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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 Hub 칼럼] 쌀이 사라진 자리, ‘신뢰’와 ‘상생’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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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3 13:49:59 15 읽음



글 : 사회성과인센티브 매거진 '사성인'

출처 :  사회적가치연구원 SV Hub (https://svhub.co.kr/)



우리 식탁에서 ‘한살림’은 건강한 먹거리를 상징하는 가장 친숙한 이름일 것입니다.


무농약 콩나물, 유정란, 우리 밀로 만든 빵...

그런데 혹시 알고 계셨나요?

이 생협이 ‘금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은행도, 핀테크 기업도 아닌 이들이 만드는 금융은 조금 다릅니다.

내 돈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고, 그 돈이 우리 농업을 살리는 데 쓰인다는 것.


직원 수가 한 손에 꼽히는 작은 조직이지만, 2025년 영국 로이터 통신이 주관한 ‘글로벌 지속가능성 어워드’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엘 등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사회적 임팩트 부문 우수상(Highly Commended)’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한살림펀딩’에서 시작해 이제는 ‘한살림연대기금’이라는 이름으로 더 깊어진, 하지만 숫자가 아닌 사람을 향하는 관계의 금융 이야기를 전합니다.


“우리가 쌓아 올린 자본은 그저 화폐만은 아닙니다. 

40년간 물품 하나하나에 담긴 정직함, 그리고 그것을 믿어준 조합원들의 ‘팬덤’이 만들어낸 신뢰의 결정체입니다. 

그때 저는 확신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금융은 숫자가 아니라 이 견고한 관계 위에서 작동한다고 말입니다.”

- 한살림연대기금 - 



수녀님의 신협 운동, 그리고 2005년의 위기

한살림연대기금의 뿌리를 이해하려면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가 부산에서 고리대금업에 고통 받는 서민들을 위해 시작한 ‘신협 운동’이 그 시초입니다. 한살림 초기 운동가들은 이 정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전국적인 신협 운동을 전개했고, 이는 훗날 한살림의 ‘협동 자본’ 철학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컸습니다. 김정일 대표는 자본 조달의 어려움을 겪었던 결정적 순간으로 2005년을 꼽습니다.


“한살림이 성장하면서 10년 주기로 거대한 자본이 필요할 때가 옵니다. 2005년 물류센터를 건립할 때가 그랬습니다. 조합원들의 출자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죠. 결국 생산자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물품 대금 지급을 일주일씩 늦춰가며 유동성 자금을 모아 건물을 올렸습니다. 그때 뼈저리게 느꼈죠. 우리만의 자금 조달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특히 가을철 쌀 수매 시기가 되면 2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현금이 일시적으로 필요한데, 내부의 생산안정기금(약 100억 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오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12월 15일, 25개 한살림 생산·소비 조직이 출자하여 ‘한살림펀딩(주)’를 설립했습니다. 국내 농축수산 분야 최초의 P2P(대안금융) 서비스가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이 조직은 더 넓은 연대와 공익을 지향하며 ‘한살림연대기금’으로 이름을 바꾸고, 명실상부한 한살림의 금융 울타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공공의 돈 없이 만든 585억의 기적

가장 놀라운 성과는 ‘자립’입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공공 재원 지원 없이, 오로지 조합원과 생산자 조직의 힘만으로 누적 기금 100억 원 이상을 달성했습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누계 557억 원의 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누적 대출액 585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자금은 148개 생산지에 흘러들어가 안정적인 생산과 고용을 가능케 했으며, 결과적으로 생산자들의 금융비용을 약 26억 원 절감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실무를 총괄하는 박종찬 차장은 100억 원이라는 숫자의 무게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100억 원은 금융 당국이 직접적인 감독을 시작하는 제도권 금융의 기준선이에요. 순수한 민간의 힘으로, 그것도 협동조합 진영에서 이 규모에 도달했다는 건 해외 몬드라곤이나 퀘벡 사례에서나 볼 법한 일이죠.”


▲ 2025 로이터 어워드 상패. 이번 수상으로 한국형 대안 금융의 가치와 저력을 입증하였습니다.


이러한 가치는 국제 무대에서도 인정받았습니다. 2025년 10월, 한살림연대기금은 영국 로이터가 주관하는 ‘글로벌 지속가능성 어워드 2025’에서 사회적 임팩트 부문 우수상(Highly Commended)을 수상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엘, 클라우드플레어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해 얻어낸 쾌거입니다. 로이터는 한살림의 모델이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불평등 감소’와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등에 기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숫자로 증명하다

한살림연대기금은 ‘대안금융’으로서의 역할과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해 그동안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그 탐색의 일환으로 자신들의 활동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사회성과인센티브(SPC) 프로젝트에 참여했죠.


박종찬 차장은 당시의 절박함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는 기존 금융과 다릅니다. 담보가 부족하고 신용등급이 낮아도 한살림 생산자라면 대출을 해주는 자체적인 평가 기준을 갖고 있었죠. 하지만 외부에서는 이를 그저 ‘위험한 대출’로 볼 뿐이었습니다. 우리만의 기준인 사회적 신용평가 모델을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검증받고 싶었습니다.” SPC 프로젝트는 한살림의 금융 활동이 농가의 금융 비용을 얼마나 줄여줬는지, 친환경 농업을 지켜냄으로써 사회적으로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초기 적자 구조 속에서도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었고, 생산자들의 대출 금리를 시중보다 낮은 5.5%, 1금융권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중략...)



‘금융’이라는 간판을 떼고 ‘교환’의 시대로

위기 속에서도 한살림은 ‘청년’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현재 약 300명의 청년 생산자에게 월 30만 원의 기본소득 성격 지원금을 지급하고, 내년부터는 ‘경영학교’를 열어 농사 기술뿐만 아니라 자금 관리 노하우까지 전수할 계획입니다. 초기 귀농자는 소득 증빙이 어려워 제도권 대출을 받기 힘든 현실을 연대기금이 메워주려는 것입니다. 박종찬 차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존 금융의 문법을 완전히 뒤 집는 미래를 그립니다. “제도권 금융의 규제는 너무나 강력해서 운신의 폭이 좁습니다. 채무 상환시 전화 연락 횟수 제한 같은 세부적인 규제 때문에 소통조차 어렵죠. 그래서 저는 앞으로 우리가 ‘금융’이 아니라 ‘거래와 교환’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듯이, 생산자가 만든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이를 물품 구매 시 할인해주거나 교환권으로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기존 은행의 틀을 깨고, 서로의 가치를 교환하는 우리만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가장 한살림다운 미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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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성인Story] 쌀이 사라진 자리, ‘신뢰’와 ‘상생’을 심다! 한살림연대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