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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나눔재단

맞춤 촉각자료로 시각장애 아이들과 수학을 잇다

*본 콘텐츠는 SOVAC Together 콘텐츠 파트너사 행복나눔재단 세상파일의 아티클을 담고 있습니다.


점으로 된 도형과 그래프를
시각장애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배우려면?


수학과 멀어져 가는 시각장애 아이들
여러분, 눈을 감고 ‘정육면체’를 한번 떠올려 보실까요. 이 도형을 눈으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이에게 설명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애로 인해 시각 정보를 활용할 수 없는 시각장애 아이들은 손끝의 감각으로 글자, 그림, 도형, 그래프 등을 이해합니다. 이때, 이러한 시각 자료를 시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점자, 입체 모형, 촉각 그래픽 등의 형태로 변환한 자료가 바로 ‘촉각자료’인데요.


비시각장애 아동이 보는 입체도형 그림    VS   시각장애 아동이 만지는 입체도형 촉각자료  특히, 수학 과목은 선, 도형, 그래프 등의 시각 자료가 많이 등장하고 이를 잘 이해하는 것이 학습에 있어 중요하기에 촉각자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과목입니다. 하지만 많은 시각장애 아이가 바로 이 촉각자료의 한계로 ‘수학’ 과목을 포기하고 있는데요. 세상파일의 조사 결과, 시각장애 중/고등학생의 무려 75%가 스스로를 ‘수포자*’라고 말했습니다. *수포자: 수학 과목을 포기하는 이들을 뜻하는 신조어

아이들의 평균 수포 시기초등학교 5~6학년으로, ‘수학이 흥미와 적성에 맞는지’ 알기도 전에 수학과 멀어지고 있었는데요. 그 결과, 시각장애 학생의 약 70%가 수학 기초학력 수준 미달이라고 합니다. 비장애 학생보다 무려 3.3배나 높은 수치이죠.

세상파일은 바로 이 문제를 주목했습니다.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수학 촉각자료

아이들은 왜 수학 촉각자료 이해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요? 우리는 크게 3가지 원인을 찾았습니다.

1) 시각장애 아동에 맞는 수학 촉각교재/교구 부족

교재의 경우, 현재는 점자로 된 수학 교과서가 전부인데요. 점자 수학 교과서에 실린 촉각자료는 이미지의 크기가 매우 작고 점의 강도(볼록하게 튀어나온 정도)가 약하며 점 간의 간격이 좁아 아이들이 손끝으로 인지하고 익히기에 어려운 형태입니다. 교구의 경우, 민간 소셜벤처에서 제작한 촉각 디스플레이인 ‘닷패드’가 유일한데요. 하지만 900만 원대의 고가로 개인이 구매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편입니다.

(왼쪽) 소셜벤처 닷(dot)의 ‘닷패드’ (오른쪽) 도형이 작고 촘촘한 수학 점자 교과서의 촉각자료

2) 수학 촉각자료 활용 교육기관 부재
또한, 처음 접하는 수학 촉각자료를 어떻게 인지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도 찾기 어려운데요. 공교육 현장에서는 학사 과정에 따라 수학 과목의 학습 진도를 나가는 걸 중점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민간 현장에서는 이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없습니다.

3) 가르칠 수 있는 전문 인력 및 교수법 부재
무엇보다, 특수학교의 수학 과목 선생님 또한 촉각자료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지도법을 잘 알지 못하는데요. 공식적인 교수법이나 교육 과정(커리큘럼)이 없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방식의 수학 촉각자료 교육을 시도하다 


세상파일은 수학 학습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시각장애 아동 수학 촉각자료 교육’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프로젝트의 대상은 수학 기초 학습이 이뤄지는 시기인 시각장애 초등학생(1~6학년)으로 선정하고 교육 과정, 교육 방식, 교재/교구 3가지 측면의 솔루션 개발에 나섰는데요.

1) 먼저, 시각장애 아동 맞춤의 '단계별 교육 과정'을 개발합니다.
아이들이 수학 도형의 기초 개념을 잘 이해하고 원활한 교과 학습이 이뤄지도록 돕는 걸 목표로 3단계의 교육 과정(총 36회차)을 구성했는데요.


1단계: 처음 접하는 수학 촉각자료를 어떻게 만지고 활용해야 하는지 방법을 익히는 촉각 기술 인지 교육을 시작으로.
2단계: 배운 기술을 활용해 실제 선, 도형, 막대, 그래프 등을 3D 입체부터 2D 평면까지 만지며 이해하는 도형/공간 이해 교육.
3단계: 수학 촉각자료를 활용해 본격적인 학년별 수학 개념과 원리를 학습하는 수학 응용 학습 교육까지 이뤄집니다.


