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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VAC Column] 다보스포럼에서 들여다본 ESG의 방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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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7 17:17:00 185 읽음




  

임팩트온 김효진 에디터는 지난 10년여간 다수의 ODA 사업과 ESG 컨설팅, 연구 등에 참여하며 지속가능성 방안에 몰두해왔다. 현재는 임팩트온에서 에디터로 글로벌 ESG 동향 및 규제, 정책 등의 소식을 발빠르게 전함과 동시에, 연구원으로 공공기관과 기업 등에 인 사이트를 제공 중이다.



글 김효진 임팩트온 에디터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연기됐던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 WEF)이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됐습니다. 정식 명칭은 세계경제포럼(WEF)이지만, 1971년부터 글로벌 정·재계 리더들이 매년 스위스 다보스(Davos)에 모여 주요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 방향성을 짚어본다고 하여 ‘다보스포럼’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글로벌 민간 협의의 장인 다보스포럼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특히, 지속가능경영에 있어 방향성과 업계의 합의를 끌어왔습니다. 기업이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고객, 근로자, 협력사,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경영을 하겠다는 의미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도 다보스포럼에서 제시되어 확산되었으며, 금융권에서 통용되던 ESG를 전체 산업계로 확장 및 가속화시킨 것도 다보스포럼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글로벌 리더들은 다보스포럼에서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 사이 지구촌에는 해결되지 않는 전염병 문제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 기후 리스크 증가, 인플레이션 공포, 무역 충돌과 불안정한 공급망 등 수많은 위기가 발생해왔습니다. 논의가 필요한 이슈가 워낙 많아, 이번 다보스포럼에서는 명쾌한 솔루션이나 해결 방향성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개최 전부터 해외 언론에서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도 포럼 브리핑 세션에서 “위기에 깊이 빠져 있는 세상에서 다보스가 어떻게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례적으로 올해 포럼 결과에 의문점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년간 논의되지 못한 이슈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 더 큰 위기를 피해야 한다는 점에서 “세계경제포럼 설립 이래 가장 중요한 연례회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우려와 기대감 속에 시작된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산업계 글로벌 리더들이 주목한 이슈는 단연 ‘기후’였습니다.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기후변화’는 다보스포럼의 주요 의제로 부상해왔지만 올해는 270여개 패널토론 중 90개 이상이 기후 위기였던 만큼, 그 관심도는 더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올해 눈에 띄는 점은 기후 대응에 있어 ‘협력’이 강조되었다는 것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협력 측면에서 특히 화제가 된 소식은 ‘퍼스트무버 연합(First Movers Coalition)’의 확장이었습니다. 퍼스트무버 연합은 지난해 11월 COP26(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미국 국무부와 WEF가 출범시킨 것으로, 철강, 알루미늄, 해운, 트럭운송, 항공 등 탄소 감축이 까다로운 8개 대표 산업들이 청정기술에 대한 초기 투자를 지원하고 탄소 제거 솔루션을 확장하고자 하는 이니셔티브입니다. 존 케리 기후특사가 주도하고 있으며, 이 연합에 참여하는 산업의 총 시장 가치는 8조 5000억 달러(1663조 2500억원) 이상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큽니다. 


지난해 애플, 아마존, 뱅크오브아메리카, 보잉, 델타항공, 에어버스, 바텐폴 등 30개 회원사로 시작했던 퍼스트무버 연합은 이번 다보스포럼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EY, 페덱스, 포드, 슈나이더 일렉트릭 등이 합류함으로써 총 50개 기업이 되었습니다.

 

세계 굴지 기업이 참가해 판이 커진 퍼스트무버 연합은 회원사들의 공동 협력을 통해 앞으로 탄소 제거 기술에 1억 달러(1254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다보스포럼에서 공식화했습니다. 더불어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신규 가입한 MS, 알파벳 등의 기업도 4억달러(5018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투자 자금은 글로벌 산업과 공급망 내 탄소 제거 기술(Carbon Dioxide Removal, CDR) 활용도를 높이고, 2050 넷제로 목표 달성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퍼스트무버 연합은 글로벌 기업의 참여 규모를 확대하는 노력을 계속 이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녹색기술 구매 플랫폼을 제공하고,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거나 회원사들의 기술 시연, 투자 등을 통해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중립) 배출 기술 수요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갈 계획입니다.


