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AC Flagship 세션] '로컬의 현재, 그리고 함께 만들어갈 미래'
지난 9월 21일(월), '로컬'을 주제로 진행되었던 SOVAC Salon의 마지막 방점을 찍는 'SOVAC Flagship 세션'이 코엑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SOVAC Flagship 세션은 '로컬의 현재, 그리고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주제로 진행되었는데요. 그간 SOVAC Salon을 통해 확인한 로컬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로컬의 '프랙티컬 아젠다'를 만들어가는 학계, 민간, 생태계 전문가를 모셔 로컬의 그 다음 방향성을 짚어보기 위해 기획된 세션이었습니다.
아쉽게도 현장을 찾지 못 한 분들을 위해 뜨거웠던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오프닝 발제] "연결의 힘으로 진화해 온 SOVAC, 이제 로컬의 미래를 향합니다" (SK SUPEX추구협의회 지동섭 위원장)
이번 플래그십 세션의 첫 문을 연 SK SUPEX추구협의회 지동섭 SV위원장은 오랜 시간 협의회 멤버들과 함께 행사를 준비해 온 벅찬 소회를 밝히며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행사를 거듭할수록 참여하는 조직과 사람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남다른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위원장은 많은 이들의 관심 덕분에 SOVAC이 한층 더 의미 있는 무대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지동섭 위원장은 처음 SOVAC을 시작했을 때의 의도보다, 현장의 사람들이 이 플랫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모인 수많은 의견을 종합해 보면 결국 SOVAC의 본질은 하나로 모였다고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바로 '더 많은 사람들의 연결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더 잘 해결해 나가는 협력 플랫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2019년 첫발을 뗀 SOVAC은 초기에는 사회문제를 풀기 위해 곳곳에서 애쓰는 혁신가들을 세상에 알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단순한 소개를 넘어 서로 협력하고 함께 성장하는 단단한 연대의 장으로 거듭났다고 설명하며, 이제는 공공과 민간, 소셜벤처가 한데 엮여 사회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임팩트를 키워가는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축제가 큰 성과를 거둔 만큼, 올해는 세상의 수많은 난제 중에서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화두를 골라 연중 내내 깊이 있게 논의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바로 올해의 메인 아젠다로 선정된 '로컬(Local)'이었는데요. 지동섭 위원장은 이번 세션이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참석자들에게 새로운 연결과 담대한 실행을 여는 든든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발제를 마쳤습니다.
[키노트 1] "GDP가 아닌 지역의 모든 잠재력을 깨우는 사회연대경제" (한양대학교 김종걸 교수)
한양대학교 김종걸 교수는 "평소 강의가 기본 50분인데 오늘 딱 7분 만에 끝내라고 해서 고민이 깊었다"는 유쾌한 농담으로 청중들의 웃음을 이끌어내며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김종걸 교수는 지역 소멸이라는 심각한 위기 앞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로컬 혁신의 목표부터 명확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짚었는데요. 이어 단순한 GDP 수치 상승이나 몇몇 특출난 성공 모델 한두 개를 만드는 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가 정의한 로컬 혁신의 참된 목표는 '그 지역이 품고 있는 사람과 자연, 문화와 역사 등 모든 역량을 온전히 최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에 어떤 자산이 있는지를 먼저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그 탄탄한 자산의 기반 위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단단한 공동체를 꾸려갈 때 비로소 자생력 있는 로컬이 완성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김종걸 교수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사회연대경제 관련 제도적 인프라 혁신을 언급하며 지금이 정책의 일대 전환기라고 역설했습니다. 그동안 각 부처의 칸막이 속에 파편화되어 있던 지원 사업들을 현장 중심으로 과감히 통합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단순 보조금을 쥐여주는 방식을 벗어나, 에너지 자립 마을(RE100)이나 지역 특산품 육성처럼 지역 스스로 수익을 내고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는 금융·생태계 인프라가 절실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거 정주영 회장이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 하나로 영국 런던에서 돈을 빌려와 조선업을 일궜던 일화를 들며, 지금 우리에게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지식과 첨단 기술, 우수한 청년 인재, 그리고 은퇴를 맞이한 1천만 베이비부머의 자본과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대기업의 사회적 권위와 지역 청년들의 혁신 역량을 지혜롭게 결합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로컬 생태계를 충분히 일굴 수 있다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키노트 2] "두 결핍이 만나는 교차점: 비인지 역량을 키우는 지역재생" (현대해상 정경선 부사장)
현대해상 정경선 부사장은 과거 서울 성수동에서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를 이끌며 소셜벤처 밸리를 일궈냈던 생생한 현장 경험을 꺼내놓으며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정 부사장은 오늘날 한국 사회가 마주한 거대한 위기를 '지역의 결핍'과 '청년의 결핍'이라는 두 축으로 정의했는데요.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라 두 영역의 결핍이 서로 얽히며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점에서 이 두 축이 함께 고려되어야 함을 주장했습니다.
