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프로젝트 매니저 3인과의 인터뷰 : 프로젝트를 만든다는 것
*본 콘텐츠는 SOVAC Together 콘텐츠 파트너 행복나눔재단 세상파일의 아티클을 담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진행한 세상파일 콘텐츠 서베이와 5월에 있었던 행복나눔재단 20주년 컨퍼런스, 서로 다른 자리에서 공통으로 나온 의견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세상파일팀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거였어요. 세상파일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번 소개해 드렸지만, 그 프로젝트를 실제로 누가 하고 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가고 있는지는 다뤄본 적이 없었더라고요.
그래서 세상파일 프로젝트 매니저 3인을 인터뷰해 봤어요. 여혜진, 양진우, 박정하 매니저의 이야기인데요. 세 사람은 세상파일이 장애 영역에서 다루고 있는 학습-이동-직업의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담당하고 있어요. 지금 맡고 있는 프로젝트를 어떤 계기로 맡게 됐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고 무엇이 가장 뿌듯했는지, 앞으로 어떤 것들을 이루고 싶은지 등을 물었어요.
오늘의 인터뷰이
(왼쪽부터) 여혜진, 박정하, 양진우 매니저여혜진 시각장애 아동 점자 문해력 교육 프로젝트 / 시각장애 학생 점자 문제집 적기 제공 프로젝트 / (신규)시각장애 아동 수학 촉각자료 인지 교재·교구 개발
박정하 장애인 고용 확대 프로젝트 / 다문화 자녀 교육정보 번역∙상담 프로젝트 / (신규)자립준비 청소년 진로 발달
양진우 장애 아동 맞춤형 이동 보조기기 지원 프로젝트 / (신규)자립준비 청소년 진로 발달
이 일을 만나기까지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여혜진 저는 재단에서 15년째 일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결식 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기업 지원 업무를 했고, 이후에는 여러 기업과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행복얼라이언스 사업을 담당했습니다. 이후에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세상파일팀으로 옮겨, 지금까지 여러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어요.
여혜진 매니저가 담당하고 있는 시각장애 아동 점자 문해력 교육 프로젝트
시각장애 아동 점자 문해력 교육 프로젝트란? 시각장애 아동이 점자를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단계별 점자 일일학습지와 1:1 방문 교육을 제공해요. 전국 시각장애 아동 182명에게 솔루션을 제공했으며, 그 결과, 참여 아동의 점자 문해력이 향상되었어요. |
박정하 저는 재단에 오기 전에 SK그룹사에서 IT 서비스 기획과 홍보, 디자인 업무 등을 했어요. 소셜 섹터에서 일하고 싶어서 재단에 2019년에 입사했고, 그 해 10월부터 세상파일팀에서 일하게 됐어요. 처음엔 세상파일 웹서비스 기획과 홍보 업무를 겸하는 포지션이었는데, 지금은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운영 하고 있어요.
박정하 매니저가 담당하고 있는 장애인 고용 확대 프로젝트
장애인 고용 확대 프로젝트란? 청년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개발해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장애인 채용 희망 기업과 연결해요. 누적 참여 기업 106개사 중 63개사에서 장애인을 채용했어요. 또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애인 중 90% 이상이 취업에 성공했어요. |
양진우 원래 전공은 생물학과였는데, 소셜 섹터에 관심이 많아 사회 초년생 때 노인 난청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이후 사회공헌 컨설팅을 4년 정도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재단과 업무를 같이 하게 되어 재단에 입사했어요. 재단 내에서 경영지원팀, 전략기획팀, 뉴스쿨팀 등을 거쳐 작년부터 세상파일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양진우 매니저가 담당하고 있는 장애 아동 맞춤형 이동보조기기 지원 프로젝트
장애 아동 맞춤형 이동보조기기 지원 프로젝트란? 휠체어 사용 아동과 청소년이 스스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맞춤형 이동보조기기와 안전 교육을 제공해요 누적 4,061명의 아동·청소년에게 맞춤형 이동 보조기기를 지원했어요. 제도화 연계를 통해 2026년 3월부터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아동용 전동휠체어를 지원할 수 있게 되었어요. |
현재 담당하고 계신 프로젝트는 원래 관심이 있던 분야였나요?
