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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부모-아이-선생님의 고민이 만나는 지점에서 찾은 해답


리바이스코리아 마케팅 팀장과 매일유업 유아식사업본부 사업부장으로 일했던 김희정 대표는
본인을 포함해 직장과 육아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많은 여성과 가정을 위해 
2016년, 돌봄이 필요한 육아 가정과 돌봄 교사를 이어주는 플랫폼 째깍악어를 창업했다.


글. 째깍악어 김희정 대표



2015년, 우리 팀에는 육아를 하는 엄마가 나를 포함하여 여럿 있었다. 하루는 OO 과장이 자리에서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전화를 받다가 언성을 높였다.


“뭐? 학원 셔틀을 놓쳤다고? 그럼 넌 지금 어디야?”


1시면 학교가 끝나는 초1 아들이 후문에서 셔틀을 타고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이른바 학원 뺑뺑이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친구들과 놀다가 셔틀을 놓친 것이다. 그녀가 큰소리를 낸 이유는 비싼 학원을 빠져서도, 배워야 할 것을 놓쳐서도 아니다.

엄마가 퇴근하기 전까지 아들은 예정된 일정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했는데, 이제 아들은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광화문, 그녀의 집은 수지. 지금 그 어떤 교통수단을 동원해도 2시간은 걸리는 거리다.

 

“아들아… 너를 어쩌면 좋니…”

 

우리는 오늘 야근각이다. 그녀들이 조용히 전화기를 들고 사라진다. 갑자기 생긴 야근 계획에 아이를 맡아줄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왜 맨날 당신은 회식인데? 우리 팀도 회식 많아. 그래도 난 매번 묻고 상의하잖아. 

근데 왜 당신은 내가 아이 보는 걸 당연시해?”

“엄마, 오늘 어린이집으로 아이 좀 데리러 가주실 수 있어요? 

아. 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김서방이랑 얘기해 볼게요…”
“팀장님, 너무 죄송합니다. 오늘 아이가 수족구가 생겨서 어린이집을 못 보내요...

집에 사람이 없어서 제가 봐야 할 것 같아요.”


하루는 내가 본부를 대표해 전사 임원들 앞에서 보고하기 1시간 전,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열이 나고 감기 기운이 있으니 다른 아이들과의 격리를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아이를 데리고 가라는 것이다.

지금? 내가? 내가 그때 어떠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기록에 남기고 싶지 않다. 언젠가 이 글을 볼 우리 딸이 얼마나 속상해할지를 생각하면 말이다.  


내 동료들은 매 순간 ‘엄마 역할’과 ‘나로서의 삶’ 중 선택을 강요받았고, 그 선택에는 늘 승자가 없었다. 

육아를 하면서 내가 원할 때 믿을 수 있는 도움을 빠르게 받을 수 있다면? 

언제든지 핸드폰에서 교사를 찾아 우리 아이 좀 몇 시간 돌봐 달라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면 어떨까? 


국가에서 하는 아이 돌봄 서비스도 있었지만, 앞서 내 동료들이 겪은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고, 내가 머릿속에 그렸던 매칭 플랫폼이 국내에서는 가사도우미 영역에서 막 시작되고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 사업기획서를 써보았다. 나와 내 동료들이 겪었던 육아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서 교사 매칭 플랫폼이 시장성이 있을 지부터 성장 전략까지. 그러던 중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이라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발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창업을 하였다.


처음 1년은 이 사업 아이템을 설명할 수 있는 자리라면 그곳이 어디든지 열심히 피드백을 받으러 다녔다. 내가 놓치는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사업 초기에는 1인 기업이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홍보 전략이었다.


그런데 매번 듣는 질문은 비슷했고, 뭔가 나에게 자극이 되는 좋은 피드백이라는 느낌보다 근본적으로 이 사업이 안될 수도 있겠다는 좌절을 안겨주는 것들이었다. 내가 그렇게 강조하며 설명을 했는데도 늘 마지막 질문은 늘 같았다. 

 

“선생님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요? 돌봄 중에 사고가 나면 어떡하죠?”

“아… 그래서 아무도 안 하는 거였구나.”

 

내가 식품회사를 다니며 배운 것 중 하나가 위기관리였다. 그 어떤 식품회사도 식품안전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아무리 제대로 만들어도 유통 중에 또는 원료나 패키지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고객의 부주의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게 식품이라서 그 문제가 훨씬 심각해지는 것이다. 

 

아이 돌봄 서비스를 하면서 100%안전한 돌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가능한 모든 사고의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예방책을 만들어 꼼꼼히 실행한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한다면 최대한 빠르게 진심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재발방지 대책을 전 팀이 공감하고 다같이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어제보다 더 단단해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된다는 믿음으로, 아무도 시작하지 않는 이 사업을, 하지만 세상에 꼭 필요한 이 사업을 시작했다. 


