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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Waste의 끝을 다시 써야 할 때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우리 생활이 편리해진 측면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쌓여가는 E-Waste*가 있습니다. 버려지는 전자 제품의 양은 지속 증가하고 있으나, 적절하게 수거되어 재활용하는 폐기물은 단 17% 수준입니다. 나머지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파악조차 잘 안되고 있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환경 파괴자, 전자제품 폐기물을 올바르게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때입니다.
*E-Waste : Electronic Waste의 줄임말. 가전제품이나 모바일 기기, 배터리 등의 폐기물.
2021년 6월,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개최지 영국 콘월(Cornwall)에 등장한 작품입니다. 미국에 있는 역대 주요 대통령의 얼굴을 새긴 ‘러시모어 산’을 패러디해 휴대폰과 키보드 등 버려진 각종 전자 제품으로 G7 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의 얼굴을 만들었습니다.
2006년, 영국 런던시청 광장에도 높이 7m에 달하는 기괴한 조형물이 나타났습니다. 눈은 산업용 조명, 치아는 컴퓨터 마우스, 귀는 위성방송 수신 안테나, 등뼈는 세탁기, 목은 진공청소기 튜브로 만들어진 이 조형물의 이름은 ‘전기·전자 폐기물 인간’. 이 작품의 무게는 대략 3.3톤인데 영국 왕립 예술 산업 진흥회(RSA)의 제안으로 영국인 한 명이 평생 배출하는 전자 폐기물 무게와 동일하게 제작됐습니다. 환경 운동가와 예술가들이 버려진 전자 제품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는 이유는 거대한 양의 E-waste가 버려지고 있으며, 이것이 초래할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전하기 위해서 입니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전자 폐기물 총 배출량은 5,740만 톤으로 집계됩니다. 우리나라는 전체의 1.6% 수준인 약 81만 톤, 1인당 한 해 15.8㎏꼴로 세계 평균(7.3㎏)의 두 배가 넘는 전자 폐기물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자 폐기물이 위험한 이유는 폐기시 발생하는 독성 화학물질 때문입니다. 지난 2월, UN인권이사회는 살충제, 플라스틱, 전자 폐기물로 인한 오염으로 연간 최소 900만 명 이상이 조기 사망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저소득층일수록 환경 오염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에 환경 위협은 인권 문제이기도 합니다.
전자 폐기물에 대한 우려는 2000년대 중국 광둥성 지역의 폐기물 재활용 실태가 폭로가 되면서부터 였습니다. 꾸이위 마을 사람들은 전세계로부터 수입한 전자 폐기물을 재처리 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했습니다. 마을 곳곳에 전자 폐기물을 쌓아두고 보호 장비 하나 없이 연탄불에 전자 기판을 올려 부품을 분리했습니다. 손이 작아 가전 제품을 분해하기 유리하다는 이유로 어린이들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각되는 전자 폐기물에서는 폴리염화비페닐(PCBs), 폴리브롬화비페닐(PBBs)등 1,000개 이상의 유독 화학물질이 발생합니다. 유독 물질은 사람의 폐 기능 악화, DNA 손상, 암과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을 높이고, 환경 오염에도 치명적입니다. 폐기물의 무방비한 재활용 실태가 알려지면서 중국은 32종 고형 폐기물에 대한 수입을 금지했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폐기물의 집결지가 아프리카로 옮겨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전자 폐기물 쓰레기 처리장으로 손꼽히는 곳은 아프리카 가나의 아그보그블로시(Agbogbloshie)입니다. 가난한 이곳 사람들은 선진국에서 버린 전자 폐기물에서 구리와 금 같은 값나가는 부품만 골라내 팔고 나머지는 그대로 매립하거나 소각합니다. 중국에서 그랬듯 납땜이 된 전자기판을 그대로 태우거나, 금을 추출하기 위해 독한 산성 물질을 사용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토양과 수질은 오염되고,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중금속에 노출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기·전자 폐기물 때문에 건강을 위협 받는 어린이가 전 세계 약 1,800만 명 이상이라고 경고합니다. 전세계가 버리는 전자 폐기물 가운데 약 17.4%만이 공식적인 경로로 수집 및 재활용 됩니다(2019년 기준). 나머지 80%가 넘는 폐기물들은 가나처럼 환경을 걱정할 여유가 없는 개발도상국이 구입해 재활용 및 소각 · 매립해 처리합니다. 이런 식의 재활용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요?
IT 기기와 배터리 제조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은 희소 금속입니다. 계속 캐다 보면 언젠가는 지구상에서 사라지니 재활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전자 폐기물을 안전하게 분해하여 재활용할 수 있는 전문적인 E-Waste 산업이 중요합니다. SK에코플랜트는 이 지점을 주목, E-waste 시장으로의 진출을 선언합니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국내 종합 환경플랫폼 기업인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 인수하고, 2021년 6곳의 국내 환경 기업을 추가 인수하며 선도적인 환경 사업자 지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2022년 2월에는 전자 폐기물 처리 관련 완성형 밸류체인을 보유한 싱가포르 E-Waste 전문 기업 테스(TES)社의 지분 100%를 인수하며 소각 · 매립 등 기존의 폐기물 사업 영역을 넘어, 폐기물 제로, 탄소 제로화를 실현하는 리사이클 영역으로까지 진출했습니다.
SK네트웍스의 ICT 리사이클 분야 자회사인 민팃은 국내 최초 인공지능 기반 무인 ATM(민팃ATM)을 활용해 중고 휴대폰을 수거하는 ICT 기기 리사이클 사업을 수행 중입니다. 민팃ATM 기기에 중고폰을 넣으면 기능과 외관 진단부터 최종 가격 제안까지 단 3분. 접수한 중고폰의 가격은 검수 과정을 거친 후 고객에게 최종 안내되는데, 이때 ‘기부하기’를 선택하면 민팃이 산정한 중고 휴대폰의 가격 100% 금액을 IT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기부할 수 있습니다. 또 암호화 알고리즘을 적용, 데이터에 난수화 등을 통해 ‘고객 정보 복원 불가능 시스템’도 진행합니다.
가격 투명성, 비대면 편의성, 데이터 삭제 등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민팃은 빠르게 성장했고, 전국 약 5,600여 대의 민팃ATM에서 지난해 약 100만대의 중고 휴대폰을 수거했습니다. 민팃도 테스(TES)社와 업무 협약을 맺으며 글로벌 중고 휴대폰 시장으로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양사 모두 ITAD 서비스(중고 휴대폰 속 각종 정보 파기 후 리사이클)를 수행하는 만큼, 글로벌 시장 거점의 확장 및 비즈니스 모델 확대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11월 21일부터 12월 11일까지 SK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폐휴대폰 기부 캠페인도 진행됩니다. 전국의 민팃ATM이나 멤버사 사옥 내 민팃기부BOX에 휴대폰을 기증하면 ICT 분야에 꿈이 있는 조손가정 아이들을 위해 기부할 수 있습니다. 서랍 속 깊숙이 방치되어 있는 폐휴대폰이 떠오른다면, 민팃으로 선한 영향력 전파에 동참해 주세요.
전자 폐기물을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가능한 오래’ 사용하는 것입니다. 오래 사용하기 위해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는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폐전자제품이 친환경적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올바른 방법으로 배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성능과 가격을 꼼꼼히 비교해 새 제품을 사듯, 버릴 때에도 오염물질이 덜 발생하도록, 낭비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모든 환경 문제가 그렇지만 E-Waste 문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자원 채취 – 대량 생산 – 폐기로 끝나는 종전의 선형경제에서 벗어나, 자원순환 사회로 갈 수 있도록 많은 구성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