2) 또한, '1:1 튜터링 교육 방식'을 적용합니다.
시각장애 아동마다 잔존 시력 정도나 장애 시점에 따라 선행 경험(눈으로 도형을 본 경험)의 여부가 다르고, 손끝으로 점을 인지하는 정도나 수학 학습 수준이 모두 다른데요. 그래서 세상파일은 1:1 튜터링 방식으로 아동 개별 맞춤 교육을 진행합니다. 시각장애, 초등교육, 수학교육 등에 이해가 있는 튜터를 선발해 아동을 매칭하고 1:1 가정 방문 교육을 지도함으로써 '○○이는 막대그래프는 잘 이해하는 데 표는 어려워하는 구나.' '△△이는 입체도형 전개도에서 꼭짓점과 선, 면 구분이 헷갈리는구나.' 등 아동별 학습편차를 면밀히 파악하고 맞춤으로 지도합니다.

튜터와 1:1로 수업 중인 아이들의 모습3) 이에 더해, 시각장애 아동 '맞춤의 교재/교구'를 활용하는데요.
교재는 시각장애 아동이 손끝으로 인지하기에 가장 적합한 점의 출력 크기/강도/간격을 찾기 위해 ‘제작-적용-보완’을 거듭하는 테스트 방식으로 최적의 교재를 제작합니다. 또한, 교구는 3D모형, 클레이, 모양자, 색종이, 칠교, 나무 블록 등 각 수업 회차의 주제에 맞는 다양한 교구를 찾아 모아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놀이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합니다.


세상파일 시각장애 아동 수학 촉각자료 교재 및 교구

세상파일 ‘시각장애 아동 수학 촉각자료 교육’ 프로젝트 파일럿의 시작

이렇게 탄생한 솔루션을 기반으로 세상파일은 본격적인 프로젝트 추진에 앞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했는데요. 이를 통해, 솔루션의 적합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효과성과 보완점을 파악하기로 했습니다. 
1차 파일럿 교육가장 입문 단계인 초등학교 1~2학년을 중심으로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 동안 진행됐는데요. 아동 3명을 선발해 16주간 1:1 튜터링 가정 방문 수업이 이뤄졌습니다.


세상파일 수학 촉각자료 교육 1차 파일럿 현장

그럼, 파일럿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요?

️ 먼저, 가장 중요한 아이들의 ‘촉각자료 인지도’가 평균 84점을 기록했습니다.

교육 종료 후, 필기 및 구술 테스트를 통해 아이들이 초등 1~2학년 수준의 수학 촉각자료를 얼마나 잘 인지하고 이해하는지 총 6가지 항목*으로 평가해봤는데요. 그 결과, 평균 84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획득했습니다. 교육 전에는 수학 촉각자료를 전혀 이해할 수 없던 아이들이 이제는 촉각자료에 제시된 기본적인 점, 선, 면을 변별할 수 있게 되고 기본 도형의 구분과 각각의 특징도 알게 된 것이죠. *기초 촉각 탐색, 관계 비교, 공간 인지, 도형 이해, 데이터 해석, 2차원 변환 등

️ 또한, 솔루션 교재/교구가 촉각자료 인지 향상에 효과적임을 확인했습니다.

교육 종료 후 튜터 및 참여 아동 부모님들과 오프라인 종결식을 갖고 생생한 피드백을 모아봤는데요. 먼저 교재(총 10권)의 경우, 촉각자료의 점/점선/실선/면 구분이 명확하고 각각의 도형이 큰 사이즈로 충분한 간격을 두고 출력되어 아이들이 인지하고 이해하기에 수월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또한 교구(총 7종)의 경우, 아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실물 도형을 만져보며 각각의 성질과 특징을 이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어요.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회차별 90분의 수업에 참여할 때, 흥미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놀이형 수학 학습 도구로써 큰 역할을 했죠.

튜터 및 부모님들과 함께한 파일럿 교육 종결식 현장현장에서 발견한 새로운 인사이트
세상파일은 이와 더불어 현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 위해 모든 튜터가 일일 교육 일지를 작성하고 1) 그날의 교육 내용부터 2) 아이가 학습을 힘들어 한 부분 3) 보완점 등을 공유하도록 했는데요. 이를 통해, 새롭게 고민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들을 발견했습니다.

