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문제? 오히려 지금이 혁신의 기회입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 인구문제가 제기된 건 정말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풀리지 않고 더욱 심각해지고 있죠.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접근했던 방식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액셀러레이터인 저희는 해당 문제를 기술 기반으로 풀고자 하는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솔루션을 찾고, 비즈니스 임팩트를 창출하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인구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이런 접근법이 효과를 볼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인구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책 외에도 다양한 솔루션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성장 가능성을 우선 순위로 고려하며 임팩트형 테크 스타트업들을 발굴해 투자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대표 이용관)가 인구문제에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눈에 띄었다. 4월 SOVAC 인터뷰 대상자로 블루포인트의 이미영 이사(컴퍼니빌딩그룹장)를 선정한 이유다.
블루포인트의 이미영 이사는 날로 심각해지는 인구문제가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오히려 ‘기회’ 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해 좋은 사회문제 해결형 스타트업이 많이 등장하고 관련 생태계를 조성해 나간다면 인구문제 역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일문일답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스타트업이 어떻게 인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시장 동향과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살펴보자.
Q. 블루포인트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인구문제 영역에도 집중하신다고 들었습니다.
A. 블루포인트는 기술을 보유한 창업가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액셀러레이터 역할로 시작을 했습니다. 팀을 꾸린 직후나 꾸리기 전 상태에서 초기 투자를 진행하고 키워온 경험이 있는 회사예요. 육성할 스타트업을 선정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요소는 ‘이들이 풀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문제를 풀었을 때 임팩트가 얼마나 있는가’ 입니다.
인구문제는 블루포인트의 이용관 대표님께서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진 영역인데요. 스타트업들이 변화하는 인구 구조의 맥락 속에서 시장을 공략할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DMF(Demographic Product Market Fit·인구 구조 기반 제품-시장 적합성)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2023년 2월 ‘스타트업, 인구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주제로 인구혁신 포럼을 개최했고 11월에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Sustainable Stay in 영주' 포럼을 열면서 스타트업이 인구문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깊이 고민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Q. 블루포인트가 다룬 인구문제 해결의 구체적 사례는 무엇이 있나요.
A. 블루포인트 투자 포트폴리오 300여개를 살펴보니 10%인 약 30개 남짓이 인구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인구문제를 풀어내는 회사이기 때문에 투자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과거에 투자했던 스타트업들을 다시 살펴보니 인구문제와 연관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3년 전에 투자한 내이루리는 고령인구의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있습니다. 지방에서의 한달 살기 숙박 플랫폼인 리브애니웨어는 지방의 생활인구 증가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인구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겪는 매우 보편적인 문제라는 걸 의미합니다. 그만큼 시장도 큽니다.
Q. 저출산 관련하여 직접 만든 회사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A. 지난 2022년 12월 서울 마포에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돌봄 공백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 ‘아워스팟’을 열었습니다. 기존 아이 돌봄 서비스가 주로 플랫폼을 기반으로 선생님과 아이를 매칭해주는 방식인 것과 달리 아워스팟은 실제 공간을 기반으로 아이들의 방과 후 모든 활동을 1대1 맞춤형으로 제공합니다. 맞벌이 부모들이 경력 단절을 하지 않고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돌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공간을 기반으로 테스트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오래 버티기가 힘들어서 개인 창업자가 감당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본이 있고 창업 역량을 끌어올 네트워크가 있고 사업을 집중적으로 엑셀러레이팅할 수 있는 블루포인트 같은 회사가 도전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1년 7월에 제가 블루포인트에 합류해서 2022년 1월까지 기획을 하고 3월에 법인을 설립하고 12월에 첫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1년 6개월 걸렸네요. 지금은 운영 1년여 만에 월 매출 1500~1800만 원 정도를 기록하는 등 가능성을 보여서 이 결과를 바탕으로 확장을 준비 중입니다.
Q. 인구문제에서 또 하나의 큰 축을 차지하는 지역 소멸 관련해서도 실행 사례가 있죠.
A. 지난해 하반기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경북 영주에서 진행한 ‘2023 BETTER里’(2023 배터리) 실증사업입니다. 주거, 이동, 활동 등 인구문제로부터 파생되는 3개 분야에서 해결방안을 고민하는 스타트업을 참여시켜 영주 관광 경험을 특별하게 하고 생활인구를 늘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활용하는 블랭크, 모듈형 호텔을 설치하는 스페이스웨이비 등은 새로운 숙박경험을 제공했고, 백패커스플래닛과 알앤원 등은 분교와 등산로 등을 활용한 활동 경험을 만들었습니다. 로이쿠는 관광 택시를 디지털화해서 여행자들의 이동 편의를 키웠죠.
8개 스타트업을 선발하는데 90여개가 몰렸습니다. 기간이 3개월로 길지 않고 실증사업비도 3000만원 정도여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지방에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테스트해보고 싶은 스타트업이 많았던 겁니다. 지역 소멸과 같은 인구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대로 기획하고 함께 키워 나갈 플레이어들을 확보하고 그들 간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지자체와도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기술 창업 전문 엑셀러레이터’로서 현재 주목하는 인구문제 해결 관련 스타트업은 어떤 곳들이 있나요.
A.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 게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데카르트와 AI 기반 말동무 인형을 개발한 미스터마인드 등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이 초고령화 사회에 각광받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은퇴 후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Fintech) 기업들이 많은 투자를 받는 추세인데요. 미국의 퇴직연금 관련 서비스 제공 회사인 휴먼 인터레스트(Human Interest)는 지금까지 누적 6000억 원 이상을 투자 받았고, 영국의 연금 비교 서비스 펜션비(PensionBee)는 상장해서 2600억 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기록 중입니다.
로봇 기술도 흥미로운데요. 저희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에 치킨 튀김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로보아르테와 햄버거 패티 조리 로봇 제조사인 에니아이가 있습니다. 언뜻 보면 인구문제와 연결이 안되지만, 젊은 노동인구가 줄어들면 이런 로봇들이라도 있어야 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연관이 있죠. 또 이 로봇들이 언제까지 치킨만 튀기고 패티만 뒤집을 건 아닙니다. 다양한 영역과 연결되면서 새로운 솔루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블루포인트가 인구문제 해결 솔루션을 다각도로 고민하면서 이들 기업에게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제시할 겁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통상 스타트업은 (늘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에) 언제나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고 고객의 반응을 빠르게 인식해서 대응하고 변화하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구문제 역시 임팩트형 스타트업의 창의적 도전과 실험으로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블루포인트의 믿음입니다. 다만, 인구문제 솔루션 중에 ‘디지털 헬스케어’ 처럼 뾰족한 서비스로 접근하는건 개별 스타트업이 좀더 잘 해낼 수 있는 영역이지만, 지역 소멸이나 육아 문제 등은 주변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더해져야 성공할 수 있는 영역이죠. 기관이든 정부든 기업이든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어야 하고 그걸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생태계가 힘을 모을 때 훨씬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블루포인트는 그동안 쌓아온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해서 임팩트형 스타트업들이 인구문제 해결 실험을 보다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작성: 소셜임팩트뉴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