한편, 올해 다보스포럼 대통령 특사로 참여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으로부터 퍼스트무버 연합의 한국 정부와 기업 참여를 요청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나 특사는 "(한국의) 신(新)정부는 가치기반 외교원칙에 입각해 녹색기술 등 글로벌 공공재 생산·공급에 기여하며 국제협력을 선도해가겠다"고 말하며, 가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더불어,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TNFD(자연자본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가 비즈니스 리더들로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TNFD는 2020년 7월 유엔환경계획금융이니셔티브(UNEP FI),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발표한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지난해 6월 공식 출범한 글로벌 협의체입니다. TCFD가 기후변화와 탄소에 관한 재무정보 공개 기준을 세운 것이었다면, TNFD는 생물다양성과 자연자본에 관한 재무정보 공개 기준을 세우기 위해 활동합니다. 쉽게 말하면 기업이 보유한 자연자본 관련한 영향과 리스크를 공개하도록 해,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억제시키겠다는 것입니다.


2023년 9월을 목표로 자연자본 재무정보 공시 기준 최종안을 만들고 있는 TNFD가 비즈니스 리더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탄소 배출 못지 않게 생물다양성 이슈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보스포럼에 따르면, 세계 GDP의 50%가 천연자원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압력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산업계의 관심에 힘입어, 이번 다보스포럼에서는 TNFD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 및 지역 수준의 협의 그룹이 구성되었으며, 여기에 호주, 인도, 네덜란드, 영국이 먼저 참여해 기업의 TNFD 공시를 적극 확대시켜 나가기로 했습니다. 


또, 데이비드 크레이그(David Craig) TNFD 공동대표는 다보스포럼 참가자들에게 “기업 이사회가 천연자원 비용을 인식할 수 있는 방안과 자연에 가격을 매기는 방법을 설명하는 청사진을 다음달에 발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TNFD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협의가 진행되자, 파이낸셜타임즈(FT) 등 해외 미디어들은 “TNFD가 이제 서서히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다”는 기사를 잇따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또, 로이터통신은 “다보스포럼에서 TNFD와 같은 자연자본 회계가 부각되고 있다”면서 “세계 경제는 '자연 네거티브(Nature-negative)'에서 '자연 포지티브(Nature-positive)'로 변경되고, 향후 민간 부문에서 연간 5000억달러(619조원)에 달하는 자연 유해한 보조금을 용도 변경 및 재배치하는 논의가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분쟁으로 흔들리던 공급망이 러시아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위협을 받으며 그 위기가 더 격화되었습니다. 다보스포럼에 모인 글로벌 리더들도 공급망 위기에 깊이 공감하며,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확대돼 왔던 공급망이 이제 세계 경제를 교란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같은 공급망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한 협력과 청정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였습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비용에만 기초한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이제는 공급의 안정성이라는 개념을 함께 봐야할 때가 왔다”며 기후변화 대응과 같이 협력하여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오릿 가디시 회장도 "정부와 기업 모두 공급망 설계에 있어 회복성과 지속가능성, 지정학적 사항이라는 3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경제성의 균형이라는 기존 목표보다 우선순위가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노엘 퀸 HSBC그룹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공급망 위기 극복을 위해 청정 에너지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안보가 부각된 만큼 에너지 전환이 더 빠르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2년만에 대면으로 다보스에 모인 글로벌 리더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환경에서 ‘위기’를 감지했고, 환경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하지만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는 ‘협력’을 통한 위기 돌파에 뜻이 모였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세계 어느 정부도, 어느 기업도 기후위기 등의 환경 문제는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전 세계 모든 영역에 영향을 두루 미치는 환경 문제를 시의적절하게 효과적으로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뿐 아니라 산업계의 역량과 재원, 혁신이 결집되어야 합니다. 


지난 2년간 환경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맛본 글로벌 리더들은 위기 돌파를 위해 공동 대응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그렇기에 올해 포럼 폐막에서 선정된 주제도 ‘함께 일하기, 신뢰 회복’이었습니다. 


효과적인 환경 문제 대응과 해결 규모를 넓히기 위해 한국기업도 개별적인 노력을 벗어나 퍼스트무버 연합 등의 글로벌 협력 모임 가입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