팩트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즉, 문제정의 단계의 경직성이 정책 효과성의 한계를 구조적으로 규정하는 셈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책 및 서비스 제공자 중심의 분절적 접근에서 벗어나, 경험과 수요를 반영한 교차적·세분화된 분류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단순히 연령이나 세대를 10년 단위로 구분하기보다, 유사한 사회적 경험을 공유하는 코호트(cohort) 집단

으로 구분하거나, 라이프스타일(예: 욜로족, 딩크족 등)과 같은 사회문화적 정체성에 기초한 분류도 고려할 수 있다.


사회문제 해결 단위를 행정 경계를 넘어선 광역·연계형 접근으로 확장할 필요도 있다. 행정구역 중심의 칸막이를 넘어, 기능적 권역 단위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대응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최근 지방정부 간 협력 시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나, 재정 권한, 법적 근거, 이해관계 조정 메커니즘의 부재 등으로 인해 여전히 실현에는 제도적 제약이 크다. (중략)


작성자 : CSES 정명은 책임연구원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원문 링크의 보고서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문 : [CSES] 사회문제를 보는 세 가지 잘못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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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문제를 보는 세 가지 잘못된 습관 등록일 20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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