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얼마나 심각한 거야?
최근 뉴욕타임스에서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의 위기 상황을 유럽의 14세기 흑사병과 비교한 칼럼이 게재되었습니다. 인구감소 위기의 한국에 대한 우려는 이제 해외 매체에서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구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즉 합계 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TFR)이 대략 2.1명 정도여야 합니다. 이 숫자는 '대체 수준 출산율'로 알려져 있으며, 부모 세대를 자녀 세대가 정확히 대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현재 한국의 2023년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대체 수준 출산율을 훨씬 못 미치고 있습니다. 2023년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는 2030년을 기점으로 5,000만 명보다 적어지며, 2050년에는 약 4,730만 명 정도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출산은 고령화를 가속화하는 주된 요인입니다. 필요한 최소한의 인구, 즉 대체 수준 출산율이 유지되지 않으면 세대 간 인구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아 젊은 인구의 비율이 감소합니다. 고령 사회로의 분류 기준인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14%를 넘어서고,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되는데, 올해 1월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2023년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약 973만 명, 이미 19.0%에 달하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 중 나이 분포의 중간에 위치한 연령을 중위 연령이라 하는데, 2050년 중위연령은 60세입니다. 즉, 90년대생은 60세가 된 2050년에도 여전히 인구의 절반은 이 연령보다 어리고, 나머지 절반은 이 연령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출산율 감소속도 비교 그래프 / 자료=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구구조 변화의 원인은 여러 요인에 의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경제 발전, 교육 수준의 향상,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 주거비와 양육비의 상승 등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저출산의 인구학적 요인 중 하나는 비혼과 만혼의 증가입니다. 우리나라는 법률혼 내 출산이 대부분인데, 결혼이 지연됨에 따라 초혼, 초산 연령이 상승하고 그에 따라 기존까지 자연스레 유지되던 다자녀 출산에 변수가 생긴 것입니다. 더불어 기혼 무자녀 가구(이른바 딩크족)도 증가했습니다. 저출산의 사회구조적 요인으로는 여성의 노동 참여라는 대전환에도 양육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 혼인과 주거비용이 매우 상승한 것,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 역시 변화한 것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초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더합니다. 2023년 기준으로 청년 인구 1,017만 3,414명 중 55.5%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수도권으로 진입한 청년들은 주거비와 생활비에 부담을 느낀 상태로 치열한 취업 경쟁을 치러 내야 합니다. 경쟁의 심화에 따라 노동시장 진입 시점이 매우 이연되고, 이것이 자연스레 결혼과 출산 연령을 늦추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수도권 지역의 합계출산율은 0.5~0.6에 머물고 있어 소위 블랙홀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트리플 인구절벽의 시작, 2024년
"트리플 인구절벽"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2024년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대학교가 동시에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동시에 맞는 해입니다. 이는 유치원에 들어가는 2020년생,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17년생, 그리고 대학교 신입생이 되는 2005년생 모두 전년 대비 출생아가 크게 줄어든 해에 태어났다는 사실에서 기인합니다. 이 트리플 인구절벽 현상은 교육 시스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교육 기관의 수요 감소로 인한 학교 통합, 교육 프로그램의 재조정 등은 교육의 질과 접근성에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변화는 사회 구조 전반에 걸쳐 파급 효과를 나타낼 것입니다.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노동 시장, 부동산 시장, 소비 패턴 등 경제의 여러 측면에서도 인구 감소의 영향은 뚜렷합니다. 학령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향후 노동력 부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소비 패턴의 변화 역시 국내 경제 성장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며, 국가의 장기적 경제 발전 전략에 도전을 제기할 것입니다. 국방 분야에서도 젊은 인구의 감소는 병력 수급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며, 이는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변화는 국가가 교육, 노동, 부동산, 국방 정책 등에서 적극적인 조정과 혁신을 통해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사회적 가치 생태계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균형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인구문제, 소셜벤처와 사회적 기업은 아래의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고령 사회 대응을 위한 서비스와 제품 개발은 매우 유망한 분야입니다.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스마트 홈 기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여가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이 포함됩니다. 이는 고령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사회적 요구가 지속적으로 커지는 영역입니다.
두 번째로, 육아와 교육 분야에서의 혁신도 중요합니다. 육아 부담 경감을 위한 창의적인 해결책, 예를 들어 유연한 보육 서비스, 온라인 학습 플랫폼, 부모와 자녀를 위한 교육 콘텐츠 개발 등이 필요합니다. 이는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며 젊은 부모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지역 균형 발전을 촉진하는 사업들도 큰 가능성을 지닙니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농촌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업, 지역 사회와 연계된 관광 프로젝트,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사회적기업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사업들은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며,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이처럼 사회적 가치 생태계 구성원들이 인구구조 변화의 양상 속에서도 기회를 모색하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어간다면, 문제의 해결에도 기여함과 동시에 결국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시대에 사회적 가치 생태계가 함께하는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