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on Interview] 지역은 돈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을 남겨야 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가 아니라 세금입니다”…피스윈즈코리아 이동환이 진세키고원에서 배워온 것
피즈윈즈코리아 이동환 사무국장
전 세계 33개국에서 분쟁, 재해, 빈곤 등 위협에 노출된 이들을 지원하는 긴급구호 전문 NGO '피스윈즈코리아'는 국내 고향사랑기부제와 연계한 '유기견 안락사 Zero'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때의 경험을 기반으로 지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고향사랑기부제 및 기타 자원을 어떻게 하면 더욱 지속가능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깊이있는 고민과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하며 다양한 국가에서 지역과 자원을 연결하는 방식을 경험, 연구해 온 이동환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았습니다.
Q. 일본의 고향납세(후루사토 납세)와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고향사랑기부제를 ‘기부’가 아니라 ‘세금’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씀하셨어요. 이 관점 전환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일본의 후루사토 납세는 올해 도입 17년 차를 맞아 연간 약 1조 2,700억 엔(약 11조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단순히 답례품 때문이 아니라, 세금을 시민이 직접 지역과 문제 해결에 배분하는 제도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본은 최근 ‘문제 해결 조직 지정기부’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가현은 행정이 공익성과 전문성을 갖춘 NPO를 인증하고, 기부자가 원하는 단체를 선택하면 기부금의 대부분이 해당 단체의 사업으로 전달됩니다. 기부자는 ‘사가현’에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가현의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는 단체’, ‘재난 대응을 하는 단체’를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행정은 플랫폼 역할을 하고, 전문 조직이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입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지자체가 기부금을 받아 행정이 사업을 직접 집행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지역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만, 기부자가 ‘내 돈이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체감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고향사랑기부제를 ‘기부’가 아니라 ‘세금’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지금은 이름 때문에 많은 분들이 자선이나 후원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제도의 본질은 세금을 내가 원하는 지역에 배분하는 제도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연말정산처럼 접근합니다. 그래서 12월에 기부가 몰리고 시장이 커진 겁니다.
한국도 결국 그 방향으로 갈 거라고 봅니다. 공제 한도가 확대되고 제도가 자리 잡으면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중요한 건 그때입니다. 제도가 커졌을 때 누가 준비되어 있느냐. 행정도, 지역도,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Q. 그런데 답례품 중심으로 접근하다 보면 지역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어지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그게 딜레마예요. 그런데 저는 순서를 다르게 봅니다. 답례품이 나쁜 게 아니라, 답례품으로 시장을 먼저 키워야 합니다.
일본도 처음부터 지정기부를 한 게 아닙니다. 답례품 시장이 커지고 제도가 자리 잡은 뒤에 사가현처럼 NPO 지정기부를 열었습니다. 이제는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단체가 직접 기부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된 거죠.
한국도 지금은 시작 단계입니다. 지금은 답례품 시장을 키우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준비해야 할 게 있습니다. 여러분이 답례품을 만드는 조직이 아니라,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결국 제도가 발전하면 지정기부는 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때 ‘어떤 단체가 선택받을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지금부터 지역에서 성과를 만들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 되어야 나중에 지정 기부 대상이 될 수 있어요.”
Q. 인구 7천 명의 산간 마을 진세키고원정이 어떻게 유기견 살처분 제로를 만들고, 200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었나요?
“피스윈즈라는 전문 사회혁신 조직이 마을에 거점을 두고 ‘피스완코 프로젝트’를 실행했기 때문입니다. 고향납세를 통해 유기견 구조에 공감하는 전국 단위의 자금이 모였고, 그 돈으로 견사를 만들고, 수의사와 훈련사를 고용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자 1회성 기부가 장기 후원으로 이어졌죠. 유기견을 입양하러 사람들이 산골 마을을 찾아오면서 카페와 캠핑장이 생겼습니다. 행정이 할 수 없는 전문 영역을 민간 NGO에 열어주었을 때 발생하는 임팩트의 정석입니다.”
Q. 이 모델을 한국에 적용한 첫 사례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의 ‘피스멍멍’입니다. 진행 과정이 궁금합니다. 피스멍멍(광주), 피스냥냥(안성)에 이어 다음 지역은 어디를 생각하고 계신가요.
