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가천대학교 글로벌캠퍼스 AI관 6층에서 '청년 스타트업의 사회적 변혁: 협력적 진화의 서막'을 주제로 제7회 가천대 더포럼(GCS THE 포럼, 이하 더포럼)이 열렸다. 이는 지난 달 1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제1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의 연장선 위에 놓인 '대학생을 위한 사회적 가치 페스타'이기도 하다.
행사를 주최한 가천대학교 스타트업칼리지 가천코코네스쿨(이하 가천코코네스쿨)은 이번 행사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비즈니스로 풀어내기 위해 대학과 국내 학생 창업 생태계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정부, 민간 기업, 투자자 집단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신기업가 정신의 시대, 사회문제 해결은 기업의 책무
지난 9월 제1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를 이끈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조영준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왜 기업들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는가?'라는 질문에 "기업가 정신이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전통적인 기업가 정신이 끊임없는 창조적 파괴로 혁신을 꾀하고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었다면 지금 시대에는 이윤 창출과 함께 사회 가치를 증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대한상의 ERT(Entrepreneurship Round Table)가 2021년 상반기 6개월 동안 국민 3만7000여 명에게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를 제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과거 '신산업 발굴', '소비자 만족', '주주이익 제고' 등 경제적 가치 위주의 역할을 요구 받았던 기업들은 최근 '4차산업 대응', '사회공헌', '친환경', '상생' 등 다양한 요구를 받고 있으며 양극화, 기후변화, 인구문제 등 새로운 사회문제 해결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발빠르게 기업 목적과 역할을 확장하고 기술과 아이디어를 활용해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대환경 변화와 국민 요구에 부응해 이윤 창출과 동시에 사회 가치를 증진하려는 76개 기업이 모여 2022년 5월 신기업가정신을 선포했고, 현재 그 숫자는 1560개사로 늘어났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을 돕는 임팩트 비즈니스 엑셀러레이터 기업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라는 사회의 요구가 초기 스타트업 및 예비 창업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방식으로 완전히 해결할 수 없어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한 상황에서 특화됐거나 오래된 문제라 당장 대단한 해답을 내기 어려운 문제 또는 글로벌 시장에선 화두에 올랐으나 국내에서는 관심도가 낮은 영역에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는 임팩트스퀘어가 투자하고 엑셀러레이팅한 스타트업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어망어구에서 나일론을 추출해 리사이클링하는 ▲넷스파,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반드시 도래할 노인 관련 시장에 빠르게 진입한 ▲포페런츠, 육상에서 새우를 양식하는 스마트 아쿠아팜 ▲KOF,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모래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어 성과를 낸 ▲알테르노 등에 투자할 때도 새로운 시장에 확신이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수퍼빈 김정빈 대표 또한 '자본주의'와 '사회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시장의 크기와 수익 가능성, 지속성은 사회가 결정한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분은) 부모님들이 보지 못했던 사회적 문제를 보게 될 것이고, 자신이 꽂힌 문제에 집중하다보면 과감하게 사회적 문제를 풀어내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포럼 현장에 모인 학생 창업자 및 예비 창업자들을 격려했다.
학생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것과 바라는 것들
2부 세션에서는 나눔비타민 김하연 대표, 소브먼트 이윤지 대표, 119레오 이승우 대표, 포페런츠 장준표 대표, 마감히어로 연혜인 대표가 연사로 나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창업을 했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전했다.
이들은 자신 주변에 놓인 문제에 집중했다. 교육봉사를 하며 만난 결식 우려 아동의 식사를, 길에 흔히 버려진 담배꽁초를, 조부모님의 심리적·신체적 위축을, 암에 걸린 한 소방관의 이야기를, 맛있는 음식들이 버려지는 상황을 지나치지 않았다. 당장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아도 여러 번의 피보팅(pivoting, 사업 전환)을 거치고 지원을 받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3부에서는 1, 2부 연사들과 함께 굿네이버스 이현승 글로벌 임팩트 본부장,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유훈 원장, 카카오임팩트재단 육심나 사무총장, D3쥬빌리파트너스 정원식 투자심사역이 '청년창업가들의 사회적 변환,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를 주제로 토론했다. 가천코코네스쿨 홍원준 교수가 사회자를 맡았다.
홍 교수는 2부 연사들에게 '학생 창업을 하며 가장 필요한 것'을 물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사회 경험과 경력 ▲공간 ▲정답까지 가는 과정을 알려줄 수 있는 선생님 등이 거론됐으며 공통적으로 ▲사람에게서 받는 위로(동료 또는 고객) 덕분에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학생 창업의 장점으로는 ▲마음에 맞는 팀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체력 등을 꼽았다.
지원조직 또는 선배 창업가들이 학생 창업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굿네이버스 이현승 글로벌 임팩트 본부장은 "국내에서만 사회 문제를 고민하거나 펀드레이징, 투자 유치 등을 시도하는데 글로벌로 시선을 넓혀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는 "학생 창업이 '리스크가 없다'는 인식이 있는데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업 완성에 3년이 걸린다면 사회의 주역이 되는 데엔 10년이 걸린다. 10년이면 세상도 바뀌니까 유행을 쫓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
D3쥬빌리파트너스 정원식 투자심사역은 "꼭 스타트업 방식이 아니더라도 영리/비영리, 풀타임/사이드 프로젝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회적 경험을 쌓아라"고 말했으며, 수퍼빈 김정빈 대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래할 수 있는 레퍼런스, 학력, 교수님들의 믿음, IR 경험 등 소셜 캐피탈을 쌓는 데 관심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카오임팩트재단 육심나 사무총장은 "실체가 있어보이지만 비어있는 조직도, 실체가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조직도 아쉽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사업을 키워나가야 스케일업&아웃이 가능하다"는 조언을,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유훈 원장은 "사업이 늦어지더라도 CEO, CFO, CTO는 겸하지 마라",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갑자기 고꾸라질 때는 '경영관리'가 안 된 때가 훨씬 많다"는 현실을 말해줬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영준 지속가능경영원장은 "내년에는 대한민국 사회적 경제 페스타를 더 크게 열 생각이다. 여러분 같은 창업자들 간의 만남, 지원조직과의 만남, 상공회의소 회원 기업들과의 만남 등을 주선하고 같이 고민해 사회를 바꾸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열망을 실현할 기회를 주도록 좋은 프로그램들을 만들겠다"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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