지역은 청년 인구가 급격히 빠져나가며 생산 연령이 줄어들고 스스로 살아갈 자생력을 잃어가고 있는 처지입니다. 반대로 청년들은 과열된 수도권 경쟁에 내몰려 스펙 쌓기에만 치이다 보니 주도적으로 실전 문제를 해결해 볼 무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정 부사장은 이 두 가지 결핍이 맞물리는 교차점이야말로, 청년에게는 가슴 뛰는 기회의 무대가 되고 지역에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해상이 추진해 온 지역재생 프로젝트 '트레일마크(Trailmark)'와 울산에서의 구체적인 실험 사례들이 소개되었습니다. 코멘토와 협력해 부울경 청년 186명에게 실무 경험을 제공한 Re:boot Ulsan, 대학생 창업 부트캠프, 그리고 코끼리공장과 함께 방어진에 구축한 복합 커뮤니티 공간 '안녕, 방어진'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하드웨어 중심의 일회성 건물을 짓는 대신, 현지 청년과 주민들이 부대낄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촘촘히 채우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 부사장은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는 인간의 단순 인지 기능을 대부분 인공지능이 대신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결국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경쟁력은 사람과 부대끼고 필연적인 실패와 눈물을 겪으며 단단해지는 '비인지 역량(Non-cognitive skills)'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기업의 사회공헌 또한 단순 시혜적 기부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자생력을 키우는 장기적 투자로 나아가야 하며, 청년들이 로컬의 진정한 주역으로 설 수 있도록 기업들이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다하겠다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오프닝 발제 및 키노트가 종료된 후, 패널토의가 진행되었습니다. 패널토의에는 다른파도 이강희 대표, 임팩트얼라이언스 허재형 이사장, 카카오임팩트 육심나 사무국장, 한양대학교 김종걸 교수, 현대해상 정경선 부사장이 참여했으며,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가 모더레이터를 맡아 진행했습니다.
왼쪽부터 도현명 대표, 허재형 이사장, 육심나 사무국장, 정경선 부사장, 이강희 대표, 김종걸 교수
[패널토의 1] "로컬과 청년, 그리고 AI: 기업과 현장은 어떻게 발을 맞출 것인가?"
도현명 대표는 서울에서 10년간 IT·게임 개발자로 치열하게 일하다 하동으로 내려가 전통주 양조장을 차린 '다른파도' 이강희 대표의 독특한 이력을 소개하며 대담을 열었습니다. 수도권 대기업이 바라보는 로컬의 관점과 실제 지역에 터를 잡은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장의 시선이 어떻게 다른지 물었는데요. 여기에 최근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AI와 디지털 기술이 로컬 현장과 어떻게 자연스럽게 맞물릴 수 있는지도 함께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이강희 대표는 서울을 떠나 처음 지역에 내려왔을 때 수도권과의 극심한 인프라 및 정보 격차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농촌에서 청년이 지속가능하게 뿌리를 내리려면 지역의 본질인 농업에 단단히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판단해 양조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반짝하는 유행이나 외지인의 시선을 좇기보다, 지역 고유의 자산과 청년 자신의 전문성을 결합하는 것이 로컬 정착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정경선 부사장은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실질적인 근간은 여전히 지역의 제조업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울산처럼 탄탄한 제조 기반을 갖춘 거점에 피지컬 AI(Physical AI) 같은 첨단 기술이 스며들어야 청년들에게도 매력적인 미래 일자리가 열린다고 짚기도 했는데요. 카카오 육심나 사무국장 역시 "기술을 안다고 시장에서 저절로 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눈으로 바라봐야 비로소 살아있는 서비스가 된다"며, 수도권 중심에서 탈피해 전체 프로그램의 50%를 비수도권에 과감히 배정하고 있는 카카오의 현장 중심 전환 노력을 소개했습니다.
