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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ESG] COP26이 남긴 성과와 과제,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 할까?

‘인류의 마지막 희망’,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로 일컬어진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약 2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11월 13일 폐막했습니다. 당초 예정된 일정보다 하루 늦게 폐막할 만큼 COP26에서는 치열한 협상이 이뤄졌으며, 그 결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한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가 채택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국가간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로 해결하지 못한 숙제도 있습니다. 과연 COP26가 어떤 성과를 거뒀고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기업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아봅니다.


 

COP(Conference of the Parties)는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체결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The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이 개최하는 회의입니다. 1995년 독일 배를린에서 COP1이 처음 개최된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기된 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이 회의에서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비롯한 기후변화협약 이행 상황을 검토하고 효과적인 실행에 필요한 다양한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2015년, 195개 협약 당사국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고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이하 파리협정)’ 역시 COP21에서 체결됐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주도로 체결된 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1.5℃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파리협정은 급변하는 기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각 국가가 자발적으로 정하는 '국가결정기여(NDC)'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는 급격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으며, 각종 투자와 규제 움직임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입니다.


이처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세계적인 합의의 장인 만큼 COP의 파급력은 막대합니다. 특히 올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COP26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후변화대응과 ESG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열리는 첫 회의였습니다. 

또한 올해는 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이 본격 이행되는 원년으로, 감축·적응·재원·기술이전 등의 분야에서 총 90여 개 의제가 논의되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각국 정부 및 기업·기관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이번 COP26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당사국들이 ‘탄소저감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 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COP 합의문에서 ‘석탄(Coal)’과 ‘화석연료(Fossil Fuel)’를 최초로 명시한 것이 주목할 만한 성과로 꼽힙니다. 그동안 ‘석탄’과 ‘화석연료’는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여겨지면서도 각국의 경제 논리 때문에 COP 공식문서에 명시되지 못했습니다. 


전 세계 화석연료 생산 기업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고, 화석연료 생산을 줄일 경우 에너지 가격 및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이 우려되기에, 197개 당사국의 모든 동의하에 완성되는 결정문에 해당 단어를 명시하기는 어려웠던 것입니다. 그러나 국제 사회 및 환경 단체들의 거센 압박과 당사국들의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이번 COP26의 최종 합의문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에 이 단어들이 최초로 명시된 겁니다.


과거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COP16에서는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를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지만, 실제 확보된 금액은 목표치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에 이번 COP26에서는 COP16에서 합의된 적응기금 조성을 2025까지 연장함과 동시에, 2025년까지 2019년 대비 최소 두배 이상 적응기금을 확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사국들은 2025년 이후 신규 재원 조성에 관해서는 2024년 목표액을 확정하고, 이를 위한 기술전문가 회의 및 고위급 장관 회의를 2022년~2024년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COP26에서는 6년간 치열한 협상을 진행했던 국제 탄소시장 지침을 세워 파리협정의 세부이행 규칙(Paris Rulebook)을 완성했습니다. 국가간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탄소배출권 시장에 투명하고 통일된 국제 규범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특히 이번 합의에서는 쟁점이었던 탄소배출 감축분이 거래국가 양쪽에 모두 반영되는 '이중계상'을 막는 상응조정 방안도 마련됐습니다. 그간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탄소 저감 사업을 할 경우 어느 국가의 탄소감축 실적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갈등이 있었고, 양쪽 국가 모두의 실적으로 인정하는 이중계상의 문제가 빈번히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는 사업지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사업자가 국외로 이전하거나 사용하면 사업지 국가의 감축 실적은 인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해외에서 녹색사업을 통해 탄소 배출 감축을 인정받아 배출권을 확보해 매각한 경우, 사업지 국가는 배출권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상응조정 방법론의 정교화와 사업 감독관리 체계 마련 등 후속작업이 필요하기에 국제 탄소시장이 작동하기까지는 일정기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COP26에서는 파리협정에서 명시한 2100년 지구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를 재천명했으며,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각국이 기존에 제출했던 2030년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강화해 2022년 다시 재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NDC는 5년마다 제출하도록 협의돼 있으나, 현 상황에서는 신속한 탄소 감축 계획 이행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국가는 1.5℃ 제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NDC를 제출하기도 했으며, 현재 세계 각국에서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안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11월 9일(현지시간), 국제기후변화 대응 기구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각국의 2030년 NDC를 종합해 보면 2100년 지구 온도는 산업화 대비 2.4℃ 높아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COP26에서는 2030년까지 산림훼손 행위를 중단하고 훼손된 산림을 복원하기로 한 '산림·토지 이용 선언'에 100여개 국가가 동참했으며,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0% 감축하는 ‘국제 메탄 서약’에도 100여개 국가가 가입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산림·토지 이용 선언과 국제 메탄 서약에 모두 참여했습니다.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COP26은 여전히 국가 간 이해관계가 얽힌 핵심 쟁점사항에서 숙제를 남겼습니다. 먼저 탄소중립 달성 시점을 놓고 국가 간 의견 차이가 뚜렷했습니다. 미국, 유럽, 한국, 일본의 경우 탄소중립 달성 시점을 2050년으로 제시했으나, 중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는 2060, 인도는 2070년으로 발표했습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과거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 확인되었으나, 중국, 인도, 러시아는 속도와 접근방식에서 차이를 보였습니다.


