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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마케팅의 새로운 기준, ‘이만하면 충분하다(Enough is Enough)’

2026.08.30

*본 콘텐츠는 SOVAC Together 콘텐츠 파트너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VIEW' 아티클을 담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지원을 바탕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Journal of Global Marketing에 게재되었습니다. 연구를 통해 도출된 주요 결과와 시사점을 공유합니다.


게재 논문: 

Kim, K. (2026). Virtue Ethics-Based Sustainable Marketing: How Biospheric Values and Ascription of Responsibility Shape Consumer Sentiment Toward Marketing. Journal of Global Marketing, 1-27.

(아래 링크를 통하여 무료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tandfonline.com/eprint/HBXUTGEJJYPQFZMUDTVK/full?target=10.1080/08911762.2026.2703061



덕윤리 기반 지속가능마케팅이 제안하는 새로운 철학

오랫동안 마케팅은 '많을수록 좋다(More is Better)'는 믿음 위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판매하며,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기업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길이라고 여겨졌습니다. 마케팅은 소비자의 욕구를 발견하고,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 내며, 시장을 확장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 자원 고갈 등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이러한 믿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정말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일까요?


최근 지속가능마케팅 연구에서는 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만하면 충분하다(Enough is Enough)'는 철학입니다. 이는 성장을 포기하거나 소비 자체를 부정하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소비하며, 자연과 공동체가 지속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기업과 시장을 운영하자는 새로운 기준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더 많이 만들거나 ESG 활동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제품과 서비스가 친환경적으로 바뀌더라도, 여전히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판매하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지속가능성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케팅 활동의 변화만이 아니라 마케팅을 바라보는 철학 자체의 변화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최근 주목받는 접근이 덕윤리 기반 지속가능마케팅(Virtue Ethics–Based Sustainable Marketing, VSM)입니다. 덕윤리는 ‘무엇이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오는가’보다 ‘어떤 기업이 되어야 하는가’, ‘어떤 소비자를 길러내야 하는가’를 먼저 묻습니다.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의 모든 의사결정에서 절제, 정의, 책임, 협력, 실천적 지혜와 같은 덕목을 고려함으로써, 기업이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는 조직을 넘어 사회와 생태계의 번영에 기여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효용주의에서 덕윤리로

현대의 경영과 마케팅은 오랫동안 효용주의(Utilitarianism)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효용주의는 '무엇을 하면 가장 큰 이익과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판단하며, 행동의 결과와 그 효용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기업의 성장과 소비 확대를 정당화하는데 기여했고, '많을수록 좋다(More is Better)'는 경제적 사고를 뒷받침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 생물다양성 감소와 같은 생태적 한계가 분명해지면서 이러한 사고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덕윤리(Virtue Ethics)입니다. 덕윤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 '어떤 사람이, 어떤 기업이 되어야 하는가?'를 먼저 묻는 윤리학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을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즉 개인과 공동체, 더 나아가 모든 생명이 함께 번영하는 좋은 삶으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삶은 절제, 정의, 책임, 용기와 같은 덕(아레테, Arete)을 반복적으로 실천하고, 상황에 맞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실천적 지혜(프로네시스, Phronesis)를 통해 형됩니다. 


현대 철학자 알래스데어 맥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는 이러한 덕윤리를 현대 사회와 조직의 맥락으로 확장했습니다. 그는 기업 역시 단순히 이익을 창출하는 조직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선을 추구하며 좋은 성품을 실천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효용주의가 '얼마나 많은 성과를 만들어냈는가'를 묻는다면, 덕윤리는 '우리는 어떤 사람이, 어떤 기업이 되고 있는가'를 묻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오늘날 지속가능성 논의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지속가능한 마케팅은 친환경 활동을 몇 가지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많을수록 좋다(More is Better)'에서 '이만하면 충분하다(Enough is Enough)'로, 기업과 소비자의 사고방식을 전환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친환경’만으로 충분할까? 소비자가 선택한 기준

제가 최근 수행한 연구 역시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동안 지속가능마케팅 연구는 주로 친환경 제품이나 ESG 활동이 소비자의 구매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는 과연 어떤 마케팅을 지속가능하다고 인식하는가, 그리고 어떤 가치와 책임의식을 가진 소비자가 덕윤리 기반 지속가능마케팅을 지지하는가를 실증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기업보다 절제와 책임, 정의를 실천하는 기업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다시 말해, ‘더 많이’ 판매하는 것 보다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철학을 실천하는 기업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또한 생태계의 안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느끼는 소비자일수록 이러한 마케팅 철학을 더욱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지속가능한 마케팅은 친환경 활동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기업과 어떤 소비문화를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철학의 전환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기업이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히 얼마나 많이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가치와 성품을 바탕으로 시장과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입니다.



지속가능한 마케팅,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요?

