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 문제 심각하죠. 저희도 지역에서 스마트 양식장 사업을 펼치면서 인재 채용의 어려움과 인프라 부족 등을 느낍니다. 하지만 경북 영주에서 민관 협력 지역 활성화 사업에 참여한 걸 계기로 자신감이 커졌습니다. 대기업, 지자체, 액셀러레이터 등 다양한 주체들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실력 있는 소셜벤처를 이끌어준다면 창업도 늘어나고 지역소멸 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는 지속가능한 방법은 역시 지역경제 발전이다. 돈이 돌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지역이 살기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우수한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려고 노력해왔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이미 잘나가는 기업을 데려오는 걸 넘어 새로운 플레이어가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도가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지난 3년간 경북 영주에서 진행된 스택스(STAXX) 프로젝트는 영주 지역에 기반을 둔 대기업(SK스페셜티)과 지자체(경상북도, 영주시), 액셀러레이터(임팩트스퀘어)가 협업해서 지역에 정착할 소셜벤처 10곳을 집중육성하는 실험으로 눈길을 끌었다. 내륙에서 수산물을 양식하는 기술을 보유한 한국수산기술연구원(대표 김민수) 역시 STAXX 참여 기업이다.
수산생명의학을 전공한 김민수 대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시도는 일회성으로 끝나기 쉬운데 STAXX는 지역 맞춤 사업을 개발해서 지역에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하는 현실적인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5월 SOVAC People에서는 영주에서 성공하고 전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겠다는 김민수 대표와 일문일답을 통해 지역소멸 문제를 사업으로 풀어나가는 소셜벤처의 도전을 살펴본다.
Q. 한국수산기술연구원을 소개해주세요. ‘스마트아쿠아팜’이라는 사업 아이템이 흥미롭습니다.
A. ‘스마트아쿠아팜(smart aqua farm)’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원격에서 자동으로 어류의 생육환경을 관측하고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는 수산 양식 방법입니다. 덕분에 바다와 떨어진 내륙에서도 양식이 가능합니다. 갈수록 해양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미 유럽, 싱가포르, 미국 등에서는 깨끗하고 건강하게 관리하는 육상 양식 기반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도시 근처의 내륙에서 생산해서 바로 공급하므로 유통경로도 짧아 신선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죠.
수질을 빠르고 쉽게 정화하는 저희만의 표준화된 시스템으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류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스마트아쿠아팜 기술을 활용하면 지역에서 개인 창업이 활발해지고 그 결과 지역소멸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궁극적인 미션은 수산 양식의 저변 확대를 통해 모든 이들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 새우에 관심이 많았어요. 우선 새우 스마트 양식부터 정복해서 ‘새우 왕국’을 만들겠습니다.
Q. 본사는 강원도 춘천에 있고 지금은 주로 경북 영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수도권에서 기회를 찾는데 한국수산기술연구원이 지역에서 승부를 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업종에 따라 다를 텐데요. 저희가 택한 수산물 양식 아이템은 오히려 지역에서 사업하기에 유리한 요소가 많습니다. 양식장 건립에 땅이 필요하죠. 지역소멸까지 걱정하는 지역에서는 아무래도 땅값을 비롯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이 저렴하기 마련입니다. 또, 수산물의 경우 저희가 있는 경북의 소비시장 규모 자체가 수도권의 5배 이상 큽니다. 저렴한 구축 비용과 큰 시장,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그리고 지역에서 1등을 하면 수도권으로는 언제든지 확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대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가 생겨서 전국으로 확장한 것처럼 말이죠.
지역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있지만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영역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지원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지역의 특성에 맞는 기획과 이를 실행할 실력을 갖춘다면 어떤 기업이든 충분한 기회를 가질 것으로 봅니다.
