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AC Salon

[Salon Interview] 국민연금 최우수 직원이 스타트업 대표가 된 이유

2026.08.10

“공공은 돈 주는 곳이 아니라 협업 파트너”…스타트폴리오 권우실이 20년 만에 알게 된 사실


스타트폴리오 권우실 대표 인터뷰

스타트폴리오 권우실 대표는 국민연금공단에서 20년 근무 후 사내벤처 1호를 거쳐 퇴사한 흥미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직 특성상 퇴사율이 낮고, 사내벤처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 하더라도 분사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적었던 당시 그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된 이유는 '나라 돈을 더 잘 쓰고 싶었다'는 것이었습니다. SOVAC Salon에서 다루어진 이야기와 더불어 현장에서 미처 다 풀어내지 못 한 이야기를 하나의 인터뷰로 엮어냈습니다. 


Q. 2014년 망원시장 ‘걱정마요 김대리’ 프로젝트가 여전히 공공-로컬 협업의 전설로 불리고 있습니다.

“당시 예산은 고작 100만 원이었습니다. 전통시장 상인분들과 8시간씩 회의하며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사내 행사에 필요한 다과를 맞춤형으로 포장·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기획했죠. ‘어려우니까 사주자’가 아니라, 행사 담당자(김대리)의 귀찮음을 해결해 주는 진짜 비즈니스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시장 매출이 3.3배 오르고 퇴사 위기였던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켰죠. 공공기관의 작은 예산과 신뢰가 현장의 민간 실행력과 만났을 때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내는지 뼈저리게 배운 경험이었습니다."

- 예산 100만 원으로 매출 3.3배를 만드셨어요. 지금 다시 그 상황에서 100만 원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다르게 하시겠어요.

“지금이면 좀 더 큰 그림을 그렸을 것 같아요. 그때는 망원시장 하나 살리는 게 목표였는데, 지금이라면 처음부터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을 거예요. 예를 들어 김대리 브랜드 자체를 지역 시장이 라이센스로 쓸 수 있게 만들거나, 대학생·기자단·마케터가 반복적으로 유입되는 커뮤니티로 설계하거나. 그때는 그 시장의 성공에만 집중했는데, 지금은 하나의 성공을 다음으로 옮기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관계 자본이 복리로 쌓이려면 시스템이 필요해요.”


Q. 발제에서 ‘공공은 돈을 주는 곳이 아니라 협업 파트너’라고 강조하셨는데, 반대로 공공과의 협업이 잘못됐을 때 스타트업에 남는 부작용도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제일 위험한 건 공공 지원금에 의존하는 거예요. 매년 사업계획서 쓰고, 매년 지원금 받고, 그러다 보면 시장에서 팔릴 제품을 만드는 능력이 사라져요. 저는 창업팀에게 항상 말해요. B2G는 레퍼런스로 쓰는 거지 매출의 축으로 삼는 게 아니라고.
두 번째는 담당자 리스크예요. 공공은 담당자가 자주 바뀌어요. 담당자와만 관계 맺으면 그 사람이 다른 부서로 가는 순간 관계가 끊겨요. 조직 자체와 관계 맺어야 해요.
세 번째는 시간 낭비. 공공은 의사결정이 느리고 절차가 많아요. 큰 계약 하나 붙잡고 있다가 몇 개월 날리는 스타트업 많이 봤어요.”


Q. 많은 로컬 브랜드와 스타트업들이 B2G(공공 시장) 진입을 어려워합니다. 가장 큰 오해는 무엇일까요?

“대부분 ‘우리 제품이 얼마나 좋고 트렌디한지’만 설명합니다. 공공기관은 트렌드나 개인의 취향으로 예산을 쓰지 않아요. ‘명분’이 필요합니다. 왜 이 타이밍에, 왜 이 지역 제품에 공공의 예산을 써야 하는지 답을 (우리가 먼저) 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주 ‘이시보 양조장’은 단순히 맛있는 막걸리가 아닙니다. 지역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산듸쌀 재배 면적을 10배 늘렸죠. 기관 입장에서는 이 막걸리를 행사 건배주로 쓰는 것만으로도 ‘지역 농가 상생’과 ‘로컬 브랜딩 지원’이라는 확실한 명분을 얻게 됩니다.”

“한편, 공공은 큰 걸 소화 못 해요. 예산도 정해져 있고, 담당자 재량도 정해져 있고, 절차도 정해져 있어요. 스타트업이 “제가 귀 기관 인프라를 다 바꿔드리겠습니다”하면 아무도 안 받아요. 그런데 “청년 취업 역량 강화 60분짜리 두 번 해드리겠습니다” 하면 담당자가 덥석 물어요. 왜냐하면 그건 담당자가 자기 KPI로 쓸 수 있거든요. 담당자 입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크기로 잘라서 그들의 언어로 제안하는 게 핵심이에요. 저는 이걸 통역이라고 불러요. 스타트업 언어를 공공 언어로 통역해서 전달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한 셈이죠.”


Q. 관계 자본이 다음 계약, 다음 소개로 이어진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그 확산이 시작되는 첫 번째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

“첫 관계는 소액이라도 만들어야 해요. 500만 원짜리든 1000만 원짜리든. 그리고 그 첫 계약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결정적이에요. 저는 항상 공공 카운트파트너를 승진시키겠다는 마음을 먹고 일을 해요. 그들이 잘되야 우리가 잘되는거죠. 과업의 성과를 두 기관(스타트업과 공공기관) 모두 share할 수 있을만큼 자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담당자의 상사, 동료 부서에도 우리 브랜드가 노출되게 만들어요. 국민연금이랑 스타트폴리오가 뭘 잘했는지가 건강보험 담당자한테 들어가야 다음 계약이 열려요. 그러니까 첫 계약은 매출이 아니라 스토리를 만드는 계약이에요. 그 스토리가 다음 관계를 부릅니다.