“한국도 이제 고향사랑기부제로 지정기부가 가능해졌습니다. 저희는 광주 동구와 함께 도심형 유기견 입양센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약 3억 9천만 원이 모였습니다.
중요한 건 건물을 지은 게 아닙니다. 기부로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만든 거죠. 지금은 피스윈즈코리아가 직접 운영하면서 안락사 없는 보호 원칙을 지키고, 입양 상담과 반려동물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개소 6개월 만에 3000명 넘는 시민들이 다녀갔습니다. 사람들은 건물에 기부한 게 아니라, 유기견이 가족을 만나는 과정에 기부한 것입니다.
올해는 경기도 안성에 유기묘 입양센터 ‘피스냥냥’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지금은 확장보다 안정화가 먼저입니다. 욕심내서 늘리면 다 무너집니다.
제 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지자체와 신뢰가 있어야 하고, 지역에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어야 하고, 우리가 그 지역에 오래 남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합니다.
그 세 가지가 맞을 때 다음 지역으로 갑니다. 한국은 ‘최초’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저는 2호, 3호를 성공시키는 게 훨씬 어렵고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성에서 그걸 유기묘 사업으로 꼭 증명해 보고 싶습니다.”
Q. 안성으로 이사 가시겠다고 하셨어요. 피스냥냥 프로젝트를 하러. 활동가 개인이 지역에 이주하는 결정이 프로젝트에 어떤 차이를 만든다고 보시나요?
“거리를 좁혀야 진짜 협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프로젝트 관리하는 것과 현장에서 사는 건 완전히 다르죠. 지자체장, 주민, 지역 조직들과의 관계는 밥 한 번 먹는 것에서 시작되니까요. 그리고 인구 유입도 하나의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가족이 안성 주민이 되면 그 자체로 지역에 뭔가를 주고 시작하는 거예요. 제가 강조하는 기브 앤 테이크의 원칙을 저부터 지키는 거고요. 물론 제가 다 옮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이 순서를 저부터 보여드려야 다른 조직들도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고향사랑기부제가 진정한 ‘로컬 자본’이 되기 위해 지자체와 로컬 빌더들에게 조언하신다면?
“지자체는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하려 하지 말고,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비영리·사회적경제 조직을 발굴하고 신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로컬 빌더들은 모금에 기대지 말고, 기부자들이 지갑을 열 만한 명확한 '해결 모델'을 제시해야 합니다. 돈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사람과 조직의 전문성이 지역에 남을 때, 비로소 사람이 머무르는 진짜 로컬 자본이 형성될 것입니다.”
[7월의 Salon Interview 공통 질문] 경계를 허물고 협력이 작동하는 로컬의 방법론에 대하여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기존의 경계를 허무는 협업을 통해 새로운 ‘로컬 자본’을 만들어내고 계십니다. 이번 SOVAC Salon 현장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로컬의 방법론이 있으신가요? 혹시 현장에서 시간관계상 못 다한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함께 전해주셔도 좋습니다.
“저는 로컬을 ‘지역’이 아니라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행정은 행정, 기업은 기업, 시민단체는 시민단체처럼 다 따로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지역 문제는 그렇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결국 같은 문제를 보고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저는 항상 행정은 플랫폼이 되고, 기업은 자원을 연결하고, 시민은 참여하고, NPO는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경계가 허물어질 때 비로소 로컬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사실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사람을 남기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설 하나 짓고 끝나는 사업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예산도 끝나고 사업도 끝납니다. 하지만 지역에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남으면 그 지역은 계속 변합니다. 일본 진세키고원도 그렇고, 사가현도 그렇습니다. 결국 남은 건 건물이 아니라 사람과 조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향사랑기부제도 결국 지역에 돈을 보내는 제도가 아니라, 지역에 해결조직을 키우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지역마다 하나씩 ‘문제 해결 조직’이 생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조직이 청년을 키우고, 주민과 연결되고, 지역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갈 때 비로소 지역에 새로운 자본이 만들어집니다. 결국 로컬의 경쟁력은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남기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본 인터뷰는 SOVAC Salon의 든든한 파트너 '소셜임팩트뉴스'의 지원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