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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VAC Column] 미 중간선거와 COP27 기후정상회담, 혼돈의 ESG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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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4 16:01:29 782 읽음



박란희 임팩트온 대표는 조선일보에서 10년을 기자로 지냈고, 첫 경력단절 이후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환경재단 기획위원을 거쳐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 편집장을 하면서  비영리 및 소셜섹터 전반과 ESG・CSR 현장을 10년 동안 경험했다. 2020년 6월 ESG 전문 온라인 미디어 스타트업 임팩트온을 창업해, 빠르면서도 심층적인 ESG 전문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글 박란희 임팩트온 대표


영국의 새 국왕 찰스 3세가 리즈 트러스 신임총리의 반대로 오는 11월 6~11일(현지시각) 이집트에서 열리는 COP27(제27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영국 더타임스 일요판 보도에 따르면, 찰스 3세는 애초 COP27에 참석해 연설까지 할 예정이었지만 트러스 총리가 지난달 버킴엄궁 접견 당시 이를 반대해 방문이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영국에서는 관례상 왕실 구성원의 해외 공식 일정이 정부의 조언에 따라 조율된다고 합니다.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도 참석한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부터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가진 인물입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가 영국의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축소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고 합니다. 지난해 COP26 의장국이었던 영국은 전임 보리스 존슨 총리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야심찬 기후대응 목표인,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68%, 2035년까지 78%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영국의 목표가 얼마나 야심찬지 알기 위해선 다른 나라들의 목표를 보면 됩니다. 인도(2070년), 중국(2060년)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2050년까지 30년이나 남은 시간 동안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 2030년까지의 중간목표를 세웁니다. 유럽연합의 경우 ‘핏포55(Fit for 55)’ 정책을 통해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감축목표를 밝혔고, 미국은 2005년 대비 50~52%, 일본은 2013년 대비 46%, 우리나라는 2018년 대비 40% 이상 등의 목표를 밝혔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왜 나라별 기준연도가 다른지 궁금해하실 겁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가장 최근인 2108년이 기준연도인데, 영국과 유럽연합(EU)은 1990년이 기준연도입니다.


모든 나라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높은 것처럼 보이되,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았던 시점을 기준으로 잡습니다. 그래야 더 많이 감축한 것처럼 보이니까요. 오랫동안 온실가스 감축을 해온 EU는 1990년을 기준으로 삼는데, 우리나라는 2018년이라 가장 최근 연도입니다.



다시 영국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영국에서는 신임 트러스 총리가 등장하면서 화석연료 생산 확대로 인한 기후목표가 후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만 그런 건 아닙니다. 이탈리아에서는 100년 만에 극우 총리가 탄생했고, 프랑스와 스웨덴에서도 극우 정치세력이 약진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인상과 인플레이션 압박 등은 극우 포퓰리즘 정치세력의 등장에 좋은 트리거(Trigger,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지난 9월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후 주간(Climate Week)에서 등장한 주제는 ‘11월에 있을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 우파 정치가 부상하거나 복귀할 경우, 특히 에너지 위기를 고려할 때 녹색정책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였습니다.


오바마 정부에서 트럼프 정부로, 다시 바이든 정부로 바뀌면서 미국의 기후정책은 진보와 후퇴를 거듭하면서 오락가락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바마 정부 당시 가입했던 파리기후협약(파리협정)을 탈퇴한 것이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행정명령이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이었습니다.


미국 공화당이 ‘안티 ESG’ 운동을 확산하고 ESG 투자의 대표격인 블랙록을 집중 공격목표로 삼는 것 또한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 당시 경제정책의 요직을 차지했던 골드만삭스 출신 대신, 블랙록 출신을 대거 임명한 바 있습니다.


취임 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골드만삭스 대신 블랙록의 시대가 왔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인 브라이언 디스는 블랙록 지속가능투자 책임자 출신이며, 재무부 2인자(부장관)에는 블랙록 CEO 래리 핑크의 비서실장이었으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고문 마이크 파일도 블랙록 최고투자전략가 출신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블랙록이 주도하는 ESG 투자를 통한 탈화석연료 움직임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때문에 중간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공화당의 안티 ESG 운동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년 만에 이루어진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것은 COP27 회담을 앞둔 글로벌의 움직임입니다. 지난해 COP26을 앞두고 전 세계 기업들이 2040 넷제로, 2050 넷제로를 잇따라 선언하던 활발한 움직임과 달리 너무 조용합니다. 한 달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글로벌 논의 테이블에서 그나마 확인되는 건 기후변화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보상 내용입니다.


