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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가치연구원

사람을 향하는 자본, 사회를 바꾸다

*본 콘텐츠는 SOVAC Together 콘텐츠 파트너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아티클을 담고 있습니다.


사람을 향하는 자본의 새로운 문법

'신용(Credit)'이라는 단어는 본래 '믿다(Credo)'라는 라틴어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금융은 사람에 대한 믿음 대신, 차가운 숫자만을 거의 유일한 언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엄격한 잣대 밖에서 청년의 가능성은 유예되고, 어려운 이웃의 삶은 자주 소외되었습니다.


이번 호 <사성인>은 자본이 흐르는 '방향'에 주목했습니다. 여기 소개할 SPC 기업들은 금융이 누군가를 배제하는 장벽이 아니라, 모두에게 열린 기회의 발판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들은 관계와 기술 그리고 연대를 새로운 담보로 삼아 제도권 금융이 가닿지 못한 곳을 채우고, 우리 사회가 보다 지속가능해지도록 자본의 물길을 돌립니다. 


선의를 넘어, 사회성과인센티브(SPC)를 통해 '보이지 않던 사회적 가치'를 '입증된 성과'로 만들어낸 여섯 조직. 자본의 문법을 다시 쓰며 사람의 온기를 품은 금융을 실천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죠.


사성인은 사회적가치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 매거진입니다.


1. 오마이컴퍼니 - 단골이 주주가 되는 변화, '관계'로 자본의 물길을 트다


우연히 본 UN 보고서, 인생을 바꾸다
오마이컴퍼니의 시작은 2011년,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세 사람이 의기투합하며 시작됐습니다. 12년 차 증권사 직원이었던 성진경 대표, 영화 마케팅 전문가, 그리고 사회적경제를 연구하던 박사과정 학생. 서로 다른 길을 걷던 이들이 하나로 모인 계기는 우연히 발견한 UN 보고서였습니다. 성진경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증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숫자에만 매몰되다 보니 회의감이 들더군요. 그러다 우연히 UN 보고서에서 문화 예술 분야의 크라우드 펀딩 사례를 번역해서 보게 됐는데,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거다! 이걸 사회적기업에 접목하면 시민들이 십시일반 참여해서 이 좋은 기업들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게 할 수 있겠다.’ 그 확신 하나로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고래를 살리는 인형, 햄버거를 사랑한 주주들
오마이컴퍼니를 거쳐 간 기업들의 성장 스토리는 이 플랫폼에는 크라우드 펀딩 이상의 무언가가 있음을 알려줍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울산의 사회적기업 ‘우시산’인데요. 초기엔 어르신 바리스타가 있는 작은 갤러리 카페였지만, 오마이컴퍼니 펀딩을 통해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과감히 피벗(Pivot)했습니다. 지역 특산품 펀딩으로 시작해 점차 고래 인형, 해양 생물 양말 등을 히트시키며 팬덤을 쌓았고, 지금은 SK이노베이션과 협업하는 ESG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펀딩이 자금 조달을 넘어 기업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찾아가는 나침반이 된 것이죠.


수제버거 브랜드 ‘바스버거’의 사례는 ‘관계 금융’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광화문 등 직영점 2곳, 매출 6억 원에 불과했던 작은 가게는 10여 차례의 증권형 펀딩을 통해 단골 손님들을 주주로 영입했습니다. 투자자에게 이자와 함께 햄버거 이용권을 제공하며 “맛있어서 투자한다”는 고객들을 진짜 주인으로 만들었죠. ‘내 가게’가 된 햄버거집을 홍보하지 않을 주주가 어디 있을까요? 그 결과 바스버거는 17개 직영점, 연 매출 250억 원이 넘는 탄탄한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생존을 위한 버팀의 시간, 플랫폼 위한 자양분으로
물론 순탄한 길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2012년 야심 차게 플랫폼을 오픈했지만 정작 펀딩을 개설하겠다는 팀도, 돈을 내겠다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플랫폼을 지켜보던 초창기, 성 대표는 ‘기다림’ 대신 ‘발굴’을 택했습니다. 직접 창업팀을 찾아가 펀딩 기획부터 스토리텔링까지 가르쳐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것입니다. “수수료 수익이 없어 힘들었던 ‘보릿고개’를 교육과 컨설팅 용역으로 버텨냈습니다. 당시엔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140여 개 공공기관과 신뢰를 쌓고 기업을 보는 눈을 키우는 전화위복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내공은 최근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간투자연계형 매칭융자(LIPS)’ 사업 주관사로서 2024년 한 해에만 약 170억 원의 융자 매칭을 성사시켰고, 소상공인을 위한 ‘우리동네 크라우드 펀딩’ 사업에서는 모금 실적 6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과거엔 용역 사업 비중이 높아 정체성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펀딩 규모가 100억 원에 육박하며 플랫폼 자체의 기반이 더욱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2. 비플러스 - 이웃의 투자로 사리는 우리 동네


