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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톡] 재생에너지 전환에 관한 오해와 진실

한국은 어렵다?

재생에너지에 관한 오해와 진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약속했습니다.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국제 사회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용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습니다. 기후 위기 시대의 필수 생존 전략이 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편견을 깨고 바로 알아야 할 때입니다.




재생에너지는 속도전, 우리나라 상황은?


RE100이 한국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RE100이란 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서, 여기에 가입한 기업은 늦어도 2050년까지 모든 생산 공정과 사무실 운영에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2020년 처음으로 SK가 RE100 캠페인에 동참했고, 이후 LG, 현대차, 삼성전자 등이 차례로 RE100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RE100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열, 태양광, 물, 풍력 등으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야 합니다. 현재 380여 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이 약속한 RE100 평균 달성 연도는 2030년입니다. 재생에너지 사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도 해석됩니다. 우리나라의 현황은 어떨까요?



2021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입니다. OECD 38개국 평균인 31.3%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거의 꼴찌 수준입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조속히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은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나아가 해외 기업들이 한국은 RE100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더 이상 우리나라에 투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재생에너지 사용 문제는 기후 위기 대응 차원을 넘어 경제로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입니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한국 사회 일부에서는 여전히 재생에너지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2050년 재생에너지 비중 70%를 달성하려면, 현재 설비용량 대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20배가량 늘려야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에서 이것이 가능할까요? 산을 깎아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산꼭대기에 풍력 단지를 짓는 게 과연 잘 하는 일일까요?

우리나라와 지형이 비슷한 일본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를 넘어섰습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 면적의 3.5~4% 정도만 재생에너지 발전에 사용해도 2050년 탄소중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3.5~4%의 면적이면 서울 면적의 약 6배에 해당합니다. 매우 넓다고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현재 국토의 18% 정도를 농지로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19%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에 비해 국토의 4% 면적만으로 탄소중립을 이루고 화석연료 수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기후 위기에 적극 대응하면서도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태양광 패널 효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이미 24% 고효율을 자랑하는 태양전지가 시장에 나와 있으며, 업계는 2025년까지 30% 초고효율 제품이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효율이 올라갈수록 태양광 설치에 필요한 부지 면적은 계속해서 줄게 됩니다. 재생에너지를 늘려 기업들로 하여금 RE100을 달성하게 하고, 국가적으로는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면 바람직한 일일 것입니다.



독일과 한국 중 연간 일사량이 더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재생에너지 비중이 50%에 육박한 독일일까요? 정답은 우리나라입니다. 북위 35도에 위치한 한국은 북위 51도인 독일에 비해 일사량이 약 1.4배나 더 많습니다. 그런데도 독일은 햇빛이 상대적으로 좋은 남쪽 지역에 태양광 발전소를 하나라도 더 짓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자립 마을, 독일 보봉마을(Vaubon)을 아시나요?




독일의 보봉마을은 프랑스 접경 지역인 프라이부르크 시(市) 남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입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1992년까지 프랑스 군기지로 활용되었으나, 철수하면서 마을의 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보봉마을 개발은 주민들이 자치회를 열어 주도적으로 진행됐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에너지와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 차 없는 마을
보봉마을에서 자동차를 소유한 가구는 단 17%입니다. 대부분의 주민이 도보나 자전거로 이동하고 차량은 나눠쓰며, 노면전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거리의 안전이 확보되니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고, 마을의 공기는 맑아졌습니다.

* 태양광 에너지 주택,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집집마다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으며, 두꺼운 벽과 3중 창문으로 건물 내부의 에너지 효율을 높였습니다. 주민들은 공동 세탁기를 사용하며 세탁, 건조, 음식 조리 등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일은 가급적 낮에 하도록 권장됩니다.

* 태양광 트래커, 헬리오트롭(Heliotrope)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세계 최초 회전형 태양광 주택, 헬리오트롭도 볼 수 있습니다. 태양을 따라 패널이 360도 회전하기 때문에 일반 태양광 발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풍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덴마크나 영국, 독일이 북해에서 불어오는 양질의 바람 덕분에 풍력발전을 위한 최적의 지리적 여건을 갖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상황을 폄하해서는 안 됩니다. 산이 많고,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육상과 해상 풍력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기술 혁신이 풍력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의 풍황(風況, 바람의 방향, 위치, 세기)에 맞는 맞춤형 풍력 발전기 제작은 물론, 블레이드 지름이 220m에 달하는 거대한 해상 풍력기가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間歇性, 전기 생산이 날씨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영향을 받는 특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를 활용해 잉여 전기를 저장해 두었다가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세계 발전원별 발전단가를 따져보면 태양광과 풍력이 1kWh 당 평균 50원 대인 반면, 원전과 석탄, 가스 발전은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더구나 국제 에너지 공급 위기로 인해 석탄과 가스 가격은 무서울 정도로 폭등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역 민원과 각종 행정 규제, 왜곡된 전력 시장과 요금 체계 등으로 재생에너지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실정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30년경에는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가 가장 저렴한 발전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바람과 빛 등으로 전기를 만드는 재생에너지의 최대 장점은 한계비용이 제로라는 점입니다. 지금처럼 에너지 독립과 기후 위기 대응이 중요한 시대에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재생에너지 시장을 조속히 확대하여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유럽의 주민들이 처음부터 재생에너지에 너그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민사회 및 정부의 꾸준한 설득과 일관성 있는 정책, 실제로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면서 얻는 경제적 이득을 체감하면서 에너지전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입니다.


기후 위기 시대,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자체 RE100 달성 후 국제 공급망으로 연결된 다른 기업들에게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권고하는 글로벌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이것이 기후 위기 시대에 투자자와 소비자로부터 환영받는 효과적인 경영 전략임을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RE100은 이제 글로벌 스탠다드가 됐습니다. 재생에너지 활용, 더 이상 시간과의 싸움에 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글.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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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싸톡] 재생에너지 전환에 관한 오해와 진실 등록일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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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트렌드 |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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