많은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기 위해 친환경 제품을 출시하고,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며, ESG 캠페인을 확대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친환경 활동을 늘리는 것만으로 지속가능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친환경 소재로 만든 신제품을 매년 출시하고,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새로운 구매를 권유한다면, 과연 이를 지속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제품은 친환경적으로 바뀌었지만,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좋다'는 철학은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덕윤리 기반 지속가능마케팅은 바로 이 지점에서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을 판매할 것인가’에 앞서 ‘어떤 기업이 될 것인가’를 묻는 것입니다. 기업의 의사결정에는 이익뿐 아니라 절제, 정의, 책임, 협력, 정직, 실천적 지혜와 같은 덕목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즉, 지속가능성은 기업이 추가로 수행해야 하는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제품을 만들고 가격을 결정하며 유통하고 광고하는 모든 과정에 스며들어야 하는 경영과 마케팅의 원칙입니다.


덕윤리 기반 지속가능마케팅은 4P를 어떻게 바꿀까요?

기존 마케팅은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고 판매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습니다. 반면 덕윤리 기반 지속가능마케팅은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를 다시 생각합니다. 


구분기존 마케팅덕윤리 기반 지속가능마케
제품(Product)
더 많이 팔 수 있는 제품정말 필요한 제품인가를 고민
가격(Price)
수익 극대화사회적·환경적 비용까지 고려한 공정한 가
유통(Place)
가장 빠르고 저렴한 공급사람과 지역사회, 환경을 고려하는 공급망
촉진(Promotion)
더 사고 싶게 만드는 광고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커뮤니케이션


이처럼 덕윤리 기반 지속가능마케팅은 친환경 제품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마케팅의 기준과 의사결정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접근입니다


소비자는 이러한 변화를 원할까요?

이번 연구에서는 전국의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덕윤리 기반 지속가능마케팅에 대한 태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생태계 전체의 안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그리고 환경문제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더 크게 느끼는 사람일수록 기업이 덕윤리에 기반한 마케팅을 실천해야 한다는 데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기업보다, 절제와 책임, 정의를 실제 경영과 마케팅에 반영하는 기업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는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단순히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비자가 공감하는 것은 환경을 위한 기업의 철학과 책임 있는 행동입니다.




기업은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요?

이번 연구는 기업에게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더 많이 판매하는 것'을 성공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사고에서 벗어 날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나 많이 팔았는가뿐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는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데 기여했는지, 사회와 환경에 어떤 가치를 남겼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둘째, 친환경 활동을 넘어 기업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일관된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는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보다 기업이 실제 의사결정에서 절제와 정의, 책임을 얼마나 일관되게 실천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지속가능성은 캠페인의 메시지가 아니라 기업의 행동과 문화에서 드러나야 합니다.


셋째, 마케팅은 소비를 자극하는 기술을 넘어 더 나은 소비문화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기업은 소비자의 욕망을 끝없이 확대하기보다, 필요한 만큼 소비하고 오래 사용하며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마케팅의 역할을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마케팅은 철학의 전환입니다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 생물다양성 감소는 더 이상 환경 분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의 제품 개발과 가격 결정, 공급망 관리, 광고와 커뮤니케이션 등 모든 마케팅 활동이 사회와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묻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친환경 제품을 출시하고 ESG 활동을 확대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엇을 얼마나 더 할 것인가’보다 ‘어떤 철학으로 기업을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덕윤리 기반 지속가능마케팅은 친환경 활동을 하나 더 추가하는 전략이 아닙니다. 제품과 가격, 유통과 촉진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를 바꾸는 철학입니다. 기업은 단순히 소비를 늘리는 조직이 아니라, 절제와 정의, 책임, 실천적 지혜를 바탕으로 사회와 시장의 방향을 만들어 가는 공동체의 구성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 역시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보다, 절제와 책임, 정의를 실천하는 기업, 다시 말해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철학을 실천하는 기업을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또한 생태계의 안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는 소비자일수록 이러한 변화에 더 큰 공감을 보였습니다.


이는 기업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판매했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어떤 기업이 되었는가, 어떤 소비문화를 만들어 왔는가, 그리고 사회와 자연의 지속가능한 번영에 얼마나 기여했는가가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이제 마케팅도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제품은 더 많이 팔릴 것인가?가 아니라,

이 제품은 정말 필요한가?

이 가격은 공정한가?

이 광고는 소비자의 욕망만 자극하는가, 아니면 더 나은 선택을 돕는가?

우리의 마케팅은 다음 세대에도 자랑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마케팅은 더 이상 소비를 촉진하는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더 나은 기업과 더 나은 소비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실천이 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많을수록 좋다(More is Better)'는 믿음 속에서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생태적 한계가 분명해진 오늘날, 이제는 '이만하면 충분하다(Enough is Enough)'는 새로운 철학이 필요합니다.

지속가능한 마케팅은 친환경 활동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어떤 기업을 만들 것인지, 어떤 소비문화를 만들어 갈 것인지, 그리고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 다시 묻는 철학의 전환입니다. 

그리고 그 철학의 전환이야말로 기업과 소비자, 사회가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 Fulbright Visiting Scholar 김기현


출처 :  (CSES) [VIEW] 지속가능마케팅의 새로운 기준, ‘이만하면 충분하다(Enough is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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