수익률을 낮추고, 베네핏을 높이다

비플러스는 P2P 기반의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회사’지만, 여느 핀테크와는 다릅니다. 비플러스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수익률만이 아니라, 투자자가 자신의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개인 투자자는 플랫폼을 통해 소상공인이나 사회적기업을 직접 선택하고 투자합니다. 소상공인은 필요한 자금을, 투자자는 수익과 함께 해당 가게의 쿠폰 등 혜택을 받습니다. 다른 플랫폼들이 동일한 리스크에서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데 집중한다면, 비플러스는 투자자의 ‘베네핏’을 극대화하는 금융을 지향합니다.


코로나 이후 맞이한 전환점, ‘우리 동네 펀딩’의 탄생

비플러스가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된 결정적 전환점은 코로나 이후였습니다. 당시 사회적기업 중심으로 펀딩을 운영하던 비플러스에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대출 문의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소상공인 역시 금융 접근성이 낮은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비플러스는 새로운 사업 모델인 ‘우리 동네 펀딩’을 만들었습니다. 동네 가게가 자금이 필요하면 지역 주민이 투자자가 되고, 투자자는 적정 수익과 함께 해당 가게의 쿠폰을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단골이 되고, 소상공인은 자금과 고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장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2022년 비플러스는 외부 투자금을 활용해 홍보를 확대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아 현금 유동성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그때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우리 동네 펀딩’에 주목하며 협업을 제안했습니다. 이후 참여 소상공인에게 이자 차액을 지원하는 인센티브 결합형 사업이 시작되었고, 민간투자연계형 매칭융자, 소상공인 협약보증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개발되면서 비플러스의 사업 영역도 점차 확장되었습니다.


베이글 가게에서 군산 영화시장까지, 동네 곳곳의 변화

성신여대 앞의 한 베이글 가게는 비플러스 펀딩 이후 예상치 못한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쿠폰을 들고 가게에 찾아오자 사장님은 “정말 될 줄 몰랐다”고 기뻐하며 더 큰 규모의 펀딩을 희망했습니다. 홍대·서교동 일대 여러 가게를 묶어 진행한 펀딩에 참여한 마포의 작은 차 오마카세 공간은 펀딩 이후 더욱 유명해졌고, 정부 정책 자금을 추가 연계하여 2호점 개점으로 이어졌습니다. 군산의 한 팀은 펀딩을 통해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호텔과 다이닝 바를 조성했고, 과거 유흥가였던 골목은 지역의 기억과 새로운 비즈니스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카드 매출로 상환하는 새로운 금융 실험

비플러스는 소상공인의 상환 부담을 줄이고 투자자의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새로운 금융 방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의 매출 대부분은 카드 결제인데, 카드사가 정산을 해도 제때 입금되지 않으면 단순 착오만으로도 연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이에 카드 매출만큼 매일 원리금의 일정 비율을 자동 회수하는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이 방식은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고 투자자의 연체 위험을 크게 낮추며, 실제 파일럿 테스트에서도 매우 낮은 연체율을 보이며 높은 선호를 얻고 있습니다.


