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개정된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본 콘텐츠는 SOVAC Together 콘텐츠 파트너 법무법인 미션의 전문가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벤처투자 표준계약서가 3년 만에 개정되었습니다.
벤처투자 표준계약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가 마련한 표준계약서입니다. 스타트업이나 벤처캐피탈 같은 업계 주체가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강제 규범은 아니지만, 실무에서 가장 널리 참고되는 문서로서 개별 투자계약을 협상할 때 사실상의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개정의 배경에는 지난 수년간 축적된 제도적·실무적 변화가 있습니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 개정, 글로벌 투자계약 관행의 확산, 그리고 창업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던 연대보증 관행을 손질하려는 정책적 요구가 맞물리면서, 기존 계약서를 시장 상황에 맞게 전면적으로 손볼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이번 개정은 크게 네 갈래로 정리됩니다.
첫째, 신주인수계약(SPA)과 주주간계약(SHA)이 하나로 뭉쳐 있던 통합형 계약을 분리형으로 재편했습니다.
둘째, 창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던 포괄적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하고, 책임을 고의·중과실이 있는 경우로 한정했습니다.
셋째, 집합적 동의권과 라운드별 이사 지명권을 도입해 최근 실무의 흐름을 반영했습니다.
넷째, 전환가격 조정(리픽싱) 조항을 글로벌 기준인 가중평균방식으로 표준화하는 한편, IPO 의무를 노력의무로 완화했습니다.
요컨대 그간 회사 및 창업자에게 과한 부담으로 작용하던 여러 조항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 조정하고, 창업자와 투자자 사이의 리스크를 보다 균형 있게 배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면 주요 개정 내용을 항목별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계약서 체계 변경: 통합형 ➔ 분리형 (SPA + SHA)
- 기존: 하나의 계약서에 주식인수(SPA) 내용과 주주 간 합의(SHA) 내용을 혼합하여 기재해 왔습니다. 이로 인해 투자 라운드가 반복될 때마다 회사·이해관계인의 의무가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 수정: 투자계약서(SPA)와 주주간 계약서(SHA)를 명확히 분리하는 체계를 도입했습니다. 거래완결 후의 경영 참여나 주식 처분 등은 SHA를 우선하도록 하여 계약 관리와 후속 투자 유치가 용이하게 개선했습니다.
2. 이해관계인(창업자) 책임 완화: 포괄적 연대보증 폐지
- 기존: 회사의 계약 위반이나 의무 불이행 시 창업자 등 이해관계인이 회사의 모든 의무를 공동으로 책임지는 ‘포괄적 연대책임(연대보증)’ 약정이 관행적으로 포함되어 창업자를 과도하게 압박했습니다.
- 수정: 포괄적 연대책임을 전면 폐지하고 일부 사항에 대하여 이해관계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연대책임을 부담하도록 전환했습니다. 이는 2023년 12월 개정 표준계약에도 반영되어 있던 부분이기는 하나, 벤처투자법 제14조, 제52조(제4의2호 신설)로 법제화되어, 이제는 개별 계약의 협상이나 당사자의 선택에 좌우되던 관행을 넘어 법률상 준수해야 할 기준으로 확립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에 따라 벤처투자회사·벤처투자조합 등 투자자는 원칙적으로 이해관계인에게 회사의 의무를 포괄적으로 연대하여 부담시키는 약정을 둘 수 없습니다. 아래의 ‘한정된 사유’가 발생하고 그에 대해 이해관계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① 선행조건 미충족 상태에서 투자금 납입 유도 ② 진술과 보장 위반 ③ 투자금 용도 위반 ④ 무단 주식 처분 (이상 표준계약서 제18조).
그리고 법률상으로는 ⑤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투자계약 위반이 포괄 사유로 추가되어 있습니다.
