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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VAC Column] 2023년 5가지 ESG 주제별 전망과 시각

프로필 이미지 임**온(no*****)

2023.01.10 11:18:53 1,739 읽음


박란희 임팩트온 대표는 조선일보에서 10년을 기자로 지냈고, 첫 경력단절 이후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환경재단 기획위원을 거쳐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 편집장을 하면서 비영리 및 소셜섹터 전반과 ESG・CSR 현장을 10년 동안 경험했다. 2020년 6월 ESG 전문 온라인 미디어 스타트업 임팩트온을 창업해, 빠르면서도 심층적인 ESG 전문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글 박란희 임팩트온 대표


2023년의 경기 전망은 어둡고 불확실합니다. 연초부터 인플레이션 압박과 고물가, 대규모 구조조정, 국내 간판 수출대기업들의 어닝쇼크까지 어느 것 하나 밝은 소식이 없습니다. 2020년 블랙록의 CEO 연례서한 이후 폭발적인 화두가 되어온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과 투자에도 이런 흐름이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5가지의 ESG 트렌드 전망을 해온 MSCI는 올해 무려 70페이지에 걸쳐, ESG 전망을 샅샅이 훑었습니다. 국내외에서 보도된 기사와 보고서 등을 토대로, 필자가 생각하는 5가지 정도의 큰 주제별 전망과 시각을 담아보았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핑크 CEO는 올해 어떤 내용의 연례서한을 담을 것인지 궁금합니다. 2020년 그는 “지속가능성을 투자의 최우선순위로 삼겠다” “기후변화를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겠다”고 말해 ESG 투자를 촉발시켰고, 2021년에는 “2050년 넷제로 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계획을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혀 탄소중립을 가속화시켰다는 평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에너지 전환 정책과 ESG투자자들의 탈화석연료 움직임으로 인해 공화당의 안티 ESG 흐름이 시작된 2022년 래리핑크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정치에 관한 것이 아니요, 사회적 혹은 이념적 의제나 ‘깨어있는 척 하는(woke)’ 것도 아닌, 자본주의의 힘”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안티 ESG 운동의 불씨가 꺼지기를 바랐던 블랙록의 바람과 달리, 2022년 공화당의 ESG에 대한 정치적 공격은 더 강화됐습니다. 법무법인 모건 루이스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ESG 투자 금융기관을 블랙리스트로 거래 제한하는 규정을 채택한 공적연기금 혹은 주정부기관은 10개주에 달합니다.


하지만 조용한 투자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안티 ESG 움직임에도 블랙록이 지난해 3분기에만 미국에서 850억달러(약 122조원)의 순유입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저감법) 법안이 시행될 경우 기후변화 인프라 구축에 향후 4000억달러(약 500조원)의 관련 투자가 일어날 전망입니다. 또 2037년까지 저탄소경제 전환 관련 인프라 투자에 95조달러(약 11경8000조원)가 투자될 것으로 보여, 이러한 에너지 전환과 자본 재배치를 투자기관들이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최근 HSBC가 조용히 “신규 유전 및 가스전에 대한 자금조달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이 그런 사례입니다. 때문에 2023년 ESG 투자가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지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SG가 법과 제도를 통해 규범화되고, 규제의 영역으로 속속 안착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ESG 공시가 의무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연합(EU) 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의 기업 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의 기후공시, 글로벌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등 3가지 공시 기준이 어떻게 최종 적용될지, 또 세 기준이 각각 조화를 이루게 될지도 관심사입니다.


MSCI는 “유럽 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은 12개 공시항목 영역에서 11개 영역을 완전히 보고하도록 요구한다”며 가장 디테일이 강하다고 했습니다. 3가지 공시 기준 모두 넷제로 타깃 목표연도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같지만, 배출범위와 관련해 Scope(스코프) 3에 대한 완전한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ESRS 기준뿐입니다.


ISSB 기준의 경우 2023년 초 최종 공시안이 확정되며, Scope 3 공시를 포함시킬지 여부,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사회환경적 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기업이 사회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것)을 배제할지 여부, 구제조항 마련 범위 등이 어떻게 결정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EU는 2024년 1월부터 공시 의무화가 진행되니 올해부터 공시 준비는 본격 시작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지난해 4월 초안 발표 이후 미 SEC의 기후 위험 공시에 대한 의무규정 소식은 들려오지 않습니다만, 승인이 될 경우 2023년 회계연도부터 적용해야 합니다. Scope 3 배출량 공개에 대한 갑론을박이 미국 내 기업에서 시끌시끌하다 보니, 미국의 규정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공시의 카운트다운은 시작됐습니다. 공시 의무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준비하면 늦습니다. 지금부터 공시 항목을 꼼꼼히 준비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공급망 실사법, 즉 공급망의 인권 실사에 관한 의무화법이 독일은 2023년부터 시행되고, EU 국가들은 2024년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독일 공급망 실사법은 기업이 생산과정에서 공급망의 인권과 환경 등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지 실사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인데, 간접 협력업체까지 실사 의무에 포함되면서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법안입니다. 주요 내용을 위반할 경우 800만유로(약 111억4000만원) 또는 연매출의 최대 2%까지 벌금이 부과되는, 벌금 규정이 상당히 강한 법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U도 2022년 2월 공급망 실사 지침에 대한 초안을 발표했는데, 이 초안에 따르면 EU 역내 기업만 1만2800개, 역외까지 포함하면 1만6800개에 달합니다. 이미 애플은 공급망 행동규범을 위반한 협력사와 거래관계를 단절할 수 있다고 명시했고, BMW도 ESG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108개 협력사에 입찰을 제한하고, GE도 고위험 협력사 71곳과 관계를 끊었습니다.