여혜진 원래부터 시각장애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니 파면 팔수록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이 계속 나오더라고요. 대상자 규모가 작다 보니 지원의 사각지대도 많았고요. 프로젝트 담당자로서는 그런 숨겨진 문제를 발견하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고, 그래서 지금까지 시각장애 분야 프로젝트를 계속 맡고 있어요.
박정하 저는 20년 넘는 사회생활 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며, 부모님께 정신적으로 큰 힘을 얻었어요. 어느 날 문득 자립준비청년들은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었고, 그 관심이 자연스럽게 자립준비청소년의 진로와 자립 문제로 이어지면서 자립준비청소년 진로 발달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됐어요.
양진우 저는 개인적으로 예전에는 자립준비청년과 이주노동자에 관심이 많았는데, 세상파일에 와서 장애 영역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자립준비청소년 진로 발달 프로젝트란? 아동양육시설에서 거주하는 중학교 3학년 청소년들이 자아 탐색, 진로·직업 체험, 멘토 특강 등을 통해 스스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해요. |
어려웠던 순간, 극복한 방법
프로젝트를 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여혜진 솔직히 초반이 제일 힘들었어요. '프로젝트를 한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팀 안에서도 정의가 다 달랐거든요. 게다가 저도 다른 업무를 하던 사람이라서 시각장애도 잘 모르는데 점자까지 해야 하니, 이게 맞는 방향인지 스스로 확신이 없었어요. 현장 인터뷰를 나가도 이해관계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서, 뭐가 진짜 문제인지 조합이 안 됐어요. 확신을 갖고 한 일이 실패하는 건 괜찮은데, 확신 없이 한 일이 실패하면 대안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박정하 아무래도 가장 어려운 점은 대상자 모집이었어요. 장애인 고용 확대 프로젝트는 참여 기업과 장애인 구직자를 동시에 모집해야 하기 때문에 한쪽이 모집이 잘된다고 해서 운영이 되는 게 아니었거든요.
다문화 자녀 교육정보 번역·상담 프로젝트의 경우, 담임 교사를 통해 알림장을 전달받는 구조라 교사 분들의의 협조가 꼭 필요했는데요. 서울시 초등학교 교사들을 한 분 한 분 전화로 모집했는데, 거절을 많이 겪으며 마음 고생도 적지 않았습니다. 자립준비청소년 진로 발달 프로젝트는 보안상 외부 노출이 제한된 그룹홈을 찾아 협력해야 했기 때문에 대상자 모집이 특히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양진우 세상파일은 후원사, 솔루션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요. 이 세 주체의 니즈를 조율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각자의 관점과 기대가 다르다 보니, 방향을 하나로 맞추는 데 신중한 논의가 필요했어요.
다문화 자녀 교육정보 번역·상담 프로젝트란? 다문화 아동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학부모에게 알림장·가정통신문 번역 및 상담 솔루션을 제공해요. 전국 82개 초등학교의 다문화 아동 244명을 지원했으며, 이주배경 양육자의 자녀 학교 교육 정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어요. |
다문화 자녀 교육정보 번역·상담 프로젝트에서 사용되는 '알번역'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가셨어요?
여혜진 결국 테스트를 하면서 확신이 생겼어요. 파일럿과 작은 테스트를 하는 이유가 솔루션 방향을 잡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제 확신을 만드는 과정이었어요. 아이들과 부모님, 튜터 선생님들을 계속 만나면서 조금씩 ‘진짜 문제는 이거구나’ 또 ‘필요한 게 이거였구나’를 알게 됐어요.
박정하 다문화 자녀 교육정보 번역∙상담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부담으로 참여를 꺼리는 교사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교사 모집과 함께 학부모 직접 신청 방식을 병행했고, 목표한 참여자를 모집할 수 있었어요. 이후에는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느낀 교사 분들이 오히려 먼저 신청해 주시기도 했죠.