튜터가 작성한 교육 일지️ 먼저, 교육 콘텐츠에 실전 응용 학습 과정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번 1차 파일럿 교육은 수학 촉각자료 인지 기술 및 원리 이해에 집중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실전 수학 문제를 풀어보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특히, 3차원 입체 도형과 같이 아이들이 한 번에 이해할 수 없는 원리의 경우 다양한 문제를 풀며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게 필요했는데요. 추후에는 아이들이 원리를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전 학습까지 이어지도록, 난이도별 응용 학습 과정을 보완하고자 합니다.

️ 먼저, 교육 콘텐츠에 실전 응용 학습 과정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번 1차 파일럿 교육은 수학 촉각자료 인지 기술 및 원리 이해에 집중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실전 수학 문제를 풀어보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특히, 3차원 입체 도형과 같이 아이들이 한 번에 이해할 수 없는 원리의 경우 다양한 문제를 풀며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게 필요했는데요. 추후에는 아이들이 원리를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전 학습까지 이어지도록, 난이도별 응용 학습 과정을 보완하고자 합니다.

(왼쪽) 빵 끈으로 만든 직육면체 (오른쪽) 2,3차원의 입체도형을 만들 수 있는 교구, 출처=4D프레임

️ 마지막으로, 가정 내 학습 지원할 예정입니다.

주 1회 진행되는 튜터 수업만으로는 아이들이 수학 촉각자료를 충분히 익히기에 한계가 있었는데요. 일상에서 “어제 먹었던 복숭아 통조림 모양 기억나? 그게 원통이야. 동생이랑 갖고 노는 공은 어떤 모양이지?”하며 가정 내 부모님의 학습 지원이 병행될 때 교육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때문에 부모님의 학습 참여와 지원이 더 원활히 이뤄지도록 교육 콘텐츠를 일반 활자인 ‘묵자’와 ‘점자’를 혼용해 병기하는 형태로 제작하고자 합니다.시각장애 아이들과 수학을 잇는 더 나은 솔루션을 향해
세상파일은 1차 파일럿의 결과와 인사이트를 토대로 파일럿 테스트의 대상을 초등학교 3~6학년까지로 확대해 솔루션을 보완하는2, 3차 파일럿을 이어 나갈 예정인데요. 아이들이 ‘시각장애 아동 수학 촉각자료 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수학과 한 걸음 더 친해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담당자 여혜진 매니저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Q. 솔루션을 개발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저도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엄마로서, 많은 아이들이 수학 과목을 어려워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물며 촉각자료로만 수학을 이해해야 하는 시각장애 아이들에게는 수학이 더 두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이제 막 수학을 접하는 아이들에게 “수학도 재미있다”라는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튜터분들께 가장 먼저 당부드린 것도, 수업 중 질문 하나를 하더라도 게임이나 퀴즈 놀이처럼 재미있게 지도해 주시라는 점이었죠. 이런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가 아이들이 수학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솔루션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Q. 실제 현장에서 파일럿을 진행하며 발견한 인사이트는?
파일럿 교육을 진행해 보니, 초등 수학 단계에서만큼은 ‘시각장애’로 인한 한계보다는 ‘학습 환경’이 아이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비록 기존에 도형이나 그래프 등을 눈으로 본 경험이 없을지라도, 장애로 인해 놓친 경험을 교육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만 있다면! 시각장애 아이들도 충분히 수학에 대한 흥미를 갖고 학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Q. 향후 더 효과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하고 계신 부분은?
수학 촉각자료 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어떻게 제작되느냐’입니다. 지금까지 아이들을 위한 촉각자료가 다양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도 ‘제작 방식의 한계’ 때문인데요. 원본 그래픽 이미지를 그대로 점자로 출력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선을 점으로 바꾸고, 원근이나 위치에 따라 점 간격을 다르게 표현하고, 손끝으로 인지하기 적합하도록 도형 요소를 조절해 배치하는 등 섬세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사람이 직접 작업해야 하는데, 관련 전문가가 많지 않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고 제작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앞으로 촉각자료를 개발/제작할 때는 이러한 부분의 솔루션도 함께 고민하고 고려할 예정입니다.


원문 : [세상파일] 맞춤 촉각자료로 시각장애 아이들과 수학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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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맞춤 촉각자료로 시각장애 아이들과 수학을 잇다 등록일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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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행복나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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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시각장애 #점자학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