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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콜렉티브 임팩트 활성화를 통한 사회혁신 2.0_창신동 도시재생이 던진 교훈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사회혁신전공 김경민 교수

행정안전부 지역사회혁신 민관협의회 위원장

(사회적기업) 어반하이브리드 설립자/고문




콜렉티브 임팩트란, 특정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섹터에서 온 주요한 주체들이
공동의 아젠다를 가지고 함께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2011년 카니아와 크레이머에 의해 정립된 콜렉티브 임팩트 개념은 사회혁신과 도시재생사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콜렉티브 임팩트는 다양한 섹터의 조직들이 함께 해결할 사회문제를 선정하고 조직화된 협력을 통해 진행된다. 1) 공통의 아젠다 설정, 2) 성과 측정 방법, 3) 주체간 지속적 소통, 4) 각 주체별 역량 극대화, 5) 전담 중추 조직의 역할이 핵심 요소이다. 다양한 분야의 조직들이 공통의 관심사를 공동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한 조직이 추진하는 경우보다 더 빠르고 실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콜렉티브 임팩트가 매우 유효하고 필요한 전략이어도, 이의 현실 적용시 애초의 계획과 벗어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특히 지역 커뮤니티와 관련한 경우, 지역 생태계가 요구하는 기획과 설계가 반영되어야 하며 매우 세심한 집행이 필요하다.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 변수에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콜렉티브 임팩트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으나 현실에서의 한계도 존재하는데, 이는 필자가 10년간의 지역활동에서 얻은 경험이기도 하다.


필자는 대학교에서 부동산 금융과 개발을 강의하고 연구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의 가치체계 연구를 시작하면서, 창신동이라는 봉제산업밀집지역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이 지역 패션제조업체들 (1~2인의 영세업체들)이 처한 상황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의류 제조 공임이 수십년간 정체되었기에 이들의 실질소득은 감소세였으며, 부부가 장시간 노동을 하기에 아이들은 더 세심한 돌봄을 필요로 했고, 주택지역에 봉제공장들이 들어섰기에 환기가 안되는 등 환경권 이슈가 존재했다. 즉, 사회적 형평과 경제적 지속가능성, 환경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이었다. 


2011년 당시 창신동은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된 상황이어서, 뉴타운 찬성과 반대측이 극명히 대립하고 있었고 지역 커뮤니티가 파편화된 상태였다. 2013년, 창신동이 뉴타운에서 해제되고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최초의 도시재생지역이라는 언론의 스폿라이트를 받게 되었고, 수백억 원의 자금이 창신동 도시재생사업에 투여되었다. 


그러나, 2021년 현재, 주민들은 그 많은 자금이 지역에 들어왔음에도 자신들의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데 불만을 갖고 있는데, 이는 제3자적 입장에서 타당한 것이다. 도시재생에 대한 반발과 더불어 공공재개발을 원하는 지역주민들의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필자의 연구실은 2012년부터 창신동에서 리빙랩을 진행하면서 지역 커뮤니티와 연을 쌓았고 필자는 신문에 뉴타운의 문제점 (패션봉제산업을 포함한 패션산업 생태계의 와해)에 대한 연재를 하기도 하였다. 

2013년, 필자의 연구실은 리빙랩에서 한 단계 발전하여 어반 하이브리드라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디자이너와 봉제장인들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디자인 공유오피스 ‘창신아지트’ 운영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창신아지트는 미약하나마 꾸준히 성장하여 현재 창신아지트 3호점을 운영 중이다.




연구와 사회적 기업 운영의 경험에서 바라본 창신동의 10년은 콜렉티브 임팩트와 관련한 많은 질문을 갖게 한다. 필자의 연구실이 지역 활동을 시작한 2012년, 창신동의 여러 주체들이 느슨한 조직을 만들어 서로 소통하면서 지역 문제 해결을 고민하였다.


