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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 Hub 칼럼] 생물다양성의 가치와 기업의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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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13:21:30 108 읽음


글 : 사회적가치연구원 연구원 이상헌

출처 :  사회적가치연구원 통합플랫폼 SV Hub




요즘 여러 기업의 ESG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환경 분야에서 기후변화가 주요 이슈였다면, 그다음은 생물다양성이다”라는 것이다. 지난 4월 국제적인 회계컨설팅기업인 PwC는 전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이 자연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약 58조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자연이 파괴되면 인간이 누리고 있는 이러한 경제적 혜택도 더 이상 온전히 누리기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생물다양성은 무엇이며, 어떻게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고, 기업 활동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생물다양성이란?

2019년 윤리적생물무역연합(UEBT: Union for Ethical BioTrade)의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응답자의 72%가 생물다양성에 대해서 들어봤으며, 16%가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다시 말해서 들어봤지만 무슨 뜻인지는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생물다양성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제 협약인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에서는 생물다양성을 생물체 간의 변이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변이성은 종내 다양성, 종간 다양성, 생태계 다양성을 포함한다. 종내 다양성이란 동일한 종 내에서 다양한 유전자가 나타나는 정도를 말하며, 종간 다양성은 한 지역에 얼마나 생물종이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생물종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데, 이러한 서식지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정도를 뜻하는 말이 생태계 다양성이다.


흔히 사람들은 생물다양성이라고 하면 위에서 두 번째로 언급한 종간 다양성을 떠올린다. 이는 생물다양성에 ‘생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다 보니 이를 생물종이라고 인식하기 쉽기 때문인 듯하다. 생물다양성은 영어로 ‘biodiversity’이다. 생명을 뜻하는 그리스어 ‘bios’와 다양함을 의미하는 라틴어 ‘diversitas’가 결합한 단어이다. 그런데 ‘biodiversity’는 생물학적 다양성을 의미하는 ‘biological diversity’의 줄임말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생물종이 아닌 생명과 관련된 여러가지 다양성을 포괄하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간혹 ‘biodiversity’를 생명다양성으로 번역하는 경우도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생명다양성이 좀더 포괄적인 뜻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생물다양성과 우리의 삶

생물다양성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이 막대한 것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이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여우가 우리나라에서 사라졌다고 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은 그저 “안타깝네”라고 생각하고 끝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우가 숲과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지도 생각해야 한다. 여우는 설치류 등의 작은 동물을 포식함으로써 그들의 개체 수를 조절하고, 여우가 남겨둔 사체나 배설물은 생태계 내에서 양분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우가 사라지면 결국 이 역할을 인간이 대신 수행해야 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쥐약이나 비료 등은 화학독성과 부영양화와 같은 또 다른 환경문제를 유발한다.


(중략...)


생물다양성의 보전이 기업의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바가 있다. 하지만 기업이 선뜻 생물다양성을 고려한 경영을 하기는 쉽지 않다. 생물다양성의 영향은 장기적이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서 나타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의 경쟁력과 생존을 포기하면서 생물다양성 보전에 투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생물다양성을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실제 기업 활동으로 옮길 수 있는 유인이 필요하다.


기업이 이러한 생물다양성 및 자연 보전에 투자하고 참여할 유인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규제나 보조금을 통해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며, 둘째는 인증제도나 공시제도 등을 활용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유인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것이다. 정부의 제도가 기업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고, 반대로 기업의 선도적인 움직임에 따라 관련 제도가 마련되기도 한다.


아직까지 국내에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유인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다양한 유인을 마련하여 자연을 위한 시장을 확립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