숫자가 아닌 이야기로 그려지는 금융의 지도

비플러스에 투자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지역 상권을 돕고 싶어 참여하는 투자자도 있고, 다른 P2P보다 낮은 연체율과 안정적인 구조에 주목하는 투자자도 있습니다. 비플러스가 초기부터 지켜온 원칙은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투자자와 지역에 돌아가는 ‘베네핏’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이 철학은 투자자에게는 수익 이상의 만족을, 소상공인에게는 대출 이상의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3. 한살림연대기금 - 쌀이 사라진 자리, '신뢰'와 '상생'을 심다


수녀님의 신협 운동, 그리고 2005년의 위기

한살림연대기금의 뿌리를 이해하려면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가 부산에서 고리대금업에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해 시작한 ‘신협 운동’이 그 시초입니다. 한살림 초기 운동가들은 이 정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전국적인 신협 운동을 전개했고, 이는 훗날 한살림의 ‘협동 자본’ 철학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컸습니다. 김정일 대표는 자본 조달의 어려움을 겪었던 결정적 순간으로 2005년을 꼽습니다. “한살림이 성장하면서 10년 주기로 거대한 자본이 필요할 때가 옵니다. 2005년 물류센터 건립 때가 그랬습니다. 조합원 출자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죠. 결국 생산자분들의 양해를 구해 물품 대금 지급을 일주일씩 늦춰가며 유동성 자금을 모아 건물을 올렸습니다.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우리만의 자금 조달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요.”


특히 가을철 쌀 수매 시기가 되면 2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현금이 일시적으로 필요했지만 내부 생산안정기금(약 100억 원)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웠습니다.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12월 15일, 25개 한살림 생산·소비 조직이 출자하여 ‘한살림펀딩(주)’를 설립했고, 국내 농축수산 분야 최초의 P2P(대안금융) 서비스가 탄생했습니다. 이후 더 넓은 연대와 공익을 지향하며 ‘한살림연대기금’으로 이름을 바꾸고 한살림 금융 울타리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공공의 돈 없이 만든 585억의 기적

가장 놀라운 성과는 ‘자립’입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공공재원 없이 오로지 조합원과 생산자 조직의 힘으로 누적 기금 100억 원 이상을 달성했습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누계 557억 원의 자금을 조성해 누적 대출액 585억 원을 기록했으며, 148개 생산지의 안정적 생산과 고용에 기여했고 약 26억 원의 금융비용 절감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박종찬 차장은 “100억 원은 금융 당국이 감독을 시작하는 제도권 금융 기준선”이라며, 협동조합 진영에서 순수 민간의 힘으로 이를 달성한 사례가 매우 상징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가치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아 2025년 로이터 ‘글로벌 지속가능성 어워드’ 사회적 임팩트 부문 우수상(Highly Commended)을 수상했습니다. 로이터는 한살림의 모델이 SDGs ‘불평등 감소’와 ‘지속가능한 소비·생산’에 기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숫자로 증명하다

한살림연대기금은 자신들의 활동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SPC(사회성과인센티브)에 참여했습니다. 박종찬 차장은 “우리는 기존 금융과 다르다. 낮은 신용등급이어도 한살림 생산자라면 대출을 승인하는 자체 기준이 있지만 외부에서는 ‘위험한 대출’로만 본다. 그래서 신뢰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SPC 프로젝트는 농가의 금융 비용 절감 효과와 친환경 농업 유지 기여도를 정량적으로 증명했고, 초기 적자 구조 속에서도 운영비 충당과 낮은 금리 유지(5.5%)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쌀은 사라지고, 농부는 늙어간다

하지만 성과 이면에는 냉혹한 현실도 있습니다. 식문화 변화로 쌀 소비량이 급감하고, 과거 효자 품목이던 가공식품 수요도 줄었습니다. 품목 의존도가 높은 농가들은 매출 하락과 함께 경영난을 겪고 연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1세대 생산자의 가치와 정신이 세대교체 과정에서 흔들리고, 다중채무를 지고 있는 농가가 늘어나며 구조적 위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정일 대표는 “이제 금융을 넘어 품목 전환, 임업 전환 등 ‘연착륙’을 돕는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금융’이라는 간판을 떼고 ‘교환’의 시대로

한살림연대기금은 금융의 틀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박종찬 차장은 “강력한 금융 규제 환경 속에서 우리는 ‘거래와 교환’이라는 새로운 생태계로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탄소배출권처럼 생산자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할인·교환권 방식으로 순환시키는 구조, 즉 이자를 받는 금융이 아니라 ‘가치를 교환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진짜 한살림다운 미래라고 제시합니다.