콜렉티브 임팩트 5요소 중 공통의 아젠다 설정과 주체간 지속적 소통, (미약하나마) 중추 조직이 존재한 셈이다. 그런데 2021년 현재, 도시재생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면서 뉴타운사업과 비슷한 대규모 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은 많은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지난 10년의 경험에서 콜렉티브 임팩트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아젠다 설정의 적절성 여부와 주체와 역량의 문제 그리고 중추조직의 역할이다. 


아젠다와 그리고 아래의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본다.



지역의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아젠다 설정은 매우 힘들다. 더욱이 민주주의 학습 경험 많지 않은 상황에,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었던 지역에서는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자리에 한쪽 그룹만 참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장시간 노동을 하는 서민들,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서민들이 지역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지역 커뮤니티의 대표가 지역내 일부의 대표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활동 주체가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외지인인 경우, 지역을 위해 일하여도 지역의 대표성이 있느냐에 대한 공격을 수시로 받게 되며, 이들이 내세운 아젠다 역시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창신동에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존재하였고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많은 헌신을 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주체들은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버거워했고 불가피하게 지역을 떠나기도 하였다. 어떤 주체는 지역 내 갈등에 괴로워 하면서 활동을 멈추기도 하였다. 


선한 주체들이 존재하였음에도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누가’, 누구의 ‘문제’를 풀려고 했던 것인가 혹은 미래를 지나치게 낙관한 것은 아니었나 또는 이들의 활동을 위한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존재했나를 생각하게 한다. 

창신동의 주거환경은 과거보다 나아지지 않은 상태이며, 지역 산업생태계의 큰 축인 동대문패션산업은 활력도가 예전만 못하다. 도시재생의 주요 과제인 지역 커뮤니티 주거 복지와 지역 경제활성화 해결이 미진한 상황이다. 


주거 환경 개선은 매우 큰 이슈이기에 이 역시 단기간에 많은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전문성을 요하는 주거 개발 전문가 (비영리 민간 디벨로퍼)가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이들이 작은 단위의 개발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주변에 긍정적 임팩트를 끼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봉제업을 넘어서서 패션산업 관련 전문가들 (디자이너와 마케팅, 디렉팅 전문가들)이 현장에 와서 지역 산업생태계와 콜라부를 하면서 생태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판을 누군가는 기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즉, 적정한 수준의 주거 개발과 패션산업 생태계를 이해하는 중추조직이 많은 상황들을 아울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창신동의 열악한 주거 문제점을 지적하고 패션산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였고, 실제로 아젠다로 설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전략이 집행되었는지는 회의적이다. 동네 벽화를 그리고 동산 꼭대기에 놀이터를 설치하는 지역미화운동은 주거 복지 및 산업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


공공조직이 주체로써 혹은 중추조직으로써 한계를 보여준다면, 결국 혁신적 민간 조직이 커뮤니티 혁신의 주체로 등장해야 한다. 다양한 전문가 집단(비영리 스타트업, 공익적 디벨로퍼, 패션회사 등) 지역에 들어오게 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이 설계되어야 하고, 이들과 지역 커뮤니티와 다른 조직들(소셜벤쳐 육성기관, 임팩트 투자회사와 대기업 등)가 연계하고 아우르는 중추조직이 존재해야 한다. 


사회혁신 2.0이 필요한 현재, 자원을 갖춘 역량 있는 조직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 커뮤니티 혁신에 참여해야 한다. 2010년대가 콜렉티브 임팩트를 시험하던 사회혁신 1.0 시기였다면, 2020년대의 사회혁신은 진정한 콜렉티브 임팩트를 실행하는 시기여야 한다. 


지역 커뮤니티를 유인할 공동의 아젠다 세팅과 이를 집행할 역량 있는 주체 간의 협업,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 중추조직의 존재 그리고 활동 결과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 등 모든 부분에서의 혁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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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문가기고] 콜렉티브 임팩트 활성화를 통한 사회혁신 2.0_창신동 도시재생이 던진 교훈 등록일 2021.02.22
카테고리

지역 사회

출처 SOVAC
유형 Article
해시태그

#콜렉티브임팩트 #collectiveimpact #협력 #도시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