양진우 정보를 투명하게 오픈하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정기적으로 계속 논의하고 서로의 의견을 종합하는 자리를 계속 만들 수밖에 없었어요. 어려움을 함께 풀어가려는 태도로 이 프로젝트를 함께한 시간이 벌써 8년인데요. 함께한 시간이 긴 만큼,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도 커지고 있어요. 이제는 하나의 팀처럼 파트너십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계속하게 만드는 순간들
힘든 일들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여혜진 가장 뿌듯한 건 시각장애, 특히 점자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커졌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점자 교육이 왜 중요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교육 현장과 기업, 전문가들이 필요성에 공감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어요. 그럴 때마다 조금씩 변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달라졌는데요. 프로젝트를 하면서 남들이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제 강점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문제를 보면 자연스럽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됐고, 예전에는 시행착오나 실패가 두려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과정을 즐기게 됐어요. 실패를 통해 더 좋은 해결책을 찾는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이제는 새로운 문제를 만나는 것 자체가 기대돼요.
박정하 장애인 고용 확대 프로젝트를 통해 의지 있는 청년 장애인과 좋은 기업들을 많이 연결하게 된 점을 꼽고 싶어요. 특히 한 해로 그치지 않고, 몇 년째 계속해서 저희 훈련생들을 채용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날 때 보람을 느끼고 뿌듯해요. 기업의 장애인 채용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효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양진우 저는 장애 아동 맞춤형 이동 보조기기 지원 프로젝트에서 제도화가 잘 마무리된 것을 꼽고 싶어요. 우리 프로젝트의 성과를 공공에서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하구요. 우리가 없어도 장애 아동들의 이동성이 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어요. 그리고 제도화가 된 것에 머문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제도에서 지원될 수 없는 사각지대 아이들만을 위한 지원 체계도 만들어졌고요.
그러면, 프로젝트를 하면서 만난 분들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분도 있으신가요?
여혜진 오래 봐 온 아이가 있어요. 점자를 통해 아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니까 진로에 대한 생각도 더 굳건해졌어요.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인데 특수교사가 되고 싶어 해요. 이 아이를 가르쳤던 튜터 선생님 이야기도 기억에 남아요. 그 분은 원래 저시력이고,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었는데, 시각장애 특수교사는 발령 자리가 워낙 적어서 다들 발달장애 쪽으로 가려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아이가 성장하는 걸 지켜보면서 본인도 시각 점자 교육 쪽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지금은 실제로 경기도교육지원청에 들어가셨어요. 두 사람의 인생이 점자 교육을 통해 이어진 걸 보면서 정말 신기했어요.
국내 최초 점자 일일 학습지 점프(JUMP)
박정하 자립준비청소년 진로 발달 프로젝트를 통해 작년에 만난 친구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요즘은 가정폭력으로 시설에 들어오는 친구들이 많아 원가정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친구는 원가정도 없었고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더 마음이 쓰였던 친구였죠. 워낙 내성적이고 어두웠던 친구였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하고, 저희와 라포도 쌓고, 함께 참여한 비슷한 상황의 또래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스스로 많이 밝아졌다고 말할 정도로 표정과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
양진우 장애 아동 맞춤형 이동보조기기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맞춤형 이동보조기기를 지원받은 친구가 성인이 돼서 만났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뇌병변 3급으로 움직임에 제약이 많은 친구인데, 교대에 진학해서 교사를 꿈꾸고 있어요. 고등학교 때 봉사활동으로 다른 친구를 가르쳤던 경험에서 ‘나는 가르치는 데 재능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코로나 시기엔 온라인 과외를 시작해서 한 번도 용돈을 받아본 적이 없을 만큼 스스로 벌었다고 해요. 이 친구를 보면서, 장애가 있음에도 자신의 범위를 넓혀가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세상파일에서 일한다는 것
세상파일이 어떤 점에서 특별하다고 생각하세요?
여혜진 세상파일의 가장 큰 특징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우리만의 색이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정해진 답을 따라가기보다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문화가 있죠. 또 같은 팀 안에서도 매니저마다 프로젝트를 만드는 방식이 다 달라요. 각자의 강점과 스타일을 살려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고, 그런 부분을 팀에서도 많이 존중해 줍니다. 그래서 세상파일이라는 큰 방향은 같지만, 그 안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유연하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요. 그게 세상파일에서 일하는 가장 큰 매력이자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박정하 제가 처음 왔을 때는 세상파일이 막 세팅되던 시점이었어요.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세상파일만의 차별화된 프로세스와 방법론도 함께 만들어가던 때였는데요. 그런 과정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게 힘들면서도 특별했어요. 이전에는 팀 안에서 정해진 방향대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세상파일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고민해서 기획부터 운영까지 모든 걸 책임지고 해 나가야 해요. 그만큼 책임감도 크지만, 일의 의미와 원동력도 더 크게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양진우 문제를 잘게 쪼개 보려고 노력하는 게 다른 것 같아요. 큰 틀에서 전체 지도를 그린 다음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부터 시작해서 점점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에요. 사회문제를 더 깊게 들여다 볼 수 있고,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어요.

