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사람의 숨결을 지탱한다고 하지요. 구중궁궐도 사람이 떠나면 금세 허물어지는 법. 도심 속 빈집은 그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그래서 사회적기업 ‘더몽’이 나섭니다. 버려진 노후주택이 트렌디한 공유주택으로 탈바꿈하는 짜릿한 변신! 방치된 공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더몽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우리 함께 ‘새 집 줄게, 헌 집 다오’ 주문을 외워볼까요? |
“모두가 찾지 않던 빈 집도 저희의 손을 거치면 질 좋은 주거공간으로 변신합니다!” - 사회적기업 ‘더몽’ 나윤도 대표 |
오래된 빈집, 공유주택으로 변신!
쓰레기와 거미줄은 기본, 악취와 으스스한 분위기까지 감수해야 하는 빈집은 도시의 골칫거리입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 ‘더몽(The 夢)’의 나윤도 대표는 흉물로만 여겨지던 노후주택의 잠재력을 알아봤습니다.
대학생 시절,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15만 원인 지하 2층에서 자취를 하던 나윤도 대표는 해외 인턴십 차 방문했던 캐나다에서 난생 처음 공유주택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부담 없는 월세로 또래들과 질 좋은 주거 환경을 공유하는 데 매력을 느낀 나윤도 대표. 이러한 삶의 방식을 한국에서도 적용해보기로 합니다.
발품 팔며 얻은 인테리어 노하우, 특허까지 냈죠
노후주택 리모델링은 높은 비용으로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잠재력 있는 매물을 합리적 가격으로 구입해 수리하는 게 관건인데요. 나윤도 대표는 ‘부지런한 발품’을 비결로 꼽습니다.
“노후주택 소유자의 대부분이 연로하세요.
오래 알고 지낸 복덕방에만 집을 내놓는데,
그런 복덕방 주인 분들은 대개 최신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이용하는 데 익숙지 않거든요.
그래서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일일이 문을 두드리는 수밖에 없어요.
관리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활용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를 주로 살펴봅니다.”
반지하에 물이 잠긴 건물도, 꼭꼭 숨어있던 1930년대 적산가옥도 그 부지런함 덕분에 발견한 원석입니다. 물론 원석을 가공하는 일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집이 쉽게 노후하고 여름에는 누수, 겨울에는 결로가 고질적인 불청객이지요. 누수를 잡기 위해 천장을 3번이나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고, 모서리 마감이 직각으로 맞아 떨어지지 않아 시공에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공 노하우를 차근차근 쌓은 덕분에 나윤도 대표는 결로 방지와 단열 관련 특허까지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방치됐던 건물이 젊은이들이 오가는 세련된 공간으로 탈바꿈하자 동네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습니다.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의뢰가 들어와 인테리어 영역으로 사업을 자연스레 확장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 뿐 인가요? 지난해 서울시의 ‘희망의 집수리’ 사업에 선정돼 27여 가구의 집을 수리한 데 이어, 올해에는 100여 가구의 주거환경 개선에 나설 계획입니다.
따뜻하고 단단한 집, 겉만 그럴 듯한 집이 아니라 견고함을 갖춘 살기 좋은 집을 고민하는 더몽이 도심 구석구석의 풍경을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시골까지, 공간의 변신은 계속됩니다
집이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 혹은 부동산 가치로만 평가되지 않도록, 나윤도 대표는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함께 살고 싶은 친구∙지인 등 3~6명이 그룹 단위로 동반 입주하는 ‘프렌즈 유닛’이 그 중 하나입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입주민 간 갈등을 최소화하며 운영관리상의 편의도 높일 수 있지요. 최근에는 더 나아가 도시에서 시골로 시선을 넓혔습니다.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그 안에 채울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계속됩니다. 나윤도 대표는 지역주민과의 클래스, 자연에서의 액티비티 등의 로컬라이프를 만끽할 수 있는 '워케이션(Work+Vacation)' 문화를 만들어 지방 소멸 문제를 해소하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청년을 위한 담양에서의 1박2일 힐링 프로그램’은 지역 예술가와 함께하는 목공예 클래스, 동네 협동조합과 함께하는 쿠킹 클래스, 죽녹원과 소쇄원 산책으로 이어집니다. 지역의 문화예술이 빈집에 녹아들며 행복이 쌓이는 공간이지요.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곧장 직장생활을 했던 터라
지금의 사업 뼈대를 세우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는데요.
SK그룹과의 인연으로 사업 운영에 대한 많은 조언을 얻었습니다.
KAIST SE MBA 8기로 입학해 사업 방향을 체계적으로 배웠고, 든든한 동기들도 생겼어요.
SK프로보노를 통해 공유주택 전용 플랫폼 ‘밍글타운’ 론칭 및 사업 운영에 대한 컨설팅도 받는 등
큰 힘이 되었습니다. ”
지난 2018년부터 지금까지 노후주택과 빈 집을 새 집으로 변신시키며 사업의 기본 골조를 탄탄히 세운 더몽은 앞으로 시대와 호흡하며 계속해서 변신할 꿈을 꿉니다.
더몽의 집이 특별한 이유는 그 안에 ‘사람’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청년들을 위한 따뜻한 안식처가 되기를 꿈꾸는 더몽의 공간을 전국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