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10월 17일~19일 '2024 서울공익활동 박람회' 진행
비건푸드존, 제로웨이스트, 물물교환…쉽고 재밌고 실용적인 공익활동 체험 마련
강연 통해 '지금 시대에 필요한 감각'과 '공익활동' 주제로 시민과 대화…핵심 키워드는 '함께'
"그냥 안 입는 옷 바꿔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써놓은 태그를 읽는 게 너무 재밌어서 계속 보게 돼요."
"그동안 샴푸바를 살 생각만 했는데 만들어보니까 더 좋아요. 이렇게 만드는지 몰랐거든요."
"음식이 너무 맛있어요. 비건하면 샐러드만 생각했는데 예쁘고 맛있는 음식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서 놀랐어요."
쉽고, 재밌고, 실용적인 공익활동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가 지난 17일부터 3일간 '2024 서울공익활동 박람회'를 진행했다. 서울시민들에게 공익활동 거점이 되어줄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공간을 소개하고 일상에서 쉽고 재밌게 공익활동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박람회의 슬로건은 ‘나만의 공익활동 취향찾기, NEW ARRIVALS’이다.
센터를 찾은 시민들은 공간 곳곳에 마련된 체험과 전시를 즐겼다. 안내데스크를 지나 직진하면 나오는 비건푸드존에서 시민들은 뻥튀기 접시 위에 '케일쌈밥', '표고버섯토핑유부초밥' 등 핑거푸드와 비건스낵을 올렸다. 준비해 온 텀블러에는 커피와 망고패션후르츠차, 유기농사과주스 등을 담아든 채 공간을 누볐다.
비건푸드존 앞에서 왼쪽으로 돌면 리필스테이션과 의류잡화 물물교환존으로 시작되는 체험존이 나타났다. 알맹상점이 준비한 리필스테이션에서는 세제와 워시류 200ml와 화장품 50ml를 리필해갈 수 있도록 재활용 용기와 제품이 비치돼 있었다. 용기를 지참한 시민은 세제류 2종과 워시류 및 화장품 2종을, 용기를 미지참한 시민은 세제류 1종과 워시류 및 화장품 1종을 리필해 갔다.
리필스테이션 바로 옆에는 다시입다연구소가 준비한 의료잡화 물물교환존이 시민들을 맞이했다. 챙겨온 의류 및 잡화에게 스토리를 담은 태그를 작성하고 옷걸이에 걸어 담당자에게 건네면, 의류 교환 파티 '21%파티'에 참여할 수 있는 교환권을 받을 수 있었다. 최대 3장의 교환권을 받은 시민들은 메인 홀 '펼치다'에 펼쳐진 옷걸이 사이사이를 건너며 스토리태그를 읽고 마음에 드는 물품을 교환했다.
공간 안쪽, 회의실에도 각종 체험과 전시가 마련됐다. 신주욱 작가의 일러스트를 시민들이 채색하는 ▲공익활동 컬러링 벽화 그리기, 수리상점 곰손이 준비한 ▲DIY 샴푸바 만들기와 ▲와펜으로 옷, 가방 수선하기, 센터가 직접 운영한 ▲콜라주 아트하기와 ▲당신 옆의 공익활동 맛보기, ▲공익활동 행동을 돕는 도구 전시 등이 운영돼 행사를 풍성하게 했다.
시민들은 벽화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 샴푸바를 만들고 와펜을 누르며 서로를 칭찬했다. 센터가 지원한 '밥상머리 안부 공동체 밥마실', '외로움을 지원하는 사람들', '성인지적장애인과 함께하는 자비스 연구실' 등의 활동을 보며 공익활동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갔다. 그들이 직접 체험한 비건과 제로웨이스트, 수리 외에도 우리 일상 가까이에 다양한 활동이 공익 행동이 될 수 있음을 인지했다.
박람회를 방문한 한 시민은 "공익활동에 관심은 있었지만 시작하기 어려웠는데 체험이 많아서 즐거웠다"며 "함께 밥을 해먹고,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옷을 바꿔입는 행동이 모두 공익활동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장벽이 낮아진 느낌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우리에겐 '함께 사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박람회 첫날인 17일 오후 2시, 다목적홀 '모이다'에서는 오프닝 강연이 진행됐다. ▲성공회대학교 김찬호 교양학부 교수 ▲다음세대재단 방대욱 대표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 대표 등이 연사로 나서 지금 시대에 필요한 감각과 공익활동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시민들과 소통했다.
