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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Interview] 체인지메이커의 일본 출장, 6문 6답 인터뷰

2026.02.24

상세정보


지난 2월 11일(수), 서울 헤이그라운드 브릭스 성수에서 「SOVAC Salon X 서울숲임팩트밋업: 체인지메이커의 일본 출장」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는 일본이라는 시장과 생태계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함께 점검해 보는 시간으로 채워졌는데요. 일본을 ‘진출 시장’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자본 구조·비즈니스 문화·검증 방식이라는 세 층위로 나누어 바라보며, 한·일 협력이 아시아 전략으로 확장되기 위한 조건을 점검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번 Salon Interview는 그날의 발제와 토론을 따라가며, 일본 임팩트 생태계의 변화와 한·일 협력의 가능성을 기록합니다. 동시에, 해외 확장을 고민하는 조직이라면 무엇을 먼저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함께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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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속도를 높일 때인가, 구조를 점검할 때인가


이번 밋업은 일본을 기회로 무작정 낙관적으로 해석하기보다, 일본을 시장으로 인정하고 준비할 각오가 돼 있는지, 우리의 레퍼런스는 일본 진출을 고려하기에 충분히 설계돼 있는지, 한·일 협력이 아시아 전략과 연결돼 있는지,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점검하는 자리였습니다. 


세 연사의 발제가 모두 마무리 된 후 발제만으로 모두 다루기 어려웠던, 일본 임팩트 생태계의 구체적인 면면에 대한 질문들이 속속 떠올랐습니다. 아래의 여섯가지 질문은 각 연사가 힘주어 강조했던 내용들에 대한 세부 질문을 중심으로 기획되었습니다. 




Q&A로 정리한 ‘아시아 임팩트 블록’ 6가지 질문


Q1. 일본을 단순 ‘새로운 시장’으로 접근하면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한계가 생길 수 있을까요?


정재원 책임매니저는 일본을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판매 시장’으로 접근할 경우 전략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은 시장 규모와 구매력이 충분한 국가이지만, 동시에 진입 장벽과 내부 검증 기준이 매우 높은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매출을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면, 첫 계약이 성사되기까지의 긴 검토 기간과 내부 합의 과정을 감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니 속도와 매출 중심의 접근은 일본 특유의 숙의 구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지요.

그는 일본을 ‘솔루션을 검증하는 장’으로 읽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일본은 장기 자본, 제도적 기반, 산업 인프라가 갖춰진 국가이며, 특히 헬스케어·클라이밋·푸드 등 구조적 사회문제가 분명한 영역에서는 실증과 상업화가 동시에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장에서 공유된 사례들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라잇루트는 한국에서는 규제와 수요 형성의 한계로 상용화가 쉽지 않았던 고기능 업사이클링 소재를 일본 자동차 내장재 시장과 연계해 공동 개발 단계까지 확장했습니다. 딥비전스는 한국에서 대규모 실증이 어려웠던 영농형 태양광·드론 기반 데이터 모델을 홋카이도에서 실증하며 상업적 가능성을 확보했습니다. bTaskee 역시 한국에서는 제도적 제약이 있었던 외국인 돌봄 인력 모델을, 초고령화가 진행된 일본 환경에서 우선 검증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한국에서는 아직 시장이나 사회적 수용성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모델이 일본에서는 정책·산업 구조와 맞물려 실증이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한국 기업이 보유한 정밀 기술이나 디지털 솔루션이 일본 현장에서 실제 작동 사례(PoC)를 확보할 경우, 그 경험 자체가 강력한 레퍼런스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때 일본에서의 성과는 단지 ‘일본 매출’로 끝나지 않습니다. 일본 내 검증은 이후 동남아시아나 글로벌 시장 확장 시 신뢰 자산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은 종착지가 아니라 중간 허브에 가깝습니다. 한국에서 개발된 기술이 일본의 산업 구조 안에서 ‘검증된 사례’가 되고, 그 사례가 다시 글로벌 투자자와 파트너를 설득하는 근거가 되는 구조입니다. 이 관점에서 일본은 진출 대상이라기보다, 공동 설계와 검증이 가능한 전략적 파트너 공간에 가깝다는 설명입니다. 


Q2. 한·일 협력은 왜 ‘진출 전략’이 아니라 ‘공동 설계 전략’인가요?

정원식 책임심사역은 한·일 협력을 단순한 해외 진출의 연장선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단순한 진출 구도로 보기보다, 구조적 강점의 결합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은 장기 자본과 금융 시스템 전반이 참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고, 한국은 혁신 밀도와 실행 경험이 축적된 생태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 둘은 경쟁 구조가 아니라 상호 보완 구조에 가깝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특히 일본이 은행·보험·자산운용사 등 주류 금융기관이 임팩트 투자에 참여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초기 혁신과 실행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한·일 협력의 핵심은 ‘누가 누구의 시장에 들어가는가’가 아니라, ‘어떤 자본 구조를 공동으로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한·일 공동 기후테크 펀드처럼, 양국의 기술과 자본을 결합해 글로벌 자본을 유치하는 구조를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이때 일본은 자본과 제도 기반을, 한국은 혁신과 실행을 맡는 형태입니다. 정 책임심사역에게 한·일 협력은 거래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였습니다. 함께 어떤 구조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먼저라는 설명이었습니다.