환경운동가들이 COP26 행사장 인근에서 펼친 위해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한 퍼포먼스,
이들은 '세계 지도자들은 기후 게임을 멈춰라'라는 메시지를 펼치고 있다
(출처: Global NEWS 유튜브 캡처)


또한 COP26 결정문 초안에 선진국은 2030년까지, 개도국은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Phase out)하기로 하는 안이 담겼으나, 최종 결정문에는 ‘탄소 저감 장치가 없는’, ‘비효율적인’ 등의 단서가 달렸으며, 인도와 중국의 반대로 단계적 감축으로(Phase down)으로 문구가 완화되면서 그 의미가 다소 희석됐습니다. 


각국이 조성하기로 한 기후적응기금의 경우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지 합의되지 않았고, 개도국이 요구하는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보상에 대한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국제 메탄 서약에서도 주요 메탄 배출국인 중국, 인도, 러시아, 호주는 서명하지 않았으며, 204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중단한다는 협약에는 주요 자동차 생산국인 미국, 중국, 독일이 모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COP26의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

반면 국가 간 합의에서는 각 국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투자자와 기업들은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 COP26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COP26에는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 금융, 민간 부문 산업계 리더들이 대거 모여들었습니다. 빌 게이츠는 이번 회의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뚜렷한 기후 대책을 내세우고 있어 의미가 컸다고 진단했으며, 기업들은 COP26이 기업 경영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130조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탄소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신기술 투자와 기업·금융기관 개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전망입니다. 친환경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새로운 자금을 조달할 기회가 열리는 것이고, 이는 대규모 투자를 촉발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COP26에 참석한 빌게이츠(좌)와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제로를 목표를 위해 지난 4월 결성한 금융 연합체 GFANZ(우)


이번 COP26에서는 전 세계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요구한 국제 탄소 가격 정책에 한발 더 나아감으로써 새로운 무역질서의 기틀이 마련되었고, 기업들은 글로벌 표준 가격을 통해 탄소 관련 자산의 가치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는 기업이 기후문제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신속히 내리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은 이번 COP26을 통해 지속가능성 표준위원회(ISSB) 출범을 공식화했습니다. ISSB는 2022년 하반기에 전 세계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ESG 공시 표준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로 인해 ESG 평가가 더욱 정교해지고, 그만큼 ESG 투자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COP26의 논의 과정에서 보듯이, 국제 공조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방향성은 더욱 강화되고 있지만, 국가 간 실리와 이해관계에 따라 속도와 접근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ESG 경영과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하느라 분주한 상황입니다. 


이제 기업은 획일화된 비즈니스 전략을 추구하기 보다는 COP26의 결과를 반추하여 국가별, 산업별, 시장별로 차별화되고 세분화된 마켓 인텔리전스를 강화해야 하며, 기업별 맞춤형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글. 김정남 삼정KPMG ESG 비즈니스 그룹 상무
임두빈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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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월간 ESG] COP26이 남긴 성과와 과제,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 할까? 등록일 202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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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트렌드 | 환경 | 인프라/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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