EU 전체의 공급망 실사 지침이 적용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지만, 워낙 사안이 중대하다 보니 산업부는 수출 중소, 중견기업, 대기업 협력사 등이 공급망 실사로 인해 납품이 지연되지 않도록 컨설팅을 지원하고, 자동차와 반도체 등 업종별 대응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공급망 ESG 리스크는 결국 미국과 유럽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국내 기업은 해외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등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타결되면서 2026년 본격 시행됩니다. 이 제도는 결국 EU의 탄소 무역장벽입니다. 국내 철강회사가 톤당 2만원으로 생산한 철강을 유럽에 수출하려면, EU의 탄소가격(톤당 10만원까지 치솟음)만큼의 차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EU가 이렇게 탄소장벽을 세우는 이유는 바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입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감축하겠다는 목표, 일명 ‘핏포55(Fit for 55)’를 위해서입니다.


EU는 탄소배출권거래제(ETS)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는데 합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ETS 적용을 받는 산업군은 2030년 탄소감축 목표치를 2005년 대비 43%에서 62%로 높여야 하며, ETS 적용 대상도 해상 및 폐기물 분야까지 확대됩니다. 건물과 도로 또한 배출권 거래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ETS II가 만들어지고, ETS의 무상할당이 단계적으로 폐지됩니다. 2026년 소폭 감축(2.5%)되고, 2030년 48.5%, 2034년 완전히 폐지됩니다.


규제 탄소시장뿐 아니라 자발적 탄소상쇄시장의 성장이 향후 급격히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탄소장벽의 경우 국내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 상당한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탄소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사실 순환경제는 그다지 새로운 주제도 아니며, 2019년 EU는 ‘순환경제 액션플랜’을 발표한 이후 다양한 재활용, 재사용 규제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순환경제는 2023년에도 EU의 규제 지형도에서 크게 작용할 분야의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2월 9일(현지시각) 최종안이 타결돼 2023년 발효될 예정인 EU의 배터리 규정입니다. EU 배터리 규정을 보완하는 법률은 최대 32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수집된 모든 기술 정보는 ‘디지털 배터리 여권’으로 제공되며, 배터리 제조과정의 모든 재료와 부품 출처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합니다.


순환경제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는 자원 채굴 남용과 폐기물 등으로 인해 지구의 생태용량에 부하가 걸렸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 규제와 생물다양성 협약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강화되고 있습니다.


유엔(UN)의 플라스틱 협약이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됐는데, 2024년까지 정부간 협상위원회(INC)를 끝내고 2025년 최종 협약문을 채택하기로 했습니다. 매우 스피디한 속도입니다. 이 협약이 미칠 영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OECD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생산, 제품디자인, 폐기물 수거, 폐기물 재활용, 매립 등 폐기물 관리까지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까지 커버합니다. 플라스틱세(tax) 도입, 재생원료 포함 의무화, 플라스틱 첨가 화학물질 규제 등 국제 표준과 관련 인증절차 도입 등 모두 산업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입니다.


생물다양성에 관한 국제 표준과 프레임워크도 속속 개발, 발표되고 있습니다. TCFD(기후변화에 관한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를 본 떠, TNFD(자연자본에 관한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가 2023년 3월 최종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며, ‘자연자본 프로토콜(Nature Capital Protocol)’은 2023년 대폭 개정될 예정입니다. 탄소중립을 위해 과학기반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듯, 생물다양성에 관해서는 ‘SBTN’을 통해 자연과 물에 관한 과학기반 목표를 확정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연말 유엔 생물다양성 협약(COP15)에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바다와 육지의 30%를 보호지역으로 보전, 관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생물다양성 규제가 뜻하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기업이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도로, 상하수도시설, 전기 등과 같은 사회기반시설, 즉 인프라를 필요로 합니다. 이제 물, 삼림, 생물종, 해양 등의 생태계 서비스도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자연자본이자 인프라라는 걸 기업이 인지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외에도 그린워싱, 주주 행동주의 강화, 소비자의 변화와 탄소라벨링, 기후테크와 디지털 ESG 혁신 등 2023년 ESG는 숨가쁘게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탄소장벽을 통한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를 온전히 견뎌가면서, 사업적인 성과를 이뤄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의 ESG 전략과 실행은 토끼처럼 민첩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