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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착한 기업, 강한 기업


글. 연세대학교 이민희 학생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개념 있는 가치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소비에 있어서 구매하려는 제품 또는 브랜드가 본인의 신념과 부합하는지를 자세히 살핀다.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지, 윤리적인 방식으로 생산됐는지 등을 확인한 후 소비를 행하는 것이다. 

MZ세대들에게 취향이란, 개인의 선호 및 감각뿐 아니라 이념, 철학, 가치관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실제로 트렌드모니터가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착한 소비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8%는 '나의 소비가 남을 돕는데 쓰이는 것은 뿌듯한 일이다'라고, 68.9%는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 제품이면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라고 답했다.


(출처) 착한 소비 관련 인식 조사 결과/ 트렌드모니터


이제 기업도 착해져야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했다. 북미 2위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를 예시로 살펴보자. 파타고니아는 등산용 아웃도어 의류를 판매하는 브랜드로, 홈페이지에 브랜드 미션이 명확하게 적혀 있다. ‘최고의 상품을 만들고, 불필요한 해악은 유발하지 않으며, 환경 위기에 대한 솔루션을 자극하고 실행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사용하는 것(Build the best product, cause no unnecessary harm, use business to inspire and implement solutions to the environmental crisis).’


파타고니아가 진행하는 공동자원활용운동(Common Threads Initiative)이 추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그들은 '불필요함'을 감소(Reduce)시키고, 수선(Repair)하고, 재사용(Reuse)하고, 재활용(Recycle)하는 4R을 통해, 자연이 대체할 수 있는 것만을 소비하는 세상을 다시 상상해 보라(Reimagine)고 외친다.

실제로 파타고니아는 미국 전역을 돌며 소비자들이 소유한 중고 의류를 새 의류로 교환해 주거나 수선해 주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에 파타고니아를 입는 소비자는 스스로 환경을 중요시하는 의식적인 소비자라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파타고니아의 성공은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에 대한 강한 욕구를 증명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출처)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미션/ 파타고니아


그들이 결코 멍청하지 않은 이유

유수의 대기업들은 시류에 맞게 점점 더 착해지려고 애쓰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그저 착하기만 한 멍청한 기업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 실제로 많은 대기업들이 그들의 제품들을 더 착하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소비자로부터 더 착한 기업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마케팅을 바꾸고 있다. 

2019년 6월, 프라다는 바다에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하여 만든 토트백을 출시했다. 아디다스 또한 해양 플라스틱 찌꺼기를 이용한 운동화를 출시했다. 2015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재 회사 중 하나인 유니레버가 자사 브랜드 제품에 쓰이는 모든 플라스틱 패키징을 100% 재사용 가능한 원료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착한 기업’ 전략은 실제로 효과적이다. 예컨대 나이키는 30주년 기념캠페인인 “Dream Crazy”에서 미국 내 정치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던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을 메인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그는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 리그에서 퇴출된 바 있으며, 지금은 사회운동가로 활동 중인 인물이다. 

이 광고가 나간 이후 동일 분기 수입은 전년 같은 시기 대비 31% 성장했으며, 이 광고의 PR효과는 약 6조원으로 추정될 만큼 나이키의 사업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젊은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에 대한 성향을 제대로 공략하며 광고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출처) 나이키의 Dream Crazy 캠페인 속 캐퍼닉의 모습/ QUARTZ


착한 기업이 곧 강한 기업이다, B the best

여기 착한 기업임을 명시해주는 인증제도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비콥(B-Corp)’이 바로 그것인데, 비콥은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기업이 창출하는 긍정적인 사회· 환경적 성과를 전반적으로 측정하는 인증제도이다. Benefit(유익)은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Profit(이익)에 대응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비콥은 탐욕적인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2007년 미국에서 시작된 문화운동으로,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회에 유익(Benefit)을 제공하는 혁신적이고 착한 기업들에 부여하는 인증을 말한다.



(출처) 비콥 인증 마크/ bcorporation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70개 국가의 3,500개 기업이 비콥 인증을 받았으며, 비콥 한국위원회는 2016년 6월 활동을 시작해 비랩코리아(B-Lab Korea)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비콥 인증 기업으로는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려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소비자가 안경을 사면 제3세계에 안경을 지원하는 ‘와비파커’, 공정 무역부터 환경 문제까지 신경 쓰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앤제리스’ 등이 있다. 


한국의 비콥 인증 기업에는 친환경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 ‘이브’,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손목시계 브랜드 ‘닷’, 임팩트 비즈니스 컨설팅을 담당하는 ‘mysc’ 등 15여개가 존재한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 이러한 비콥 인증은 실제로 임팩트 투자자를 유치하고, 윤리적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기업의 미션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나은 성과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출처) 국내외 비콥 인증 기업/ 비랩코리아


착한 기업, 더 강해지려면

어떠한 기업이 사업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 당위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 단순히 사회적 당위성을 위한 사회공헌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필연적으로 착한 기업이 되어야 할 시대가 온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될 점이 하나 있다. 지속 가능한 착한 소비는 결국 ‘제품 경쟁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판매된 신발만큼 제3세계 아이들에게 신발을 기부하며 유명세를 탄 미국의 신발 브랜드 ‘탐스’가 파산을 눈앞에 두게 된 이유가 여기 있다.


(출처) 판매된 신발만큼 제3세계 아이들에게 신발을 기부하는 탐스/ wordpress.com


탐스는 기업 가치가 한때 6,000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공한 사회적 기업이었다. 특히 소비에 기부를 더한 ‘퍼네이션(funation)’ 신드롬을 일으킨 주역으로도 널리 알려져있다. 하지만 최근 탐스는 폐사 직전에 놓인 상태로, 2019년 말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탐스는 투자 부적격 등급인 ‘정크’ 수준으로 강등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초기 슬립온 슈즈의 성공과 퍼네이션을 통해 흥행을 이끌어낸 탐스는 이후 제대로 된 후속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와중에 탐스 창립자인 마이코스키는 신발 사업의 경쟁력 강화보단 또 다른 ‘착한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단일 상품에만 의존하며 이윤 창출의 기본인 소비자의 패션 소비 욕구에 발빠르게 반응하지 못한 탐스는 그렇게 내리막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아직 착한 소비라는 방식 자체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추가적인 요인인 듯하다. 성공을 담보하는 충분조건이 아닌 것이다. 착한 기업이 진정으로 강한 기업이 되려면 제품 경쟁력 강화라는 기업의 기본에 충실하되, 소비자가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으로서의 획기적인 착한 소비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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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고문] 착한 기업, 강한 기업 등록일 2021.07.23
카테고리 SV비즈니스 | 환경 출처 SOVAC
유형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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