4.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 - 통장 없는 사람들의 협동조합


원주의 슈바이처, 가난한 이들의 통장을 관리하다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의 역사는 1991년, 원주 지역의 ‘슈바이처’로 불리던 곽병은 원장(현 자문위원) 부부의 헌신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노숙인 쉼터와 무료급식소 ‘십시일반’을 운영하던 곽 원장은 안타까운 현실을 목격했습니다. 노숙인들이 고된 하루를 일해 받아 온 일당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술값으로 탕진하거나 잃어버리며 갈등이 반복됐던 것입니다.

그는 “돈을 버는 것보다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들의 돈을 대신 맡아주는 ‘통장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이 활동이 체계화되며 2004년 9월 국내 최초의 노숙인 신용협동조합인 ‘갈거리협동조합’이 탄생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설립자의 철학입니다. 곽 원장은 “만 60세가 되면 병원을 닫고 봉사에 전념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은퇴 시점이 되자 병원 간판을 내리고 자신이 일군 사회복지시설 ‘갈거리사랑촌’을 천주교 원주교구에 모두 기부했습니다. 그러나 교구는 금융 업무인 협동조합 운영을 부담스러워했고, 조직은 해체 위기에 놓였습니다. 2016년, 조합원과 지역사회가 나서 “이 자산을 지켜야 한다”며 힘을 모았고, 결국 독립 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서류 한 장 없이 92.8%가 갚는 비결

갈거리의 운영 방식은 기존 금융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신용등급 조회도, 담보도, 복잡한 심사 서류도 없습니다. 오직 ‘조합원 활동’이 신용의 기준입니다. 3개월 이상 가입, 10회 이상 저축, 금융 교육 이수만 충족하면 대출 자격이 주어집니다.


박성용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은행은 서류를 보지만, 우리는 사람을 봅니다. 사인 하나만 받고 돈을 내어드립니다. 그 믿음이 고마워서라도 갚으십니다.”


결과는 놀랍습니다. 무담보 대출임에도 최근 3년간 정상 채권 비율은 92.8%에 달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 돈은 정부 지원금이 아니라, 나와 같은 형편의 이웃들이 폐지를 줍고 일용직을 다니며 어렵게 모은 ‘피 같은 돈’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절대 떼어먹을 수 없는 돈”이 됩니다.


빚 1,100만 원, 아이 넷 엄마의 홀로서기

갈거리의 목표는 단순한 금융 지원이 아니라 ‘삶을 복원’하는 것입니다. 김선기 사무국장은 최근 사례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혼 후 아이 넷을 홀로 키우던 한 여성은 전 남편의 학대와 1,100만 원이 넘는 빚으로 절망적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자활센터에서 월 130만 원을 벌었지만 채무 독촉과 생활고는 지속됐습니다.

갈거리는 그녀에게 통합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 ‘돌봄 안심주택’ 제공으로 안전한 주거 확보
  • 채무조정 상담을 통해 빚을 10분의 1 수준으로 축소
  • 금융 교육을 통해 재무관리 역량 회복

그녀는 이후 1년 만에 400~500만 원의 저축을 이뤄냈고,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당당히 사회로 복귀했습니다.


김선기 사무국장은 말합니다.

“금융배제 계층에게 돈만 빌려주는 것은 미봉책입니다. 빚을 정리하고, 관리법을 알려주고, 주거를 보완해야 인생이 다시 일어섭니다.”


