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로 우유를 만든다?
CES를 뒤흔든 SK빙수의 비밀
지난 1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술과 트렌드가 한데 모인 CES 2023에서 SK 그룹의 지속가능식품 푸드 트럭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습니다. 발효 유(乳)단백질을 사용한 ‘SK 빙수’에 관람객들의 이목이 집중됐는데요. SK주식회사 Green 투자센터 이준경 PL을 통해 발효 유단백질이 무엇이며 새로운 우유 제조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모습을 가늠해봅니다.
최근 유제품 생산 방식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소를 키우기 위해선 토지와 물 등 자원이 많이 사용될 뿐만 아니라 유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요. 때문에 농축산 산업의 탄소 감축을 위해 지속가능한 식품을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SK 그룹은 지속가능식품을 통해 농축산 영역의 구조적 혁신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발효 유단백질’입니다.
2023 CES에서 SK 그룹은 퍼펙트데이(Perfect Day)의 발효 유단백질로 만든 SK(Sustainable Korea) 빙수뿐만 아니라, 네이처스 파인드(Nature’s Fynd)의 지속가능 단백질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크림치즈 디저트를 선보였습니다. 우리 그룹의 지속가능한 유제품 메뉴를 모두 맛보기 위해서 매일 방문해 준 관람객도 있었습니다. CES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셋째 날부터는 당초 준비한 1만 2,000인 분의 물량이 모두 동이 났습니다. 잔여 물량 투입은 물론 3,000인분을 추가로 긴급 공수하기도 했지요.
직접 먹어 본 관람객들은 제품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일반 유제품과 맛이 비슷하다면 향후 구매할 의사가 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직접 먹어본 뒤 탄소 감축 실천 의지를 내비치거나 제품 출시를 문의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퍼펙트데이의 발효 유단백질은 동물의 힘을 빌리는 낙농 방식, 곡물을 배합해 만든 대체유, 그리고 아몬드나 귀리, 현미 등에서 추출하는 비건 밀크와는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발효 기술로 우유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죠.
우유는 6가지 단백질이 물에 분산된 형태입니다. 발효 유단백질은 젖소에서 추출한 단백질 생성 유전자에 미생물, 즉 곰팡이의 일종인 트리코더마 레세이(Trichoderma Reesei)를 결합해 발효시켜 단백질을 생산합니다. 최근 핀란드 VTT 기술 연구소에서는 이 미생물로 달걀 흰자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미생물 발효를 활용해 소와 닭을 기르지 않고도 우유와 달걀을 얻을 수 있다면 비인도적인 가축 사육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습니다.
퍼펙트데이는 ‘정밀 발효(Precision Fermentation)’ 기술을 활용해 2019년 세계 최초로 발효 유단백질 생산과 상업화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아이스크림, 초콜릿, 크림치즈, 단백질 파우더, 스무디 등 다양한 식품 업체에 이 발효 유단백질을 공급하고 있죠.
소를 통해 얻던 우유를 발효 유단백질로 대체할 경우 지구 건강은 물론 소비자 건강도 챙길 수 있습니다. 퍼펙트데이는 탄소발자국 국제표준규격인증(ISO 14067)을 획득하며 물 사용량 99%, 온실가스 배출량 97%, 에너지 사용량 60% 절감 등 친환경적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맛과 질감도 비슷해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도 우유를 즐길 수 있게 됩니다. 또 단순히 동물성 유제품의 원료를 교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영양 성분을 추가한 기능성 음료로 개발될 수도 있어 영양학적으로도 이점이 있죠.
가격 차이도 향후 5년 내에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 전망합니다. 현재는 발효 유단백질 생산 비용이 높지만, 대량 생산을 고려해 생산 수율을 낮추는 동시에 원료 단가를 절감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를 비춰볼 때, 합리적인 가격대로 발효 유단백질 제품을 만나는 시점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유당불내증 : 우유 속 유당의 분해와 흡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증상
퍼펙트데이의 다양한 발효 유단백질 제품은 현재 미국, 홍콩, 인도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 소비자도 일상에서 발효 유단백질 제품을 즐길 수 있을 거로 생각되는데요. 2022년 11월 SK주식회사와 매일유업, 퍼펙트데이는 3자간 MOU를 체결하고 미래 푸드테크 파트너십 확보에 나섰습니다. 약 1년 여의 식약처 인허가 과정이 완료되면 2024년부터 퍼펙트데이가 생산하는 원료를 한국에 들여와 매일유업이 완제품 생산, 유통, 판매 등을 맡아 소비자의 식탁 위까지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SK주식회사는 식물성 대체육을 생산하는 ‘미트리스팜’, 미생물 발효 단백질을 원료로 크림치즈, 패티를 선보이는 ‘네이처스파인드’, 세포 배양 연어를 공급하는 ‘와일드 타입’과 손을 맞잡고 지속가능식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SK주식회사 Green투자센터는 그린 사업 성장에 대비해 주도권을 선점하고자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친환경과 시장성을 동시에 품은 푸드테크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곧 미래 가치를 포착하는 기회이니만큼 첨단 기술 혁신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식품 생태계 활성화를 이끌어가고자 합니다.
동물성 식품을 대체하는 지속가능한 식품.
건강과 환경,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과 글로벌 기업들의 첨단 기술력이 더해져 이제는 의구심보다 기대감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발효 유단백질을 비롯한 지속가능식품 시장의 성장과 저변 확대, 그 중심 선 SK 그룹의 활약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