3. 전환가격 조정(Refixing) 방식: 가중평균방식 표준화
- 기존: 다운라운드(투자 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주 발행 등) 발생 시 투자자의 지분 희석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Full Ratchet(낮아진 발행가액으로 전환가격을 그대로 낮추는 방식) 방식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 수정: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어 가중평균방식(Weighted Average)을 표준으로 채택했습니다. 특히 잠재주식 수까지 분모에 포함하여 창업자의 지분 희석 폭을 가장 최소화할 수 있는 ‘광범위 가중평균방식(Broad-based 가중평균방식)’을 기본안으로 확립했습니다.
4. 투자자 사전동의권 행사: 만장일치 ➔ 집합적 동의권
- 기존: 개별 투자자가 각각 사전동의권을 가짐에 따라, 단 1명의 소수 지분 투자자만 반대해도 회사의 중요 경영사항이 마비되는 사실상 ‘만장일치제’의 폐해가 있었습니다.
- 수정: 동일 라운드 또는 우선주 투자자 전체의 의결권 주식 총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투자자 전원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집합적 동의권’ 방식을 표준안으로 도입하여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높였습니다.
5. 상환권의 관례적 사용 개선 및 기업공개(IPO) 조항 완화
- 상환권 축소 권고: 초기 벤처기업에게 과도한 재무적 부담(회계상 부채 인식 등)을 주는 상환권을 결합하지 않는 ‘전환우선주(CPS)’의 활용을 기본 권고안으로 제시했습니다.
- IPO 의무 성실의무화: 과거 기한을 정해두고 강제하던 IPO 의무 조항을 기업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가능한 이른 시간 내에 상장될 수 있도록 성실히 노력한다’는 형태의 노력의무(성실의무)로 명시하여 경영권 압박을 완화했습니다.
6. 이사지명권의 라운드별·집합적 행사
- 기존: 개별 투자자가 각자 이사 지명권을 요구할 수 있어, 투자 라운드가 반복될수록 이사회에 투자자 지명이사가 과도하게 늘어나 창업자의 경영권이 위축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 수정: 동일 라운드에 동반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서로 협의해 기타비상무이사 1인을 지명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지난 몇 년 사이 집합적 동의권과 라운드별 이사 지명권을 채택하는 스타트업 및 투자사가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이번 개정은 그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동의권 사항이 10개에서 많게는 20개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개별 투자사의 동의를 각각 받는 것은 회사의 행정·운영 측면에서 부담이 컸습니다. 특히 투자가 누적된 후기 기업일수록 그 불편함이 가중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집합적 동의권을 새로운 표준으로 삼는 건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이사 지명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각 투자사에 이사 지명권을 보장하고 실제로 모든 투자사가 이를 행사한다면, 이사의 수가 투자사의 수만큼 늘어나 현실성이 없었습니다. 또한, 실무에서는 후기 투자 라운드로 갈수록 후속 리드 투자자가 이사 지명권을 갖고 나머지 투자자들의 이사 지명권은 상실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이를 라운드별 리드 투자자에게만 보장함으로써 후속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율·합의 비용을 줄인다는 점에서 유의미합니다.
이처럼 집합적 동의권과 라운드별 이사 지명권을 채택하는 경우, 지배구조에 관한 권리는 투자자 전체가 공유하는 형태로 정리되므로 신주인수계약과 주주간계약을 분리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각 투자자는 개별적으로 신주인수계약(SPA)을 체결하되, 지배구조와 권리관계를 규율하는 주주간계약(SHA)은 전체 투자자가 하나의 계약으로 통합해 체결하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하면 라운드가 거듭되며 계약 간 권리·의무가 충돌하던 문제를 줄일 수 있고, 스타트업 운영과 후속 투자 유치 과정의 거래비용도 함께 낮출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개정을 단순히 투자자 권리 축소로만 볼 것은 아닙니다. 연대책임을 고의·중과실이 있는 경우로 제한하면서도 진술과 보장, 주식매수청구권, 위약벌 등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는 그대로 유지하여, 창업자와 투자자 사이의 리스크 분담에 균형을 맞추었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이번 개정은 창업자가 설령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지향하는 한편, 투자자의 정당한 권리 역시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실무의 흐름을 제도화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작성 : 박진우 변호사(법무법인 미션)
원문 : [법무법인 미션] (벤처투자 | M&A) 3년 만에 개정된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