금융 교육, 취약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갈거리는 최근 금융 교육의 대상을 일반 시민과 소상공인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김 사무국장은 “월급 400~500만 원을 버는 직장인조차 재무적으로 무너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돈을 버는 법은 배웠지만, 관리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상공인은 사업 소득과 개인 소득이 뒤섞여 구조적으로 돈이 남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갈거리는 소상공인 대상 재무 관리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지역사회의 ‘금융 주치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5. 크레파스솔루션 - 금융이 흐르는 곳에 물길을 내다


김민정 대표의 문제의식 – “금융은 사람을 보지 않는다”

김민정 대표는 10여 년간 금융권 신용평가 시스템을 설계해 왔습니다. 그는 신용평가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담보 없이 대출 기회를 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신용평가는 승인 도구가 아니라 거절 근거를 찾는 장치처럼 작동했고, 금융은 기존 기록이 있는 사람에게만 유리한 구조였습니다. 사실상 ‘신용대출’이 아니라 ‘신분대출’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이를 바꾸기 위해 그가 주목한 것은 디지털 행동(Digital Behavior) 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 데이터에서 개인의 일관성, 안정성, 책임감이 드러난다는 점에 착안했고, 이 데이터라면 담보나 금융 이력이 없어도 금융 진입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청년 5.5’, 가능성을 증명하다

크레파스솔루션은 기술의 실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2018~2020년 P2P 금융 플랫폼 ‘청년 5.5’를 운영했습니다. 이용자의 약 90%는 20대 청년, 신용점수 5~8등급, 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했던 이들이었습니다.

임용고시 합격 후 발령 전 두 달간 생활비가 필요했던 청년, 해외 연수 자부담 비용이 필요했던 대학원생, 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청년 등 다양한 사례가 있었지만, 대출 승인의 이유는 ‘사연’이 아니라 데이터가 보여준 생활 패턴의 신뢰성 이었습니다.


STEPs – 보이지 않던 신용을 포착하다

대안신용평가 플랫폼 STEPs(Scoring Technologies Enterprise Platform service)는 기존 금융이 알아보지 못했던 신용을 찾아내는 기술입니다.

  • 스마트폰 사용 패턴
  • 소비 주기
  • 이동 동선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해 계좌 잔액이나 직군 같은 ‘결과’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일관성·태도·책임감·미래 소득 가능성 을 함께 읽어냅니다. 과거 신용 기록이 부족하더라도 꾸준하고 성실한 생활 패턴이 확인되면 그 자체가 ‘신용’으로 인정됩니다.

이렇게 쌓인 금융 기록은 다음 금융 기회로 확장되며, 처음 금융 경험이 없는 사람도 첫 기회를 얻고 성실히 상환하면 더 좋은 조건으로 나아가는 금융 경로를 만들어냅니다. 기존 금융이 “데이터가 없으면 위험하다”고 봤다면, STEPs는 “보이지 않던 신뢰를 찾아내자”는 관점으로 사람을 바라봅니다. 


캄보디아에서 과테말라까지, 금융의 물길은 국경을 넘는다

2019년 SOVAC(Social Value Connect) 키노트 발표를 계기로 크레파스솔루션은 대안신용평가 기술이 공공·소셜 임팩트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2023년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CTS(혁신 기술 기반 국제개발협력 프로그램, Creative Technology Solution)에 선발되어 캄보디아에서 2,000~3,000여 명의 신용평가를 수행했고, 한 번도 은행을 이용한 적 없던 툭툭 드라이버들에게 생애 첫 소액 대출 기회가 열렸습니다.

몽골에서는 CU 편의점 525개 매장과 협력해 중산층의 신용 시작점을 만들었고, 과테말라에서는 굿네이버스와 함께 MFI(비은행 금융기관) 시스템을 구축하며 현지 금융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대출을 넘어, 신용을 쌓는 습관까지

크레파스솔루션은 단순히 대출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 금융 초보자들이 ‘신용을 형성하는 습관’을 갖도록 돕고 있습니다. 연체가 발생했을 때 연락을 피하면 ‘연체하고 연락도 회피하는 사람’이 되지만, 통화를 통해 리스케줄링을 하면 문제는 해결됩니다. 또한 연체 후 빠르게 상환하면 기록에 거의 남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레파스솔루션은 이러한 정보와 금융 이해 교육을 함께 제공하며 이용자들이 건강한 금융 습관을 갖도록 돕습니다.


