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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VAC Column] IRA와 CRMA, 新보호무역주의의 등장… 국내산업 영향은?

프로필 이미지 임**온(no*****)

2022.12.06 10:44:41 1,306 읽음


임팩트온 송준호 에디터는 현재 글로벌 ESG 동향 및 규제, 정책 등의 소식을 기사와 보고서로 전한다. ESG의 대중 인식 확산을 위해 유튜브 영상도 함께 제작하고 있으며, ESG의 소셜 핸드북인 ‘S in ESG’를 공동 집필했다. 임팩트온에 합류하기 전에는 4년간 인권과 환경 부문의 공익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비영리 미디어 활동을 해왔다.


                                                                                                                                                                           글 송준호 임팩트온 에디터


독일에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려던 스웨덴의 노스볼트(Northvolt)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때문에 공장을 독일이 아닌 미국에 지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IRA를 적용받아 독일 정부가 제공하는 지원금의 약 4배인 8억유로(약 1조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미국은 에너지 가격까지 독일보다 저렴합니다. 다른 기업들도 노스볼트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몇 달 째 계속 글로벌 무역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IRA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후법안인  ‘더 나은 재건법(Build Back Better, BBB)’의 일환으로 발의된 법입니다. 이는 새로운 보호무역주의의 정점에 선 법이라고도 평가받고 있습니다.


IRA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문제와 환경 및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국 산업을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지원합니다. 이는 미국제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세금 환급뿐 아니라 태양광, 풍력, 원자력, 탄소 포획 기술과 같은 녹색 기술에 세금 공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IRA가 제공하는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배터리 제조에 사용된 핵심광물 40% 이상 및 주요 부품의 5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거나 북미 지역 내에서 재활용해야 합니다. 이 제도는 광물·부품 조달 비율을 충족한 배터리가 탑재된 북미산 전기차 신차에 한 대당 최대 7500달러(970만원)의 세액공제를 적용합니다. 


미국의 막대한 신규 녹색 에너지 보조금 패키지는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환경 관련 신사업을 수행하는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면서, 기존의 사업 부지가 있던 국가들은 일자리 감소와 경제 위축으로 위기를 맞았습니다. 



유럽연합(EU)과 회원국은 IRA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는 환영하지만, EU는 유럽 기업이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하는 입장입니다. 회원국들은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보조금은 공정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도 “미국과 IRA발 무역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EU는 4300억달러(약 564조원) 규모의 IRA 예산 중 2000억유로(약 272조원)가 WTO규정을 잠재적으로 위반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프랑스는 자국 기업이 인센티브를 위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80억유로(약 11조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EU는 손실이 눈앞에 보이자 행동에 나섰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최근 “공공 투자 규정을 점검하고 EU 수준에서 새롭고 추가 자금이 필요한지 여부를 재평가해야 한다”며 “미국이 IRA를 조정하도록 계속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집행위원장이 말했듯 EU는 두 가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에 IRA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EU의 보호무역주의를 구축할 제도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4일(현지시각), “EU가 IRA를 WTO에 제소해야 한다”며 “IRA 법안이 이미 통과됐으니 많이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WTO에 제소하면 EU 규칙과 양립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방미(美) 중인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EU에서 만든 제품도 환경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고 있으니, IRA에 대한 면제 특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U는 보호무역제도 구축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유럽판 IRA인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 CRMA)'은 내년 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2011년 유럽 산업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원료들을 핵심원자재로 지정해 왔습니다. EU가 리튬과 같은 전기차 관련 원료를 핵심원자재 목록에 넣고 이에 규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제도로 만들려는 것입니다. 


민간에서는 클린 테크 유럽(Clean Tech Europe) 이니셔티브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산업계와 회원국, 유럽투자은행(EIB)은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각) 클린 테크 유럽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켜 다섯 가지 핵심 기술인 ▲태양광 ▲풍력 ▲히트펌프 ▲전기분해장치 ▲전력 그리드를 IRA와 같은 제3국의 정책으로부터 보호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이 이니셔티브는 향후 6개월간 투자와 공공 조달을 통한 지원 방법을 고안할 계획입니다. 



유럽과 미국이 IRA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모습은 1년 전 EU CBAM(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이 발표됐을 때의 모습과 겹칩니다.


EU가 탄소 누출을 막는다는 이유로 CBAM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은 CBAM이 불공정경쟁을 촉진하는 보호무역제도로 WTO에 위배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국판 CBAM이라고 불리는 ‘청정경쟁법안(Clean Competition Act, CCA)’도 발의됐습니다. CCA는 석유화학제품 12개 수입품에 온실가스 배출 1톤당 55달러(약 7만원)를 관세로 부과하는 규제로, 역시 미국 산업을 보호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EU의 프란스 팀머만스 기후담당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9월 미국 등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일정이 EU와 유사한 국가에 CBAM 적용을 면제하는 일종의 '탄소 클럽' 방안이 협의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미국도 ‘탄소 클럽’처럼 IRA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IRA 등의 문제로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유럽 국가들을 고려해서 IRA를 조정할 수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IRA로 유럽 동맹국을 배제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제조업 일자리를 계속해서 창출할 것이지만 유럽을 희생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과 프랑스는 1일, 법안에서 발생하는 청정에너지 문제를 둘러싼 무역 분쟁을 처리하기 위해 미국과 EU 사이에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했던 ‘조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으므로 앞으로의 논의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유럽과 미국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보호무역주의 제도와 제도의 대결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은 수출주도형 경제 체제로 이처럼 보호무역주의 맞대결과 협상을 하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달 11일에 발표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에 따른 대응 방향 검토 보고서’에서 IRA 규정에 부합하는 공급망을 확보하고 국내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IRA 규정은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의 우산 안에서 경제 동맹을 확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은 배터리 산업의 경우에 핵심 광물인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을 주로 중국에서 수입합니다. 한경연은 대체 수입국으로 칠레, 캐나다, 호주, 아르헨티나 등을 제시하며 공급망에 변화를 주도록 제안합니다.


기업이 한국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유인을 어떻게 제공할지도 문제입니다. 한경연은 글로벌 공급망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인 산업 유치를 위해 첨단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R&D(연구개발) 보조금, 세제 등에 추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한국 국회에 계류 중인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 투자 세액공제율을 인상하자는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는 투 트랙으로 대응 중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9일 개최한 IRA 대응 민관합동 간담회에서 단기적으로 북미 최종 조립 요건에서 벗어나는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게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렌트, 단기 리스와 같은 상업용 친환경차는 북미 최종 조립 요건 및 배터리 요건과 상관없이 세제공제 혜택을 받습니다. 이에 상업용 차량의 범위를 최대한 넓게 적용하도록 미국 정부와 협의 중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IRA 법 개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이 지적했듯 법 개정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정부와 업계는 미 의회 지도부와 핵심 의원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필요시 EU 등 유사입장국과 공조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산업별로 유리한 시장의 현지법 요건을 맞추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1년 만에 미국과 유럽이 자리를 바꿔가며 갈등과 협상을 반복하는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유럽 브뤼셀과 미국 워싱턴에 현지 지사를 만들거나 만들 계획 중인 국내 기업이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한 전략적 대응이 점점 중요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