“내가 미쳤지. 그때의 나를 말리고 싶다…”
 

창업프로그램에서 지원받은 3천만원으로 앱을 만들어줄 외주업체를 찾았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이런 플랫폼 서비스를 만드는데 ‘개발자’가 그렇게 다양한 직군으로 필요한지조차 몰랐다. 지금은 CTO와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된 기술개발본부가 내부에 있지만, 그때는 개발직군이나 프로그램 언어에 대한 이해도 없이, 앱을 3달이내에 만들어주면 된다고만 했으니까. 


그래도 내 머릿속에는 앱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명확했고, 큰 전지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설명했다. 그렇게 (속은 알 수 없는) 내가 원하는 모양의 앱이 나왔다.





섬세한 서비스라 운영이 힘들었지만, 확실히 수요는 있었다. 베타서비스를 운영하는 동안 입소문이 빠르게 났고, 고객들이 서로 추천하면서 서비스 이용자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교사 교육, 서비스 기획, 상담, 그리고 사업개발비 정산까지. 혼자 하기가 쉽지 않았다. 


육아를 위해 잠시 전장을 떠난 전우들에게 SOS를 보냈고, 그들은 흔쾌히 봉사에 가까운 노동을 제공해주었다. 이런 서비스는 꼭 세상에 있어야 한다며. 고객들도 우리에게 응원을 보내주기 시작했다. 

 

“망하면 안 돼요”

“퇴사를 고민했는데… 째깍악어를 믿고 육아 휴직에서 복직해요”

“악어 선생님이 오셔서 처음으로 식지 않은 밥을 먹었어요.”



그 즈음, 투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회문제를 플랫폼을 통해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는 째깍악어 비즈니스모델에 공감하며, 시장에 임팩트를 같이 만들어보자는 제안이었다. 

일면부지의 고객들로부터 가슴 뭉클한 응원을 받기도 하였고, 나뿐만 아니라 내 동료들이 같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았고, 이제 자본시장에서도 이런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에 힘을 보태려고 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그렇게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투자를 유치한 이후 좋은 동료들이 째깍악어에 합류했다. 그러자 사업 성장도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아이 돌봄이나 방과 후 돌봄교실 등을 운영하는 작은 단체들이 멘토링이나 강연을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기회가 되면 째깍악어의 교사모집, 검증, 교육, 서비스 운영 방식 등에 대한 노하우를 가감없이 설명한다. 


내가 배타적이지 않은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육아문제를 결코 한 회사 또는 한 서비스가 해결할 수 없으므로 국가와 민간, 지역이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육아에 있어서 1차, 2차, 3차 방어선을 구축해야만 부모는 육아문제로 좌절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강연이 끝나면 대부분의 분들이 오히려 자괴감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작은 단체라 앱도 없고, 돈도 없다고들 하신다. 나도 사업기획서를 써서 받은 창업지원금으로 앱을 만들어줄 업체 찾아 1인기업으로 시작했다는 얘기를 꼭 전하고 싶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아이돌봄이 필요하다가 아니라, 어떤 아이돌봄을 누가 왜 필요로 하는가)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테스트해보고, 수정하고, 또 시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동료는 나를 떠나기도 했고, 고객은 욕을 하기도 했다. 하루에 10번도 넘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나’

‘회사 다닐걸’

‘지친다’

‘남의 아이 돌보느라 내 애는 지금 어디 있나’

‘도망가고 싶다’

 

그래도 정신 차려보면 나는 계속 걷고 있었다.





플랫폼으로 육아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시작했던 이유는 ‘선생님과 부모님이 이 육아문제와 일자리 문제에 주체가 되어 함께 해결할 때 더 속도감 있게, 더 책임감 있게 해결될 것이다’ 라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장(플랫폼)을 마련하는 일을 하고, 부모님과 선생님은 이 플랫폼에서 서로가 원하는 것을 가져갈 수 있기를 바랐다. 


세상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서비스를 만들었다. 세상에 그런 보험은 없다고 거절만 하던 보험사를 1년 동안 설득해서 아이 돌봄 매칭 플랫폼용 상해보험을 최초로 만들었다.


직장을 계속 다니려면 째깍악어가 절대 망하면 안 된다는 고객들의 말과 째깍악어 덕분에 경력을 살려 일한 돈으로 부모님께 여행을 보내드렸다는 선생님들의 문자로 힘든 순간들을 버티면서 여기까지 왔다.


2025년, 하루는 OO 과장이 자리에서 이번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 전화를 받다가 언성을 높이겠지. 


“뭐? 학원 셔틀을 놓쳤다고? 거기 있어. 째깍악어 선생님 가시라고 할게.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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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문가기고] 부모-아이-선생님의 고민이 만나는 지점에서 찾은 해답 등록일 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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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OVAC
유형 Article
해시태그

#육아 #아이돌봄서비스 #플랫폼 #째깍악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