2025 하반기 세상파일 라운드테이블에 모인 세상파일팀과 파트너 기업 담당자들
일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이 있으신가요?
여혜진 저는 일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생겨야 움직이는 편이에요. 그래서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정보를 계속 쌓으려고 해요. 그렇게 하나씩 연결하다 보면 전체 그림이 보이고,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확신이 생깁니다. 그 확신이 있어야 프로젝트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정하 소셜 섹터에 오기 전에는 사업 특성상 눈에 보이는 숫자와 성과 중심으로 일을 했다면, 지금은 사람을 이해하고 고민하며, 그들의 변화에 집중해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다만, 장애인 훈련생이나 자립준비청소년들과 직접 부딪히며 일을 하다보니, 되도록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대상자가 스스로 선택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진우 사실 예전엔 사람을 대하는 일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런데 막상 이 일을 하다 보니 사람을 가까이하는 사업이 더 잘 맞는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저는 대상자에게 제 의견을 강요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조심하려고 해요. 제가 하는 말 한 마디가 대상자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리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여혜진 저는 먼저 지금 바로 대응해야 하는 일인지, 그리고 제가 직접 깊이 고민해야 하는 일인지를 봐요. 프로젝트를 동시에 여러 개 진행하다 보면 모든 일을 직접 챙길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초반에 역할과 운영 방식을 잘 정리해서, 제가 자리를 비워도 프로젝트가 돌아가도록 만드는 편이에요. 반복적인 운영 업무는 최대한 체계화하고, 저는 방향을 정하거나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려고 해요.
박정하 바쁠 때는 여러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겹쳐서 업무가 많이 몰리기도 해요. 대신 프로젝트별 업무 프로세스와 연간 일정을 미리 설계해 두는 편이라 큰 혼선 없이 진행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일정이 겹치면 모집이나 참여자 대응처럼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업무를 먼저 처리하고, 조정 가능한 업무는 그 다음에 처리해요.
양진우 저는 멀티태스킹이 잘 안 되는 편이라, 업무의 중요도를 기준으로 정해요. 지금 결정하거나 기획한 것을 나중에 수정하려면 훨씬 많은 시간이 들거나 돌이키기 어려운 일들을 먼저 처리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업무는 뒤로 미뤄요.
앞으로 만들고 싶은 것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여혜진 지금은 시각장애 아이들의 학습을 돕는 단계별 프로젝트를 잘 만들어 현장에 실제 변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고, 개인적으로는 장애 분야를 넘어 다양한 사회문제 프로젝트도 맡아보고 싶어요. 그러면서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여혜진답다'는 색깔이 분명한 프로젝트를 만드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해요.
박정하 60세까지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목표예요. (웃음) 업무적으로는 ‘진로와 직업’이라는 테마 안에서 더 좋은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이 분야에도 이미 다양한 솔루션이 있다 보니, 그 안에서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전문성을 쌓아가야 할지 계속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단순히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로와 직업’이라는 영역에서 저만의 강점과 경험이 쌓인 프로그램이나 모델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양진우 사실 지금까지는 ‘사회문제 해결’이 비영리 섹터의 일인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저는 앞으로 비영리, 영리의 구분 없이 힘을 합쳐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두가 협력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결국 확신은 처음부터 주어지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히며 하나씩 만들어가는 거였어요. 세 사람 모두 ‘이게 정말 맞는 방향일까’라는 질문을 계속 되물으며 지금까지 왔어요.
프로젝트의 주제도, 대상도, 각자가 겪은 어려움의 결도 서로 달랐지만, 신기하게도 그 끝에서 하는 이야기는 비슷했어요. 현장에서 계속 부딪히다 보면 방향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숨기지 않고 공유할 때 팀 전체가 함께 단단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작성 : 행복나눔재단 세상파일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