Q3. ‘거래 vs 관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맥락일까요?

김정태 대표는 일본 비즈니스를 설명하며 거래 목적과 관계 형성 목적을 구별해 접근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거래에 집중한 비즈니스는 거래에 집중하고, 관계를 쌓는 자리라면 관계 형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한국에서는 관계를 쌓으며 동시에 계약을 논의하는 방식이 자연스럽지만, 일본에서는 두 흐름이 뒤섞일 경우 오히려 상대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단기 계약을 목표로 하는 자리에서 과도하게 친밀감을 강조하거나, 반대로 장기적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거래 조건을 빠르게 밀어붙이면 상대는 의도를 읽기 어려워 한다고 합니다. 일본은 의사결정의 명확성과 맥락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번 만남의 목적이 무엇인지, 우리가 지금 밟고 있는 단계가 어떤 트랙인지가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라 거래를 목표로 한다면, 조건·역할·책임을 명료하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반면 관계를 구축하는 단계라면, 신뢰의 시간을 전제로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이해를 넓히는 접근이 적절합니다. 문제는 이 두 방식을 동시에 시도할 때 발생합니다. 거래를 얻기 위해 관계를 끼워 넣거나, 관계를 만들겠다며 계약 논의를 흐리면 검토 기간만 길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핵심은 ‘목적의 선명도’입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그 목적에 맞는 언어와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가?’를 먼저 되새겨 본 뒤 결정한 일관성이, 일본 시장에서는 곧 신뢰로 이어진다는 말이죠. 거래와 관계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의 문제라는 점이 이날 강조된 메시지였습니다.


Q4. 일본의 의사결정이 느린 편이라고 알고 있는데, 진짜 느린가요?

정재원 책임매니저는 일본의 의사결정을 단순히 ‘느리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입찰이나 협력 제안의 결과가 한 달 이상 소요되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지연’이라기보다 ‘숙의’에 가까운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조직은 결정 이전에 내부 토론과 합의를 충분히 거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단순히 점수를 매겨 빠르게 결론을 내리기보다, 여러 부서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리스크와 책임을 함께 점검하는 구조임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외부에서 보면 답이 늦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 책임매니저는 오히려 중요한 지점은 그 이후라고 덧붙였습니다. 충분한 검토를 거쳐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내부 전파와 실행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결정 이후에 다시 되돌아가거나 방향이 흔들리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초기의 긴 시간은 이후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한다는 해석입니다.

그는 따라서 일본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속도를 압박하는 전략’이 아니라 ‘숙의의 시간을 전제로 한 설계’라고 강조했습니다. 일정 지연을 리스크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신뢰를 축적하고 자료를 보완하는 기회로 삼는 접근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일본의 의사결정은 느리다기보다, 다르게 움직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Q5. 한·일 협력은 왜 아시아 전략과 연결돼야 하나요?

정원식 책임심사역은 한·일 협력이 양자 관계에 머무르면 전략적 확장성이 제한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2016년부터 운영해 온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Asia Impact Nights)’ 경험을 언급하며, 한·일 협력은 제3국 무대로 확장될 때 비로소 의미가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모두 초고령화, 지역 소멸, 에너지 전환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먼저 겪고 있는 국가입니다. 이 공통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솔루션과 자본 구조는 동남아시아 등 유사한 문제를 겪는 지역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즉 일본과 한국이 서로를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제3의 시장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설계할 때 ‘아시아 임팩트 블록’이 작동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는 2026년 고베에서 공동 개최 예정인 Asia Impact Nights를 언급하며, 이 자리가 단순한 교류가 아니라 자본과 프로젝트가 실제로 연결되는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주류 금융 참여를 레버리지 삼아 한국 자본의 참여를 확장하고, 이를 통해 동아시아 임팩트 리더십을 형성하는 것이 장기 전략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Q6. 한·일 협력이 실제 전략으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전제돼야 하나요?

정원식 책임심사역은 일본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구조적 특징을 설명했습니다. 일본은 ‘다양한 금융기관의 대규모 참여’가 특징이며, 은행·신탁은행·신용조합·신용금고,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금융 시스템 전반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일본은 프라이빗 에쿼티(Private Equity, 비상장 지분 투자)보다 데트와 퍼블릭 에쿼티(Debt·Public Equity, 채권·대출 중심 투자, 상장 주식 투자) 비중이 더 큰 구조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혁신(한국)×자본·제도(일본)’이라는 구조로 제시했습니다. 한국은 실행과 혁신 경험이 축적된 생태계를 갖고 있고, 일본은 장기 자본과 제도 기반을 갖춘 구조라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정 책임심사역은 두 국가의 구조적 차이를 연결 지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 임팩트 투자 리더십 형성 가능’이라는 방향성을 제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