[패널토의 2] "최저임금 단기 인턴십의 한계를 넘어, '신뢰 자본'으로 청년을 키우자"
도현명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매년 수십조 원에 달하는 청년 지원 예산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정작 현장 청년들의 삶과 미래는 여전히 불안정하기만 한 뼈아픈 모순을 짚었습니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단기 보조금을 소진하고 떠나는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지원 방식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물었는데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실전 역량과 지속가능한 커리어 성장 경로를 열어주기 위해 공공과 민간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김종걸 교수는 "월 200만~250만 원짜리 최저임금 수준의 단기 인턴십 자리를 사방에 깔아놓는 방식은 청년들에게 아무런 미래를 주지 못한다"고 강하게 꼬집었습니다. 청년들이 실패와 거친 고생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유일한 원동력은 오직 '내 일에 대한 비전과 성장 가능성'이 보일 때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는데요. 사회적 가치 생태계가 청년들에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전문적인 커리어 사다리를 놓아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육심나 사무국장도 깊이 공감하며 카카오임팩트의 혁신가 지원 프로젝트 '브라이언 펠로우'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선발 단계에서는 다면 면접과 심층 검증을 통해 엄격하게 뽑되, 일단 선발된 청년들에게는 일일이 영수증을 검사하고 통제하는 대신 월 300만 원씩 2~3년간 오롯이 몰입할 수 있는 '신뢰 자본(Trust Capital)'을 쥐여주었다고 밝혔는데요. 사후 통제를 걷어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자율성을 주자 참여 조직들이 2배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며, 지역 청년들에게도 이와 같은 신뢰 기반의 장기 투자가 절실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패널토의 3] "지역에서 부딪히며 체감한 기회, 그리고 대기업 리더십의 '오케스트레이션'"
세 번째 순서에서는 실제 지역 현장에서 부딪히며 사업을 일구고 있는 청년 당사자의 생생한 목소리와 함께, 이들을 든든하게 받쳐주어야 할 대기업의 역할과 거버넌스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갔습니다.
이강희 대표는 서울에 남아 있는 옛 IT 동료들을 만날 때마다 "지역으로 내려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확신에 찬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1년 단위로 느리게 돌아가는 농업과 전통 제조 현장에, 서울 IT 업계에서 3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굴리며 체득한 '빠른 실행력'과 '데이터 기반 암묵지'를 접목하자 엄청난 시너지가 났다고 털어놓기도 했는데요. 지역이 가진 고유한 전통 자산에 청년들의 현대적인 문제해결 방식이 더해지면 도시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경쟁력이 생긴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정경선 부사장은 대기업이 로컬 생태계의 '오케스트레이터'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넘어야 할 내부적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일반적인 대기업 조직은 1년 단위의 단기 성과 평가로 굴러가기 때문에 실무진이 긴 호흡을 유지하기가 태생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놓기도 했는데요. SK나 현대해상처럼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및 오너)가 확고한 진정성을 갖고 긴 호흡을 지탱해 주는 리더십 거버넌스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기업과 지역이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패널토의 4] "칸막이 행정을 넘어서: 사회연대경제 기본법과 5년 단위 중장기 생태계"
마지막 주제로는 최근 국회와 정부에서 추진 중인 사회연대경제 관련 기본법 제정과 행정안전부 중심의 통합 추진 체계 개편에 대한 기대와 당부를 나눴습니다. 흩어져 있던 정책들이 한곳으로 모이는 제도적 전환기를 맞아 현장 플레이어들이 체감하는 변화의 방향을 짚었는데요.
김종걸 교수는 13년 만에 사회연대경제의 법적 토대가 마련되고 5개년 발전 계획이 수립되는 것은 공무원들에게 뚜렷한 정책 추진 근거와 예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현장의 창의성을 옥죄는 '관료적 통제'라고 거듭 당부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허재형 이사장 역시 그동안 부처별 칸막이 때문에 3년 단위로 사업이 리셋되던 고질적인 악순환을 끊어내고, 이번 통합법을 통해 최소 5년 이상의 중장기 호흡으로 생태계를 조율하고 육성하는 거버넌스가 확립되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좌장을 맡은 도현명 대표는 이번 플래그십 세션이 지난 5개월간 현장과 치열하게 호흡해 온 'SOVAC Salon'의 결실이었다고 돌아봤습니다. 오늘 나눈 이야기들을 단 한 번의 토의로 끝내지 않고, 앞으로도 전국의 로컬 현장을 직접 찾아가며 공공과 민간, 청년의 실질적인 연대를 계속해서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이른바 'SOVAC Salon in Local'에 대한 약속과 패널들의 참여를 촉구하며 세션은 마무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