세 연사는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공익활동'에 대해 말했다. 김찬호 교수는 '서로를 돌보며 사회를 살리는 것', 방대욱 대표는 '미래의 가치를 만드는 일을 현재의 가치 속에서 고민하는 것', 이안소영 대표는 '좋은 삶을 함께 만드는 것, 아무도 배제되지 않는 삶을 만드는 것'이라고 봤다. 세 사람의 언어는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서로', '함께', '사회의 이익', '협력' 등을 통해 공익활동을 설명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성공회대학교 김찬호 교양학부 교수는 고립, 초외로움, 핵개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공통의 사회적 감각에 대해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 기후 위기, 국제 정세 등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들 사이 긴 흐름으로 변해온 것들 중 하나가 '고립'"이라며 은둔형 외톨이 40만 시대인 작금의 세태를 꼬집었다.
김 교수는 외로움과 반대되는 '공유'를 행복감의 근원으로 보고 '감각(감각적 경험)', '관심', '감정', '(공동체의)기억'이 공유돼야 자신이 누군지 알고 관계 맺을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위해 ▲공동의 경험을 창조하고 도전할 수 있는 플랫폼(공간) ▲내 이야기와 세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통로(매체) ▲낯선 사람들이 안전하게 접촉하고 대면하는 기회(만남) ▲시민적 지성으로 나아가는 배움의 즐거움(학습) ▲정서적 감명과 기쁨을 누리는 여러 경험(놀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언한 다음세대재단 방대욱 대표는 취미인 독서를 통해 공익활동을 설명했다.
먼저 노리나 허츠의 《고립의 시대》를 인용해 "자기 본위의 이기적인 사회, 내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나를 돌봐주지 않을 거라고 느껴지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외로운 사회"라며 "시민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소비자로서의 삶, 공유하는 삶이 아닌 축적하는 삶, 누군가를 이기려는 삶은 필히 외로워진다"고 전했다. 우리 스스로 '외롭지 않기 위해' 공익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신진욱 저자의 《다중격차, 한국 사회 불평등 구조》,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강지나 작가가 쓴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등을 통해 "사회의 불평등이 구조화돼서 개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며, "함께 사는 이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의 공익활동은 시민들의 역할로 만들어져 왔지만, 운영을 위해 비영리 활동가가 운영진으로 들어가며 혁신과 변화를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정책과 제도의 성실한 수행자들로 성장했다"며 '성공의 역설'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백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도 '협력'이며 "'선함'과 '따뜻함'을 무기로 사회의 불의를 규탄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결국 함께 사는 것, 공익활동을 하는 것이 부당한 사회를 극복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 대표가 '지금, 공익활동 현장은?'이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여성환경연대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과 협력하고 있는 단체들의 활동을 토대로 대한민국 공익활동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안 대표가 몸담은 여성환경연대는 올해 25주년이 되었다. 2003년부터 함께 해온 그는 언론을 통해 폭염 속 약자의 노동환경을 조명하고, 서명과 캠페인으로 공공장소의 공공식대 제공 확대를 촉구하고, 일회용생리대의 유해성분 검출 실험을 위한 퍼포먼스와 월경 교육 등을 해왔다. 또 에코페미니스트 임팩트 지원 사업을 통해 여성 농민 및 돌봄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뿐만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 뜨개질로 바다의 안부를 묻는 '산호뜨개 워크숍', 일상의 수리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수리상점 곰손' 등의 활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스스로 세상을 바꾸는 주체라는 것을 깨닫고 노력하는 것'이 공익 활동이라며, 공익 활동에 관심 가지고 강연회를 찾은 이들에게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나의 공익활동 취향 찾기. 둘째, 일단 한 발 담그기. 셋째, 시간 내 참여하기.
"우리가 시간을 내는 것은 세계를 만드는 것과 같아요. 우리가 바라는 세상에 가기 위해 틈새와 균열을 내고 있는 거죠."
세 연사가 각자 다른 정의를 내렸듯, 우리 모두는 '공익활동'을 각자의 언어로 감각하고 해석한다. 개개인이 바라는 '세상'도 다른 모양일 수 있다. 그러나 내 옆 사람을 위해, 혹은 미래의 내게 닥칠 지도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약자의 편에서 협력하고 행동한다면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평소 내딛는 '한 발'이다. 2024 서울공익활동 박람회에서 만난 체험들처럼 가끔 한 끼는 비건식으로 대체하고, 샴푸 대신 샴푸바를 사용하고, 누군가의 캔버스를 같이 채워주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가 이번 박람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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