따뜻한 금융의 표준을 만드는 것, 이것이 크레파스솔루션의 목표입니다. 지금의 신용평가는 ‘잘 갚을 사람’에게만 기회를 주는 구조지만, 크레파스솔루션은 상환 능력뿐 아니라 상환 의지와 미래 소득 지속성, 즉 ‘가능성’을 함께 보며 새로운 금융 축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청년 금융, 정책 금융 영역에서 이 평가 모델이 표준이 되고, 중저신용자의 금리를 낮추는 도구가 되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6. 어피닛 - 14억 인구의 금융 안전망을 만들다


밸런스히어로에서 어피닛으로

어피닛(舊 밸런스히어로)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창립자인 이철원 대표는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에서 휴대전화 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액세스모바일’ 창업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경험했습니다. 이후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고민했고, 금융 인프라가 취약한 인도에 주목하게 됩니다.


모바일 앱 ‘트루밸런스’는 휴대폰 잔액과 데이터 사용량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로 출발했습니다. ‘밸런스히어로’라는 사명도 여기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용자가 남기는 데이터를 금융과 연결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서비스 방향은 전환됩니다.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 금융 예측·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하며 AI 핀테크 플랫폼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그에 맞춰 사명도 Afinit(어피닛) 으로 변경되었습니다. AI·FinTech·IT·Affinity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현재 어피닛은 8개 이상의 파트너 금융기관과 협력하고 있으며, 누적 거래 고객 2,800만 명, 누적 거래액 2조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도 시장에서만 온전히 사업을 전개하면서도 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드문 한국계 핀테크 기업입니다.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

2020년 코로나19로 인도가 전면 봉쇄되면서 사업이 크게 흔들렸고, 어피닛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생존을 위해 인원 감축과 구조조정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고, 회사의 목표는 무조건적인 ‘성장’에서 생존을 위한 흑자 전환(BEP) 으로 급선회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서조차 BEP는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남은 구성원들은 “회사를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일념으로 뭉쳤고, 결국 기적처럼 BEP를 달성했습니다. 이후 매년 흑자를 기록하는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고, 전 세계적인 투자 한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자생력’은 지금의 어피닛을 지탱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잠겨 있던 금융 수요를 양지로

최근 어피닛은 누적 거래액 2조 원을 달성했고, 서비스 혜택을 받은 이용자는 500만 명에 이릅니다. 이 숫자는 단순한 사용자 수가 아니라, 제도권 금융이 닿지 못했던 ‘잠재 금융 수요’를 양지로 끌어낸 규모를 의미합니다.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기존 금융기관이 접근하지 못했던 고객을 찾아내고, 그들을 제도권 금융과 연결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어피닛이 추적하는 임팩트 지표는 세 가지입니다.

  • 한 번도 대출이나 신용 상품을 이용한 적 없는 ‘뉴 크레딧(New Credit)’ 고객에게 생애 첫 금융 기회를 제공한 비율
  • 서비스 신청 고객 중 실제 금융 상품 매칭에 성공한 매칭 성공률
  • 금융 이용 후 성실 상환을 통해 신용점수 개선이 이루어진 비율


실제 사례도 의미 있습니다. 항상 고금리 사채만 이용하던 한 소상공인은 어피닛의 신용 진단을 통해 자신의 신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제도권 금융사의 저금리 상품으로 전환해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가족 병원비가 급히 필요했지만 어디에서도 승인을 받지 못했던 고객이 어피닛을 통해 유일하게 승인받아 감사 인사를 전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피닛에게 500만 명은 여전히 인도 중산층 10억 인구 중 0.5%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음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금융을 향해

어피닛의 목표는 14억 인구가 금융 상품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누구나 필요할 때 제도권 금융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인도는 핀테크 산업이 빠르게 성장 중이며, 어피닛은 그 변화 속에서 금융을 더 공정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열려 있는 제도로 만드는 역할을 계속 확장하고 있습니다.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원문 링크의 매거진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문 : [매거진] 사회성과인센티브 <사성인> 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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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람을 향하는 자본, 사회를 바꾸다 등록일 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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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회적가치연구원
유형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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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금융 #임팩트금융 #핀테크 #SPC #사람을향한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