- 현장에서 공공기관을 ‘첫 번째 고객’이자 ‘최고의 레퍼런스’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초기 기업의 가장 큰 약점은 신뢰의 증거가 없다는 겁니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템이라도 시장은 망설이죠. 하지만 국민연금, 지자체 같은 공공기관이 먼저 구매해 주고 협업했다는 이력이 생기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공공이 보증했다는 그 ‘공신력’은 다음 고객의 검토 위험을 확 낮춰줍니다. 300만 원짜리 작은 수의계약이라도 괜찮습니다. 그 작은 성공의 레퍼런스가 쌓여 관계 자본이 되고, 다른 지자체와 대기업으로 시장이 열리는 복리 효과를 낳습니다.”


Q. 스타트업이 공공과 협업할 때 가장 크게 오해하는 지점 하나만 짚어 주신다면요.

“공공이 우리한테 뭘 해줄까?”라는 관점이요. 그게 아니에요. “우리가 공공한테 뭘 줄 수 있을까”가 시작점이어야 해요. 공공은 평가받아야 하고, 성과 내야 하고, 국정 과제 대응해야 해요. 그런 그들의 숙제를 우리가 어떻게 풀어드릴 수 있는지가 제안의 핵심이에요. 그러면 공공이 우리한테 예산을 배정해요. 왜냐하면 우리가 그들을 도와주는 파트너니까요. 이 관점 전환이 안 되면 계속 지원금 신청서 쓰는 '을'의 자리에만 머물게 돼요.

그러니 공공을 그저 ‘지원금을 주는 곳’으로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과, 실행의 명분과 신뢰를 가진 공공은 서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입니다. 일방적으로 돈을 받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의 문제를 공동으로 정의하고 해결하는 ‘동료’가 되십시오. 그 협업의 기록이 모여 여러분 브랜드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자본이 될 것입니다.”

로컬의 변화를 만드는 자본 오케스트레이션(Capital Orchestration)에 이제 여러분이 합류할 차례입니다. 거창한 투자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당신이 가진 작은 자원, 응원의 목소리, 소비의 선택, 혹은 업무적 전문성이 로컬의 문제를 푸는 핵심 지렛대가 될 수 있습니다.


[7월의 Salon Interview 공통 질문] 경계를 허물고 협력이 작동하는 로컬의 방법론에 대하여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기존의 경계를 허무는 협업을 통해 새로운 ‘로컬 자본’을 만들어내고 계십니다. 이번 SOVAC Salon 현장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로컬의 방법론이 있으신가요? 혹시 현장에서 시간관계상 못 다한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함께 전해주셔도 좋습니다.


“이 시대 창업가에게 필요한 기본 태도는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협업을 이야기하면 흔히 민간과 공공의 연결, 즉 민관협력만 떠올리지만 실제 변화는 훨씬 다방향적으로 일어납니다.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이 서로의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민민 협업’, 공공기관끼리 자원과 정책 수단을 결합하는 ‘관관 협업’, 그리고 이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민관 협업’이 동시에 작동해야 합니다.


한 스타트업이 모든 역량을 갖출 수도 없고, 한 공공기관이 하나의 지역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스타트업은 서로의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고 고객과 판로를 공유할 수 있어요. 공공기관도 각 기관이 보유한 예산, 인프라, 정책 대상, 전문성을 연결하면 단독 사업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시민과 지역 상인, 대학, 중간지원조직까지 참여하면 하나의 협업이 다음 협업을 낳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관계자본을 단순히 ‘아는 사람이 많은 것’(흔히 이야기하는 네트워킹 잘 한다) 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기업이나 기관을 중심으로 연결된 노드가 아무리 많아도, 모든 관계가 그 중심을 통해서만 움직인다면 그것은 넓은 연락망에 가깝죠. 진짜 관계자본은 그 노드들이 서로 연결되고, 각자의 자원과 신뢰를 교환하며, 새로운 협업을 스스로 만들어낼 때 형성됩니다. 관계의 수보다 관계 사이의 연결이 다중으로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이 공공기관 한 곳과 협업한 뒤 그 성과가 다른 공공기관으로 전달되고, 참여한 스타트업들이 별도의 공동사업을 만들고, 지역의 다른 주체들이 후속 협업에 합류한다면 최초의 관계는 일회성 계약을 넘어 하나의 협업 생태계가 됩니다. 관계자본이 복리로 성장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입니다.


따라서 로컬에서 경계를 허무는 협력이 작동하려면 ‘내가 누구와 연결될 것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내가 연결한 사람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가’, ‘이번 협업이 다음 협업의 기반이 되는가’를 함께 물어야 합니다. 공공도 스타트업도 관계를 독점하지 않고 서로의 자원과 파트너를 기꺼이 연결하는 오픈마인드가 필요합니다. 결국 로컬을 변화시키는 힘은 한 명의 뛰어난 플레이어나 하나의 거대한 자본이 아니라, 민민·민관·관관의 연결이 다차원적으로 작동하는 협업 구조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본 인터뷰는 SOVAC Salon의 든든한 파트너 '소셜임팩트뉴스'의 지원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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