원래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총회(COP15)에서 민간과 공공기금을 합쳐 연간 1000억달러(약 129조원)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1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습니다. OECD 추정 기후기금 지원액은 2019년 796억달러 정도입니다.


지난해 COP26에서 각국 정상들은 “신규 재원조성 문제는 COP27에서 논의하되, 선진국들은 2023년부터 개도국에 약속한 1000억달러 지원을 확실히 이행하고, 2025년부터 최소 2배 이상 증액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첫 테이프를 끊은 나라는 덴마크입니다. 덴마크가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선진국 최초로 기후위기 피해 개발도상국에 1300만달러(약 180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발표, 기후위기 지역에 ‘손실과 피해’ 보상을 제공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됐습니다. 덴마크의 선언이 다른 선진국들에 압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보고서에 따르면, 소말리아와 아이티, 아프가니스탄 등 기후변화 10대 피해국의 탄소배출량은 전체의 0.13%에 불과합니다. 반면,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산업화가 시작된 1751년부터 2017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은 선진국들에 의한 것으로, 미국(25%)과 EU회원국 및 영국(22%), 중국(12.7%) 등의 순이라고 합니다.


참다못한 피해국들은 집단행동을 할 기세입니다. 태평양 섬나라 등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잠길 위기에 몰린 국가들은 오는 COP27에서 ‘손실과 피해’에 대처할 자금조달기구 설립까지 추진할 예정입니다.



과연 올해 COP27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보다 진전된 움직임이 가시화될까요. 지난 6월 COP27 협상안 마련을 위한 중간모임 성격의 유엔 기후회의는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습니다.


최근 기후 싱크탱크 E3G의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이 기후목표를 제출하기로 한 마감기한인 23일까지 2030년 감축목표를 제출한 나라는 193개국 중 19개뿐이었습니다.


CAT(Climate Action Tracker)가 기한 내 제출한 각국의 기후목표를 확인한 결과 호주, 브라질, 이집트만이 기후목표를 강화했습니다. 이번 COP27 의장국인 이집트는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천연가스 생산국임에도 배출량 감축에 관한 전반적인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고, 일부 설정한 목표조차도 국제적 지원을 조건으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기후대응과 ESG 흐름’의 후퇴를 막기 위해 보다 거시적인 차원의 움직임도 포착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계은행의 재편 논의가 표면화되는 것입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즈는 “개발도상국과 기후 리더들이 제2차 대전 당시 만들어졌던 IMF(국제통화기금)와 월드뱅크(세계은행)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 모틀리 총리는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의 결과로 설립된 IMF와 월드뱅크 등 전후 국제금융기관들은 20세기에 더 이상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도국의 기후 회복과 관련된 인프라 지원이나 에너지 전환 등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함을 역설했습니다.


데이비드 말패스 월드뱅크 총재의 사퇴 요구 또한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임명된 말패스 총재는 기후변화에 회의적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고, 올해 기후주간에서 기후위기를 믿느냐는 질문에 “나는 과학자가 아니다”라며 질문을 피하면서 사퇴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졌습니다(이후 그는 압박 때문에 기후변화를 인정했습니다). 


존 케리 기후특사도 지난달 21일 유엔 뉴욕총회에서 IMF와 월드뱅크 등 금융기관 개편 추진을 언급하면서, “다국적 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월드뱅크 총재를, 유럽은 IMF 총재를 선출합니다. 앨고어 전 부통령 또한 세계은행이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며 비판을 더했습니다.


칼럼을 쓰는 이 순간에도 미국에서는 역대급 허리케인 ‘이안’으로 인해 플로리다주에서만 적어도 44명이 숨지고 220만 주민들이 전기가 끊겼습니다. 이번 피해를 복구하는 데만 해도 몇 년이 걸릴 전망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가시화된 기후위기의 피해 앞에서, 어쩌면 ESG의 전망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ESG에 관한 논쟁을 한다는 것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논의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금융기관과 기업에서는 ESG 논쟁이 계속될 겁니다. ESG를 과연 ‘최고의 수익률을 올릴 기업 찾기 + 리스크 대응’으로 볼지, 아니면 ‘수익률만이 아닌 지속가능성도 같이 추구하는 기업 찾기 + ESG 성과 창출’로 볼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디 기후변화가 우리 인류의 다양한 논쟁을 견딜 만큼의 시간을 벌어주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