Q. 경북 영주의 민관 협력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지난 몇 년간 저희 본사가 있는 강원도 춘천에서 기술 연구와 시장성 검토에 매진했습니다. 많은 실패 끝에, 실제 바닷물을 끌어와서 매번 교환하는 대신 있던 물을 정화하는 방식으로 흰다리새우(바다새우)를 생산하는데 성공했고 그 새우를 지역 바이어와 연결해서 판매해봤어요. 이 경험을 토대로 이제는 진짜 규모가 있는 실제 시장에서 도전해볼 시기가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경상북도를 유력한 후보지로 생각했지만 별다른 지역 연결고리 없이 막연하게 내려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저희의 초기 투자사 중 하나였던 임팩트스퀘어가 공동기획한 STAXX 프로젝트에 선발되었습니다. 중요한 기회로 믿고 모든 직원이 영주로 이주해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난해 합류했는데요. 더 빨리 참여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이번 민관 협력 프로젝트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고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저희가 기술에는 정말 자신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 사업이 양식장, 즉 일종의 공장을 만드는 형태이다 보니 지역민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아무리 물을 정화한다고 해도 막연하게 주변 오염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경우도 많았죠. 지자체가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지역민들을 모아 주시고 지역에 좋은 일이라는 설명도 해주셨던 게 도움이 됐습니다.
물론 실제로 풀어내는 건 저희가 온전히 해야 하는 일이었죠. 저희가 직접 생산한 새우와 소주 한 박스를 사서 주민들을 찾아 뵙고 설명하는 등 노력을 많이 했어요. 실제 맛을 보시고 “이런 거구나. 맛있네.” 라고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여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금번 민관 협력 프로젝트 참여가 확실히 확장성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기업에 인정받았다는 신뢰성 덕분이죠. 영주에서 활동할 때는 물론이고 이후 다른 지역으로 확장해 나갈 때도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신뢰를 주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습니다. 엑셀러레이터인 임팩트스퀘어도 비즈니스 전략 측면에서 중간조율자 역할을 정말 잘해줬어요. 저희 같은 작은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직접 이야기하다 보면 관점과 경험의 차이 등으로 진행이 원활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임팩트스퀘어가 조율해준 덕분에 목표 설정과 실행이 좀더 수월했습니다.
이는 분명 일반적인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와는 다른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민과 관의 다양한 주체가 각자의 특성을 살려서 지원하고 긴밀히 소통하는 방식 덕분에 프로젝트가 끝나도 지역에서 계속 활동을 이어 나갈 토대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Q. 영주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향후 본격적인 사업 확장 계획도 궁금합니다.
팀원들에게는 이번에 경북 영주에서 사업을 성공시키는 게 수학능력시험 1등급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해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죠. 초보자도 할 수 있는 B2C 양식 모델을 거의 처음 상업화해보는 시험인데요. 이번에 좋은 성적을 거두면 전국 어디든 시장이 있는 곳에 스마트아쿠아팜을 설치하고, 나중에는 라스베가스든 동남아시아든 어디든 진출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현재 영주시에 새우 양식장 착공계를 냈고 7~8월에 예비비가 승인되면 착공을 해서, 내년 초부터 새우 판매를 시작하는 일정이 목표입니다. 새우는 120일이면 판매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빠른 사업 실행 측면에서 장점이 많죠. 영주에서 일차 검증만 되면 바로 확장할 수 있도록 경북 영천 등에도 동시에 부지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Q. 지역소멸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기업 입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알려주세요.
살고 싶은 주거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대표나 몇몇은 꿈을 갖고 버틸 수 있겠지만, 나머지 구성원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거든요. 사업적인 성공도 중요하지만 당장 사랑하는 가족과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합니다. 가족이 함께 머물지 않으면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죠. 이런 부분에서는 지자체에서 어느정도 미리 터전을 닦아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만, 이 역시 협력을 통해서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이번에 STAXX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만 10곳입니다. 사업적으로도 다양한 협업이 진행될 수 있고, 더 많은 기업들이 영주에 들어와 사업하면서 이들이 모이는 생활 클러스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결국 기업의 자생력을 키워야겠죠. 영주에서 꼭 성공모델을 만들겠습니다.
작성: 소셜임팩트뉴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